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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39화) 나의 자서전 - 넷 번째 좌충우돌 신혼기 부분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09. 5. 21. 00:56

 

(39화) 나의 자서전 - 넷 번째 좌충우돌 신혼기 부분에서

 

 

냇가 둑 사건은 내 멋대로 말없이 가버리고 잠적한 점에 그는 흥분하고 화를 내며 나에게 소리쳤었다.

 

어린 나이에 결혼만 해주면 나의 모든 잘못도 감싸주고 떠받쳐주는 줄 착각했었다.

하지만, 떠받쳐주기는커녕 잘못은 그냥 넘기는 법이 없었고, 시골에서 아는 이 없이 먼 산에서 들리는 뻐꾸기 소리나 벗 삼아 하루를 지내게 되었고 장 날에 그가 심심하며 키워보라고 사다준 두 마리 토끼에게 그림물감으로 알록달록 칠한 히피족 엽기 토끼를(동네사람들이 엽기 토끼 모습에 무척 놀랬음) 만들어 팝 음악을 들려주면 팝송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고 말 못하는 토끼에게 질문하고 내가 대신 대답하고 오직 그의 퇴근만 기다리는 해바라기가 되다 보니 날이 갈수록 연애 시절의 수평관계에서 남편 위상 감이 수직관계로 점점 높아져 가는 것 같았고 그의 뜻대로 약혼식 날 우리 가족에게 약속한 말괄량이 길들이가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하루는 40~50M의 긴 폭 큰 냇가에 깨끗한 물이 많이 흘러 내리는 냇가 주변에 앉아 빨래하는 풍경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라 매우 흥미있게 보였고 타고난 호기심은 또다시 발동되어 아직 깨끗한 신혼 담요를 그네들처럼 냇가에 가져 나와 보았다.

 

부산 번화가에서만 살아온 나에게는 냇가에서 물빨래해보지 못한 내 첫 경험에 한껏 기분이 고조되어 얇은 물보다 이왕이면 깊은 물에서 헹구면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에 큰 비가 온 뒤 많은 물이 거세게 내려가는 냇물에 담요를 껴안고 겁 없이 냇가 중간에 들어가 팍 펼쳐보았다.

그 순간 급물살은 나와 담요를 스키보드를 타고 내려가듯이 순식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떠내려갔고 그 광경에 빨래터 아주머니들이 사람 떠내려간다고 고함으로 아수라장이 되었고 어느 분이 파출소에 또 신고하게 되었다.

 

여기저기 돌부리에 몇 번 넘어지다가 아주 큰 돌 바위에 크게 부딪치고 벌렁 자빠지고서 겨우 멈추었고, 담요는 돌부리에 갈기갈기 찢어져 이미 걸레로 변했으며 나 역시 여러 군데 혹 불과 멍든 상처로 엉망이 되었다.

빨래하던 동네 아주머니 수많은 눈이 낯선 나를 둘러서서 내려보았고 말 많은 빨래터에서 그날로 호되게 창피스러운 첫 신고식을 치르게 되었다.

 

출동한 파출소 직원이 며칠 전에 신고된 같은 장소에서 동일 인물 나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확인하게 되었고, 그도 뒤늦게 소식 듣고 황급히 달려왔었다.

경찰관은 그에게 못마땅한 기색을 역력하게 드러내면서 내가 냇가에 나오면 무슨 소동이 생기니 앞으로 가능한 자제해 달라는 부탁까지 받게 되었고 그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으로 한탄 썩힌 한 숨을 내쉬었다.

집에서 이마에 난 혹 불과 무릎에 까진 상처에 약을 발라 주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결혼 전에는 너의 변덕스러움으로 내 마음에 늘 시한폭탄을 안겨 불안하게 만들어놓고, 결혼해서 내 곁에 두면 안전하리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행동으로 또 날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니 널 어쩜 좋아? >

 

그 후 그가 싫어하는 냇가에 가지 않고 대신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웅덩이에서 웅크리고 앉아 빨래했었다.

웅덩이 물속에서 이상한 검붉은 쪼그만 것이 길어졌다가 갑자기 짧아지면 움직이는 것을 보고 흠찍 놀라 물러나면서 빨래를 멈추고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와 그에게 신기한 벌레가 물속에서 산다고 호들갑을 막 떨었다.

그는 내 설명에 벌레가 아니고 물속에 있는 찰거머리이며 살갗에 달라붙으면 피를 빨아 먹는다고 겁을 주었기 때문에 두 번 다시는 그곳에 갈 수 없었다.

 

 시원하고 매끄러운 냇가 물에 애써 외면하려고 했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그의 엄포 약속도 저버리고 속옷과 양말 타올 정도 작은 빨랫감을 세숫대야에 담아 또다시 냇가에 갔었다.

빨래터 아주머니들이 나를 기억하고 힐끔힐끔 곁 눈짓으로 쳐다보며 킬킬거리며 웃고 있었지만, 무사히 빨래를 끝내고 그가 점심 먹으러 오기 전에 냇가에 간 것을 숨기고자 서둘러 큰길보다 좁은 빠른 논두렁 샛길로 왔었다.

앞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많은 빨랫감 큰 통을 머리에 얹고 두 손을 내린 채, 엉덩이를 실룩샐룩 흔들면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었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다가 곧바로 발동되어 내 머리에 세숫대야 얹고 균형을 겨우겨우 잡고 조심스럽게 두 손을 살짝 내려보았다.

불길한 예감의 가벼운 세숫대야와 함께 그대로 모심기 전 담긴 흙탕물에 앞으로 내동댕이쳐 대자(大字) 으로 벌렁 펴져 버렸다.

"철퍼덕" 퍽 퍼지는 소리에 놀라서 뒤돌아 본, 아주머니가 눈과 이빨만 하얗고 온통 흙투성이 엉망으로 범벅되어 일어나는 내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 저번에 냇가 물에 빠져 떠내려가던 그 색시가 아이가? >

푹신한 흙탕물에 별 탈이 없이 어색한 자세로 일어나 흙투성이 빨랫감을 안고 허겁지겁 줄행랑치듯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마다 동네 분들이 뒤에서 킬킬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또한, 하필이며 대문 앞에서 점심 먹으러 들어오는 그와 딱 마주치게 되었다.

<또, 이게 뭐야 어디서… 뒹굴다가 이런 꼬락서니가… 되었어? >

나는 변명거리를 찾으려고 어색하고 어설픈 미소로 그의 눈치를 살폈고,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 모습에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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