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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43화) 나의 자서전 -넷 번째 좌충우돌 신혼생활기 부분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10. 4. 27. 14:48

 

(43화) 나의 자서전 -넷 번째 좌충우돌 신혼생활기 부분에서



시어머님이 우리가 사는 먼 시골까지 오셨다.

약혼식 때부터 아들 장래를 망쳐놓은 못마땅한 며느리라며 늘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대하시는 분이며 그리고 지나치게 깔끔하신 시어머니께서 오신다는 통보만 받아도 그날부터 서둘러 초긴장 상태로 몸살을 앓을 만큼 쓸고, 닦고, 입술이 부어터질 정도로 열심히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게 또 닦았다.

시어머니는 먼지에 예민한 분이라 매일 사용하는 수저도 헝겊에 꼭꼭 감싸 놓아야 하고 매일 규칙적으로 나무젓가락에 헝겊을 둘둘 감아서 보이지 않은 문턱 아래 낀 먼지까지도 엎드려 닦아야 하며, 화분도 지저분한 흙이 떨어질 수 있다면 키우지 않은 깐깐하고 까다로운 분이라 무척 긴장이 되었다.

딸 없이 아들 형제분만 키우신 분이라서 그런지 이 세상 모든 여자는 시어머니처럼 당연히 그럴 것이라 믿고 계시는 분이다.

결혼 전에는 대충 덜렁 되며 왈가닥 말괄량이로 멋대로 살아왔고 동생들보다 집안일은 아예 나 몰라라 손가락도 까닥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면서 살아 거만, 결혼 후 임자를 제대로 만났고, 그런 시어머니에게 보고 자란 타고난 빈틈없는 완벽한 그의 성격도 모든 것이 제자리에 꼭, 있어야 하고 옷걸이 옷도 조금이라도 비틀어져 걸려 있어도 못 보는 성격이며 수건도 끝 부분도 딱 맞게 접지 않으면 불편한 성격이며 방에 앉기 전에 먼저 손으로 방바닥을 훑어보아야 하고 현관 신발도 키대로 제자리에 있어야 했었다.

내가 어쩌자고 완벽한 결벽증으로 뭉쳐 있는 집으로 시집을 왔는지 내 앞날이 캄캄하게 느껴졌었다.

시어머니는 오시자마자 옷장 서랍부터 시작해 된장, 고추장 항아리까지 모조리 다 검사하셨고 나름대로 모면하기 위해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그렇게 열심히 쓸고 닦고 하였지만, 돌아온 것은 완벽하지 못하게 산다고 역시 나무라셨다.

만삭이 된 무거운 몸을 불구하고 서툰 음식 솜씨로 시어머니를 대접하려니 지칠 대로 지쳐 몹시 힘들었다.

조그만 신혼 단칸방 곤란한 처지의 부자연스러운 잠자리에서 효자인 그는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지만, 시어머니 잠자리에 소외감을 느끼면 안되라면 중간에 주무시게 하였고 아들 손을 잡고 정말 중간에 누워신 시어머니를 멍한 기분으로 모자를 줄곧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시어머니 몰래 한 손을 머리 위로 뻗어 내 손을 살며시 꼭 잡아 주었지만, 그래도 그날 밤은 많은 소외감이 밀려왔었다.

 

어느 날 옆방에 세들어 사시는 분이 간장을 좀 달라고 하셨다.

나는 시어머님에게 여쭈어 보고 드리겠다고 했지만, 아주머니는 시어머님이 무서워서 싫으니 그냥 몰래 달라고 하셨다.

장독대에서 간장을 퍼 드리고 안방으로 돌아보니 시어머니와 눈길이 마주쳤고 몹시 놀라 당황하며 안방으로 호출되었다.

어른이 계시는데 여쭈어 보지 않고 내 멋대로 행동한다면 크게 단호하게 나무라셨다.

친정어머니에게 배운 것이라고는 남들에게 퍼 주는 것을 늘 보고 자라서 그런지 그때는 왜 이런 문제로 혼쭐나야 하는지 너무나 대조적인 집안 환경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고  친정어머니 같으면 내가 칭찬을 받을 문제가 아닌가 그때는 그런 생각으로 서러웠다.

