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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40화) 나의 자서전 -넷 번째 좌충우돌 신혼기 부분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09. 6. 5. 02:13

 

(40화) 나의 자서전 -넷 번째 좌충우돌 신혼기 부분에서


나는 그에게 흙탕물에 빠지게 된 이유를 말을 더듬으면서 어눌한 핑계로 설명하였다.

그는 아주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 앞으로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제발 놀라게 하지 마! >

당장 흙탕물이 튀겨진 그 꼴로 점심을 챙겨줄 수 없는 상태였고 그는 점심도 먹지 못한 체, 직장으로 돌아갔었다.

점심 식사도 못 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저녁은 특별히 맛있는 저녁상을 마련하고 싶어 집 청소도 말끔하게 하고 평소 화장하지 않는 얼굴이지만, 화장도 화사하게 하고서 시장으로 나섰다.

동네 큰 나무 평상마루에 앉아 계시는 아주머니들이 낯선 도시 새댁의 실수에 관심을 끌리는지 지나가는 내 뒷모습에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미역과 여러 가지 나물, 꽁치 사 들고 왔으나 음식 기초 상식이 부족해 주인 할머니에게 달려가 양념에 대해서 물어지만, 무침에 들어가는 것이 그때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엌으로 돌아와 양념이 비슷하니까 번잡스럽게 따로 넣을 것 없다는 생각으로 양념을 모두 끄집어내어 고추장에서 고춧가루, 마늘, 참기름, 참깨, 설탕, 식초까지 몽땅 한꺼번에 섞어서 콩나물무침, 무 무침 등 구별 없이 똑같은 양념을 넣었다.

그렇게 엉터리 무침을 만들어놓았고, 꽁치구이는 프라이팬에 굽는 것보다. 주인집 장작불에서 석쇠로 굽는 것이 더 맛있을 것 같아 불 조절에 서툰 나는 그만 새까맣게 태우고 말았다.

미역과 쌈으로 먹는 쇠다시마를 구분하지 못해 바다에서 나오는 미역같이 생긴 것은 모두가 미역으로 착각하고 뻣뻣한 쌈 쇠다시마를 사와 미역국이라고 끊었다.

조선간장과 양조간장 쓰임새를 몰라 미역국에 양조간장을 넣어 끊으니 친정에서 어머니가 끊어주신 미역국은 미역도 부드럽고 국물도 맑았지만, 내가 만든 엉터리 미역국은 아무리 끓어도 쇠다시마는 숨이 죽지 않고 여전히 뻣뻣하고 양조간장 국물은 시커먼 색이 되었다.

음식을 할 줄 모르니 진땀만 흘렸고, 그때야 친정어머니 말씀 듣지 않고 음식을 배우지 못한 점에 후회가 들었고 반성하게 되었다.

그때 어린 나이에 결혼은 사랑만 있으면 다 되는 줄만 알았으니….

 

그가 퇴근하였고 오전 냇가 흙투성이 사건으로 배고픈 그에게 저녁밥 상을 내밀었다.

그는 차려진 이상한 밥상을 한참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나에게 질문했었다.

< 먹물 같은 이것이 뭐야? >

< 미역국.>

< … >

<그럼 시커먼 숯덩어리는 뭐야?>

< 꽁치구이.>

<… >

< 나머지 똑같은 색깔들은 다 뭐야? >

<  잘 살펴봐요! 콩이 달린 것은 콩나물무침… 콩이 안 달린 것은 무 무침…. >

그는 내 요리에 한 숨을 내쉬었다.

< 도저히 안 되겠다. 음식 기초 상식조차도, 모르니 우리 집으로 돌아가서 우리 어머니에게 음식을 배워서 돌아와.>

나에게 늘 불만이 많으신 무서운 시어머니 단어만 나와도 겁먹은 표정으로 덜컹 겁이 났었다.

< 내일부터 주인집에서 음식도 배우고 요리책도 사 와서 열심히 공부해서 배울 테니 어머니에게 절대 안 갈 것에요! >

외로운 시골에서 그는 나를 감싸 주기보다는 그의 말에 구실을 달지 못하도록 하면서 내 멋대로 하는 고집에는 절대 용납하지 않았고, 날이 갈수록 나의 거센 기(氣)는 꼬리를 내리게 되었다.

