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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42화) 나의 자서전 -넷 번째 좌충우돌 신혼생활기 부분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09. 8. 28. 00:26

 

(42화) 나의 자서전 -넷 번째 좌충우돌 신혼생활기 부분에서



주인 할머니가 곁에서 도와주셨고 다행스럽게 속은 약간 뒤틀렸지만, 차츰 진정되었고 할머니는 내 증세가 임신 같다고 하셨다.

그가 퇴근해서 들어오다가 깜짝 놀라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 왜 그래? 무슨  일이야? >

주인 할머니는 임신 증세 같은데 잘 몰라서 시장에서 약장사의 독한 구충제를 먹었으니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다며 내일 병원에 검사받으러 가봐야 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는 뜻밖에 임신의 기쁜 소식과 또한, 약을 함부로 먹은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나의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일에 내가 겁먹은 불안한 표정에 진정시켜주었다.

< 괜찮을 거야 아무 일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그의 성격으로 나에게 매우 원망할 줄 알았지만, 생각과 달리 밤새 나를 걱정하며 아침이 오길 기다렸다.

그와 아침 일찍이 병원으로 서둘러 나섰고 동네 아주머니는 서툰 도시 새댁이 또, 무슨 사건이 생긴 줄 아시고 궁금해 물었고 나는 산부인과에 가면 어떻게 진단하느냐고 그들에게 걱정되어 물었다.

< 산부인과 가면 별것 없어 여름 수박처럼 그냥 배만 통통 두 들어보고 임신인지 아닌지 근방 아니까 남편하고 절대 떨어지지 말고 곁에 꼭, 붙어 있으며 돼. >

 

산부인과에서 간호사가 준비해 달라며 잠시 나갔었다.

진단실에는 주사 맞는 작은 침대가 벽에 붙어 있었고 짧은 수술대가 있었다.

그때 내가 생각한 수술대는 맹장염 수술한 기억으로 당연히 긴 것만 생각했었고 나가는 그를 붙잡으며 배만 통통 두 들어 볼 것이니 그냥 곁에 있어 달라고 간청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긴 침대에 얌전히 누워 그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광경이 너무 우스꽝스러운 생각이 든다.)

곧이어 수술실에 들어온 의사와 간호사가 그 광경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너무 당황했었다.

의사는 간호사에게 나무랐고 간호사는 나에게 막무가내 화를 내며 그를 밖으로 내쫓았다.

간호사는 짧은 수술대 위에 올라가라며 짜증스러운 얼굴로 다시 나갔고, 비로소 산부인과 침대는 그런 것이라는 것을 곧 알았으며 동네 아주머니의 놀림감 되었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임신 초기에 독한 약으로 말미암아 기형아에 대한 가능성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조언도 해 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넌지시 물었다.

< 새댁 어때? 의사 선생님이 배만 통통 두드려보았지? ㅋㅋㅋ>

그는 동네 아주머니 말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그가 듣는 상태에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이 곤욕스럽고 창피스러웠다.

기형아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심하게 불안했었고 그에게 설득해 보려고 진지하게 말을 꺼냈었다.

< 기형아에 대한 불안감으로 도저히 안될 것 같아요. 그러니…>

<당치않은 소리 하지 마. 그럴 수 없어 그리고 그런 일 없겠지만, 만약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지킬 거야 앞으로 꿈에라도 그런 생각하지 마 >

비포장도로 돌부리에 행여나 넘어질 수 있다면 그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나를 업고 다닐 정도로 보살폈고 위험 한 곳은 지나칠 만큼 부축 하는 그를 보면서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초조한 나날을 보내지만, 그런 생각을 포기해야만 했었다.

 

그 후 음식을 먹지 못해 지칠 대로 지친 체, 냄새도 맡을 수 없을 만큼 심한 입덧이 시작되었다.

주인 할머니는 막걸리를 무척 즐겨 마시는 분이었다.

어느 날 할머니는 매스꺼운 속을 달랠 수 있는 것은 막걸리가 최고이며 곡주라 괜찮다고 하시면서 할머니도 옛 전에 마셨다며 조금 마셔도 괜찮다고 권유하셨다.