온 종일 있어도 말 한마디 안 하시는 무뚝뚝한 윗동서 형님은 꾸중하시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하였고, 시어머니 눈에는 내가 미운 오리 새끼처럼 무엇을 했다면 무조건 계속 혼쭐만 났었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신 시아버지도 일본에 계셨기 때문에 시 갓집에서는 나는 늘 외톨이가 되었다.

 

설날을 시 갓집에서 보내고 시골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시어머님이 반대하셨고 대구에서 출산하고 몸조리하고 그리고 아주 천천히 가라고 하셨다.

예정일을 맞추어 병원에 입원했지만,  초산이라 너무나 힘들게 5일이 늦게 첫 딸을 출산하였다.

옛날 그 당시는 아들을 선호하는 시대라서 첫 딸마저 시어머님 눈에 밉상으로 눈치를 받아야 했으면 친정에서 산후 몸조리도 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완강히 거절하셨다.

또한, 아이러니하게 같은 해에 윗동서 형님은 두 번째 아기 첫 아들 출산하시어 시어머님은 매우 기뻐하셨고 더욱더 눈치 보는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다.

 한 번 도 따뜻한 눈길 주시지 않았고 미소를 짓는 모습도 본 적 없는 무서운 시어머니 밑에서 어떻게 편하게 누워서 산후조리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생각과 달리 시어머님은 당신이 산후조리를 못 하시어 평생 고생한 적이 있다시면 정성껏 끊어 주신 부드러운 미역국과 산후 뒷바라지는 지금까지 먹어 본 미역국 중에 평생 잊을 수 없는 맛있는 미역국으로 기억에 남았다.

시어머니는 굉장히 어렵다는 개념으로 무조건 무서운 분인 줄 알았지만, 그 계기로 시어머니를 가까이하지 못한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하고 싶었다.

 

따뜻한 봄이 되어서 시골 우리 집으로 아기를 안고 왔었다.

< 우리 아기 아주 예뻐! 정말 고마워! >

< 임신 초기에 멋모르고 먹었던 독한 회충약으로 10달 내 가슴조아리면 마음고생해 아기 처음 봤을 때 손가락 발가락 열 개가 맞는지 그것부터 살펴보았어요. 천만다행이에요.>

< 그러니 네 말 듣고 잘못 선택했으며 어쩔 뻔했어. >

시골로 아기를 안고 돌아온 나에게 동네 사람들은 궁금한 터라 아기에게 관심을 두고 모여들었다.

그는 동네 분들에게 아기를 보여주면 자랑을 했었다.

<우리 아기 아주 예쁜 것 같지 않나요? >

주인 할머니와 동네 분들이 호기심으로 아기를 살펴보고는 아무도 예쁘다는 말씀은 하지 않았었다.

< 흠~ 실하게 튼튼하게 생겼네….>

다음날도 어느 분도 예쁘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 없이 한결같이 공주를 씩씩한 남자애 취급하듯이 건강해 보인다. 실하게 생겼다. 튼튼하다는 소리뿐이었다.

< 나는 예쁘고 잘 생긴 것 같은데 왜 동네 분들은 아무도 예쁘다는 소리를 하지 않을까? >

< 내가 봐도 예쁜 얼굴은 아닌 것 같아요. >

< 뭐야? 아기 엄마 맞아?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 하는데? 어쩜 아기 엄마라는 말투가 그래.>

그 말에 나에게 화를내었다.

 

그 후 친정어머니께서 아기 보려 부산에서 오셨다.

< 어머님 우리 아기 아주 예쁘게 생겼죠? >

보대기에 쌓인 아기를 풀어 보시더니 친정어머니는 실망하는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 내가 얼마나 큰 기대 했는데, 자네 얼굴도 영화배우 뺨칠 만큼 잘 생겼고 우리 딸도 내 눈에는 항상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두 사람 사이에 기대만큼 생기지 못했을까? 동네 사람들도 나처럼 전부들 그렇게 생각했을거야…. >

나는 왜 동네 분들이 건강하게 생겼다, 실하게 생겼다는 이유를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 이렇게 예쁘고 잘 생기는데 왜? 모두 그러실까?>

 그가 퇴근해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식사도 하지 않고 오직 아기만 돌보는 그에게 친정어머니가 안쓰러워 걱정하셨다.