결혼식 때 없는 돈으로 맞춘 비싼 웨딩드레스로 무슨 파티장에 갈 것처럼 생각한 것이 그 옷은 결국 연탄불이나 갈다 보니 누런색 얼룩과 연탄불에 구멍이 뚫려 결국 아깝게 버리면서 결혼의 무지개 같은 허황한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다.

 

주인집은 많은 논밭을 가진 부자이었다.

그날은 주인집 모심기하는 날이라 모두가 분주했었고, 그리고 한 사람 손도 아쉬울 만큼 바빴다.

시골을 난생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농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고 서툰 부엌 일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점심 반찬으로 준비하는 많은 나물도 씻어주었고 또 다른 일을 시켜달라고 했었다.

주인 할머니는 중참을 들고 모심기하는 논에 갔다 올 동안 아궁이에 장작으로 불을 지퍼 놓고 큰 가마솥에 많은 나물을 삶아 데쳐내야 하는데 왠지 내가 잘못할 것 같다며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 걱정 마시고 가르쳐 주시고 얼른 다녀오세요.>

할머니는 장작불에 나무를 넣는 법과 물이 펄펄 끓으며 나물을 넣고 새파랗게 색깔이 변하면 바로 건져서 찬물에 씻어 소쿠리에 건져 놓으라고 하시고 오늘 비빔밥에 넣는 나물이니 절대 잘못되면 큰일 난다며 몇 번이나 당부하시는 얼굴에서 몹시 불안한 기색을 역력하게 드러내며 논으로 급하게 가셨다.

 

나 역시도 어떻게든 잘하고 싶었다.

( 물이 펄펄 끓고 나면 나물을 넣고 새파랗게, 새파랗게…, )

혼잣말로 잊지 않도록 잔뜩 긴장하고 머릿속에 계속 입력하느라, 장작불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처음 해보는 장작불은 굉장히 어려웠고 아궁이 불길 속에서 역풍이 한 번씩 불어와 눈도 맵고 눈물도 흘리면서 불 조절에 아궁이 속으로 얼굴을 넣다가 머리카락마저 태웠고 눈물 흘린 얼굴에 검정을 묻혀 엉망이 되었다

큰 가마솥 물이 드디어 펄펄 끓었고, 많은 나물을 한 아름 무겁게 안아서 가마솥에 넣어두고 다시 아래 장작불 조절에 힘썼다.

나물은 뜨거운 물 속에 들어가는 즉시, 새파래지는 것을 그 당시는 몰랐고 여전히 장작불 조절에 신경에 몰두하면, 빨리 새파래지도록 바라면서 가득히 나무만 넣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후, 나물을 살펴보았지만, 타임을 놓친 나물은 이미 짙은 갈색이 되어 있었지만, 나는 아직 새파란 색이 안될 줄만 알았고 새파래지도록 또다시 열심히 장작불에 나무만 마구 넣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나물은 새파란 색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주인 할머니는 논에 갔다 들어오시다가 아직 나물이 펄펄 끓는 물에 있는 것을 보시고 나물이 아닌, 할머니 얼굴이 되레 새파랗게 질려 허둥지둥 함지박도 팽개치고 발을 동동 굴렀다.

< 아이고~ 이 일을 우짜면 좋노~ >

< 아직 새파랗게 안되었어요. >

할머니는 급히 가마솥 휘저었지만, 나물 건더기는 그야말로 이미 죽이 되어 실종되어버렸다.

그때 점심 먹으러 들어오던 그는 이번에는 흙탕물 아닌 장작불에 탄 엉켜진 내 머리카락에 시커먼 거스름 검정 묻힌 얼굴과 할머니는 울상으로 나물을 못 쓰게 되었으니 어떻게 비빔밥을 하느냐고 불평을 늘어놓으니 그는 단번에 내가 또 무슨 일을 벌어지게 했는지 대충 상황을 알아차리고 미안한 긴 한숨만 쉬고 있었다.

<나는 정말 그저 돕고 싶을 뿐이었는데. >

 

잘하고 싶었지만, 결론은 할머니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고 결국 귀한 엄청난 장작만 허비시켰고, 주인집 가족은 그날 밤 방이 불이 날 만큼 너무나도 뜨거워서 도저히 한 발도 방에 들어 놓을 수 없을지경이라 할머니 가족은 모두 바깥 마루에서 이불 들고 나와 바깥 추워에 벌벌 떨면서 밤새 별 보고 자야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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