술은 평소에 아예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지만, 주인 할머니 권유로 마루에 걸쳐 앉아 한 모금 마시게 되었고 할머니에게도 한 잔 건네주며 마시게 되었다.

정말 막걸리가 이상할 만큼 속이 진정해지며 맛도 있는 것 같았다.

주인 할머니는 막걸리를 많이 드셨어 취하시고 마루에 누워 계셨고 나 역시 그동안 입덧으로 음식을 굶은 상태에서 한 잔에 그만 취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어 할머니 곁에서 벌렁 누워버렸다.

<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가 있다~~>

할머니는 술에 취하시어 옛 노래를 흥겹게 노래 불렸고 나도 상기된 얼굴에 얼큰한 목소리로 함께 흥에 맞추어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그때 그가 퇴근해 들어오며 눈앞에 벌어진 놀라운 광경에 놀라서 할머니에게 다급하게 나를 때어놓았다.

< 도대체 지금 뭐 하는 거야? >

< 새댁 이가 속이 매스껍다 해서 내가 막걸리를 좀 먹었어,. 괜찮아 그 정도는 괜찮아 새댁아~ 우리 노래 어디까지 했지? >

< 너는 부덕 막에 올려놓은 아기가 아니라 살얼음판에 올려놓은 아기 같아. 결혼을 해도 하루도 내가 마음 놓고 너를 볼 수 없으니,. 어쩜 좋아? >

그 후부터 태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고 그가 권하는 책과 태교의 클래식 음악, 내가 늘 좋아하는 올드팝 음악에 더욱 심취하게 많이 듣게 되었다.

 

시골 생활도 제법 익숙해지면서 동네 분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고, 동네 아가씨들도 차를 마시러 왔었고 시장 아주머니들도 우리에게 관심이 많은지 물었다.

< 부부예요? 남매예요? >

사이좋은 남매 같기도 하고 신혼부부 같기도 하다면서 헷갈려 오늘은 돈내기하셨다며 물어볼 만큼 우리에게 관심을 두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드디어 거울을 보면서 숱한 연습 끝에 시골 아주머니처럼 빨랫감을 머리에 얹고 두 손을 내리는 요령과 감각이 생겼다.

여름 방학을 맞이해서 부산에서 먼 여기까지 놀려온 여동생들을 데리고 냇가에서 신나게 빨래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논두렁 샛길에서 동생들에게 말했었다.

< 잘 봐. 본격적인 시골 아줌마 모습을 보여줄게. >

자신감 있게 그동안 연습한 빨랫감을 머리에 얹고 두 손을 살며시 내린 체, 실룩샐룩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을 본 동생들은 너무 놀라서 입이 딱 벌어져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 정말 우리 언니 맞아? >

< 우리 언니가 아닌 것 같아 와~ 너무 달라졌다.>

동생들이 그때까지 생각한 나의 평소 모습은 집안일은 동생들보다 돕지 않고 늘 빈둥거리는 모습을 보다가 시골 아낙네가 다 된 모습으로 긴 홈웨어에 빨랫감을 머리에 얹고 두 손을 내린 체,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걷었던 모습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며 한 번씩 이야기한다.

 

가을 어느 날 주인 할머니께서 고추장을 담는 모습을 보고 난생처음으로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작은 항아리에 고추장을 담아 보니 주부가 다 된 기분으로 마음이 뿌듯했었다.

날씨가 더운 날 고추장 항아리를 열어보니 3분의 2분량에서 갑자기 고추장이 가득 차 넘칠 정도로 많아진 것을 보고 너무 놀라서 내가 할머니에게 소리쳤다.