< 자네 배고플 테니 식사부터 하지? 아기는 엄마가 잘 돌보잖아.>

< 아직 아기가 아기를 낳아서 제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요. 임신인 줄 모르고 독한 회충약을 먹지않나, 그러니 도저히 제가 미심 찍하고 아기 맡기기가 불안해요. 어머님 이제는 제가 두 명의 아기를 돌봐야 해요.>

그의 노파심 많은 완벽한 성격은 실수를 잘하는 나를 믿을 수 없다면 그가 없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였다.

세숫대야 목욕 물에 아기가 물에 혹시 빠질 수도 있다면 퇴근 후에 함께 씻겨야 했다.

(세숫대야 물속에 빠지면 건지면 될 것이고.)

 온도가 뜨거운 우유를 먹을 수도 있다.

( 그럼 잠시 식혀서 먹이면 될 것이고.)

헝겊 기저귀 끝이 가운데로 접으면 아기가 불편하다.

( 그럼 다시 접으면 될 것이고.)

 손톱깍기도 사용하지 않고 혹시나 아기에게 상처가 생길 수 있다면 그의 이빨로 손톱을 씹어서 입속의 감각으로 자르고 심지어 예방접종도 나를 믿을 수 없다면 병원에 함께 가거나 꼭, 병원에 전화로 확인하는 둥, 이 세상에서 혼자만이 아기를 키우는 사람처럼 지극 정성으로 아기한데 잘하는 아빠가 되었지만, 그 반면에 아기에 대해서는 그에게 철저하게 감시 받아야 하는 너무나 고달픈 아기 엄마가 되어야 했다.

 

어느 봄날 휴일 그가 좋은 날씨라며 집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 가자고 그랬다.

망설이는 나에게 왜 그러냐고 묻었다.

< 오늘은 왠지 발령이 날 것 같아요. 어제 꿈속에서 관용지프에 당신을 태워서 가는 꿈이 너무 생생하게 꾸었어요.>

그는 내 말에 나이에 걸맞지 않은 너무 웃기는 말을 하고 있다면서 소리 내 웃었고 어쩔 수 없이 찜찜한 상태로 차를 타고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가에서도  꿈이 너무나  생생해 종일 편치 못했다.

그에게 혹시나 사무실에 전화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묻었지만, 그는 휴일에 별일 없다고 무시하였다.

계속 보채는 나를 그는 거부하지 못하고 전화를 걸게 되었고 그의 얼굴이 갑자기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그리고 여태 학수고대하고 기다린 임시 대기 발령난 경북 먼 시골에서 서울 중앙 대통령이 계시는 청와대로 오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의 시골생활과 아기까지 선물 받은 제2의 고향을 가슴에 안은 체 아늑하고 평화로운 푸른 시골을 아쉽게 돌아보면서 서울로 향했다.

 

그의 근무처와 가까운 종로구 가회동에서 두 번째 서울생활이 시작되었다.

월급은 시골이나 서울이나 변화가 없었지만, 아기도 생겼고 물가도 비싼 서울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부어 온 적금은 위기를 맞이하였다.

일본에서 출국하신 시아버지께서 시어머님과 함께 서울 우리 집에 오셨고 2박 3일 계셨다.

시아버지에게 마지막 밥상에서 불쑥 계산서를 내밀었다.

< 이것이 무엇이냐?>

<예~  2박3일 두 분이 드신 밥값과 숙박비 계산서이에요.>

두 분은 당황하시면서 반문하셨다.

<뭐~ 계산서라니? >

내 엉뚱한 충격적인 계산서를 받아들더니 시아버지는 호기심으로 보셨고, 시어머니는 잔뜩 면박을 주면서 화를 내셨다.

