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나의 자서전-두 번째 첫사랑 이야기 부분에서
가로수 밑에 떨어지는 비가 내 우산 위에 내리고 있었다.
일찍이 토요일 모의고사 마치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 집에 가서 수다 떨고 싶은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이런 날에는 얼마 전 본, 인상깊은 영화 속에 그 여배우가 생각나서 그녀처럼 옷, 우산 전체 노란색으로 모방하고 길을 나섰다.
머플러는 노란 색이 없어 노란 머리띠로 대처했지만, 거리의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도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이렇게 입고 보니 나도 괜찮은 숙녀 같아! )
혼자 말로 되새겨 가면서 건널목을 지나갈 때였고 생각하지도 못한 그가 내 우산 속으로 들어왔었다.
그의 큰 키에 우산이 높아지면서 내 얼굴이 비에 젖었다.
한 우산 속에서 그를 보는 순간은 반가움과 설렘으로 가슴이 마구 뛰고 콩닥거렸다.
두근거리고 당황하는 내 감정을 누르고 표정관리 숨기기가 바빴다.
< 어디 가는 길이야? >
<어. 친구 집에,.>
아주 태연한 척 말했다.
< 그렇구나! 반대쪽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니, 비가 오는 이런 날에 눈에 잘 띄는 토탈 노란색으로 차려입은 아가씨가 누굴까? 하고 호기심으로 봤는데, 호~ 너였어.>
나의 뜻밖의 차림새에 약간 놀라 하는 표정으로 위아래로 훑어 보면서 의아한 듯이 말했다.
< 너를 남자 애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오늘 옆에서 가까이 보니, 영 달라 보이네! >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고, 나는 얼마 전 어두운 골목길에서 구원해준 늠름한 멋진 모습이 떠올라 백마를 탄 왕자를 만나는 듯이 반갑고 설렘으로 웃었다.
이제는 그가 잘 생겨 보이기까지 했고 나의 감정이 엿보이는 것 같아서 진정하고자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그의 키에 맞추어 우산을 높이 올렸지만, 불편한 듯이 우산을 뺏어 자기 키에 맞추었다.
< 키 좀 키워라, 넌 그 성질 때문에 키도 안 크는 거야! >
옆에 나란히 걷고 보니 초등학교 시절과 달리 내가 아주 작아 보이는 것 같았다.
친구 집 앞에 도달되었을 때, 그가 나에게 우산을 건네주면서 머뭇머뭇 망설이는 말투로 말했었다.
<내일,. 해운대 바다가 보고 싶은데,. 같이 갈래,,,? 내일 이 시간에 여기서 기다리게,.>
그런 말하는 것이 어색한지, 우산을 나에게 건네주고 비가 오는 거리 속으로 쑥스럽듯이 뛰어갔었다.
기다림은 벌써 내일로 향했고 설렘임은 파도의 물결로 변해서 나의 꽉 찬 가슴에 밀려오는 것 같았다.
그날 밤도 역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예쁘게 다듬는다고 설레는 감정으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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