< 할머니 고추장 항아리가 요술해요 고추장이 갑자기 많아졌어요. 빨리 와 보세요. >

< 아이고 그 항아리가 희한하네 이러다가 찬 바람이 불면 또 요술할 텐데,.>

고추장은 날씨가 더워지며 숙성하는 과정에서 부풀어 오르고 찬 바람이 불면 부풀어 것이 내려앉는 줄 그때는 몰랐기 때문에 찬 바람이 부는 어느 날 고추장 항아리를 열어보고 다시 반으로 줄어진 고추장을 보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 할머니 누가 내 고추장 다 퍼 갔어요. >

< 헐~ 그러 줄 알았어. 찬바람 불면 누가 가져갈 줄 알고 있었다니까. >

할머니는 전연 놀랍지 않은 듯이 천연덕스럽게 말씀하셨고, 그런 경험으로 신혼 때 고추장 담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새해 설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는 그에게 즐겨 먹는 찰떡과 떡가래를 하고 오겠다고 말을 했었다.

< 어차피 설날에 본가 큰집에 가며 떡국을 먹을 텐데 임신한 몸으로 추운 곳에서 오랫동안 줄 서 있으며 힘들 데니 무리하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

옛날 그 당시에는 시골 방앗간은 설날이며 요즘과 달리 떡가래를 한 말 이상씩 할 때라서 방앗간이 북새통으로 혼잡했었다.

부산 극장 번화가에서 그 당시 명절이면 재미있는 영화를 보려고 관객들이 긴 줄을 지그재그 모양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 순간 연상되었다.

설날 대목 밑이라 남들은 큰 함지박과 작은 대야 등 여러 개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고 그중에 내 것은 한 되의 쌀이라 작은 바가지 그릇이 유난히 작아 보였다.

온종일 추운 밖에서 얼어붙은 발을 동동거리면서 기다린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지만, 방앗간 주인아저씨는 내 것을 무시하고 뒷사람 그릇을 가지고 갔었다.

< 아저씨 제 것은요? >

< 엥, 이것은 소금이 아닌가요? >

아저씨 큰소리에 시골 동네 아주머니들은 또 내가 무슨 사건을 만들지 않는지 항상 궁금한 터라 관심을 두고 방앗간 아저씨와 나를 번갈아 보는 것 같았다.

< 추운 날에 종일 기다려 거만 왜 제 것을 치우세요? >

작은 바가지에 담겨 있는 쌀을 손으로 가리키며 정색한 얼굴로 말을 했었다.

아저씨는 보자기를 열어보더니 작아서 소금인 줄 착각했다며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

<흠~  쌀 한 되니까, 반 되는 떡가래로 빼주시고요, 흠~ 반 되는 찰떡으로 해주세요. >

< 흐흐 후 푸푸 파~ 지금 무엇이라 했어요? >

아저씨와 주변 모여든 동네 아주머니들까지 내 말을 듣고 동시에 재미있다는 듯이 높은 웃음소리가 한참 들려왔고, 웃음소리가 어느 정도 끝날 때쯤 방앗간 아저씨는 억양 없이 단조로운 어투로 말했다.

< 새댁 있잖아요. 흠~ 떡가래를 만들려면 반 되는 기계에 들어가면 기계에 달라붙어 떡가래가 나올 것이 없고요, 그리고 흠~ 반 되로 찰떡을 해 주고 싶어도 일반 쌀로는 나는 도저히 찰떡을 만들 재간이 없으니 어쩌죠. 새댁? >

< 흐흐 푸 푸 파~ 하하하 >

모두 나를 두고 다시 웃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시루떡, 찰떡, 인절미 등 그런 것은 떡 모양에 따라 이름만 다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아시는 아주머니가 떡가래와 찰떡을 대신 다행히 주었기 때문에 가져 올 수 있었지만, 일단 창피스러워 줄행랑을 치듯이 돌아오는 뒷머리에서 그네들이 웃는 높은 소리는 환청이 들리듯이 계속 들려오는 것 같았다.

< 오늘은 떡 하러 가서 별일 없었어? 어째 너를 보며 오늘도 하루가 무사히 잘 지냈을까? 온통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을까? >

<별일‥없었어요,.>

말을 얼버무리며 그에게 찰떡을 슬그머니 내밀었다.

모든 시골 동네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더라도, 오직 그에게만 모두 비밀을 지켜주길 속으로 바라면서…

 

내 서툰 신혼 이야기를 더 많이 여기 일일이 적지 않았으나 왠지 내 이야기가 그 시골에서는 아마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찰떡을 먹을 때마다 그때 철없는 시절 추억으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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