< 결혼하면 제가 밉다고 경제적으로 한 푼도 안 도와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럭저럭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적금해약 할 수 없으니 숙박비로 도와주세요. 아버지~~~ 제가 공무원 월급이 대단히 많은 돈인 줄 알고 50% 적금 넣고 썩은 생선 먹고 피부병이 생겼고, 요즘은 버스비를 아끼느라 발이 부어 오를 먼 거리를 아기를 업고 걸어 다녀요. 제가 착하지 않아요. 아버지~~~>

볼멘소리로 아양을 떨었다.

< 그럼 어디 보자 무슨 계산서가 일류 오성 호텔보다 더 비싸냐? 그렇다고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린 음식을 주었나? 몇 가지 서툰 반찬을 내 놓고는 뭐가 이렇게 비싸냐? >

< 아버지 호텔은 돈만 있으면 아무나 갈 수 곳이지만, 우리 집은 아무나 잘 수 없는 곳이잖아요.>

< 단칸방에 비좁게 불편하게 함께 자는데 숙박비를 다 받다니 나 원 참.>

< 그럼요 제가 재미난 이야기 해 드리게요. 그 대신 이야기 값을 주셔야 해요.>

< .....>

<제가요…. >

시골에서 좌충우돌의 일어난 사고와 사건으로 급물살에 담요로 스키보드를 타고 내려간 이야기를 비롯한 뻣뻣한 쌈 쇠다시마로 미역인 줄 알고 국 끊인 이야기, 주인 할머니 모심기하는 날 나물을 몽땅 죽으로 만들고 뜨거운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추운 평상마루에서 주인 식구들이 별보고 잔 이야기,  찹쌀과 일반 쌀을 구별 못 해서 일어난 방앗간 이야기를 거침없이 호들갑을 떨면서 들러 주었다.

< .......>

두 분은 한참 동안 멍한 상태로 계시더니 정신을 차린 듯이 목청을 가다듬으면서 한심한 표정을 지으시고 말씀하셨다.

< 네가 지금 무엇을 한참 착각하는 모양인데 우리는 네 친정 부모가 아니라 시부모인 줄 알고 있느냐? >

<그럼요 알죠! >

<알고 있다고? 그런데 그런 말을 우리 보고 들으라고 지금 하는 거야?>

< 아버지가 너를 딸처럼 대할 것이라고 그래셨잖아요. 딸이니까,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잖아요.>

< 아무리 그렇지만.....>

< 이야기 팁 값까지 얼른 주세요.>

< 아이고 휴~ 불쌍한 우리 아들….>

시어머니는 구제불능 며느리를 한심한 기색으로 하늘이 무너지는 한숨을 무겁게 내쉬었었다.

<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그랬지만, 지금은 잘한다는 이야기이에요.>

두 분은 얼굴을 마주 보시면 아주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허허 허탈한 웃음을 계속 지으셨다.

< 그래서 우리 아들이 너에게 푹 빠져 정신이 나갔구나! 허허 ~>

약혼식 때부터 여태까지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보지 못한 엄한 무서운 얼굴로 나에게 꾸중만 하시던 시어머니께서 혹시라도 더 화를 내시면 어쩌나 싶어 지만, 다행스럽게도 매우 어이가 찬 가소로운 허탈한 웃음을 지으시는 얼굴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서울에 오시면 우리 집 숙박비가 비싸서 호텔에서 주무실 것이라면 웃으시고 시아버지는 두툼한 많은 돈을 주셨다.

두 분을 배웅해 드리고 속으로 커다란 환호성을 지르며 은행에다 몽땅 저축을 하고 나니 갑자기 부자가 된 커다란 자부심을 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정육점을 둘렸다.

< 저~ 아저씨 여기서 제일 싼 고기가 뭐에요?>

살코지도 아닌 내장 부서러기 고기를 조금 사와 야채로 양을 부풀어 특식 밥상이라며 그에게 올렸다.

< 오늘 웬일이야? 고기 같은 것이 다 있고?>

< 예~그런 것이 있어요. 특별히 숙박비 받은 돈이 생겼어요.>

<무슨 숙박비?>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았고, 나는 우는 아기를 달래면 벽에 걸린 거울에서 아주 낯선 또 다른 내가 그 거울에서 아기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어설픈 재태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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