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나의 자서전-두 번째 첫사랑 이야기 부분에서
그들은 갔었고, 구경꾼들도 흩어졌으며 그의 얼굴 상처는 엉망이 되어 볼 수가 없었다.
오늘 특별히 가지고 온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려니, 창피한 듯이 손수건만 갖고 내 손을 뿌려 쳤었다.
그는 내 손수건으로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듯이 덮어 버리고 한동안 백사장에 누워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다만 진정 하기만 잠시 기다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엉망이 된 그의 얼굴을 보고는 놀란 사람들은 다들 피했다.
버스 제일 뒷좌석에 앉았고 사람들이 뒤돌아 힐끗힐끗 쳐다보았고, 모두 옆 좌석에는 앉기를 거부했었다.
젊은 세대가 앞으로 걱정된다는 그런 눈빛들을 보내는 것 같았고 쳐다보는 눈빛들이 부담스러워 나 역시 떨어져 앉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내 그런 행동을 의식했는지 버스가 시내 번화가의 화려한 불빛으로 들어 설 동안, 한 마디 없이 창 밖으로만 응시하고 있었다.
<이번에 나는 내려야 하는데,. 잘 가,.>
어색한 말투로 그의 눈치를 보며 서둘러 내렸고 그도 따라 내렸다.
<이 얼굴로,. 엄마 보여주기 싫어,. >
<왜? 평소에 너희 엄마가 많이 봤을 텐데,. >
그가 일그러진 얼굴로 그 말에 피식 웃었다.
< 시내는 아는 안면이 많아 창피하니까 일단 여기서는 피하자. >
그는 불안한 얼굴로 내 손을 잡아 이끌고 주변 공원 쪽으로 뛰었다.
공원에 있는 화장실 물로 제법 얼굴이 말쑥해져 왔고 다소 얼굴 붓기도 많이 빠진 것 같았다.
< 괜찮아 보여? >
<어,. 응.>
<고마워! 오늘 일은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너 보는 앞에서 비참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또한, 좋은 경험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사실 바닷가에서 네가 아프게 맞아봐야지 당하는 아픔의 심정 알 수 있다는 말, 정말 충격적이었고 좋은 교훈으로 받아들였어! 비로소 억울한 아픔이 뭔지 알 것 같았어! 그리고 네 말 듣고 맞으면서 뭘 생각한 줄 아니? 담배충고, 맞아보라는 말 누구도 나에게 감히 하지 않았는데, 너의 남다른 강한 개성에 묘한 매력을 느끼면서 사실 당하면서도 왠지 기분 나쁘지 않았어. >
의미심장한 미소를 가까이 다가와서 보여주었다.
<버스 속에서 넌, 날 창피스럽게 생각했고 내 옆에서 떨어져 앉을 때는, 한 번 더 비참한 기분에 너를 의식하게 되었고 나도 이제 정말 달라지고 싶었어! 내 옆에 앉을 수 있는 떳떳한 친구가 되어 주고 싶어! 버스 타고 오는 동안, 내 얼룩진 생활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 많이 생각했고 결심한 거야! 오늘부터 과거의 내가 아니고 새로 태어나기로! 넌, 지금까지 장난으로 만난 여자들이랑, 너무 달라! 그리고 오늘 바닷가에서 너와 약속한 새끼손가락 약속도 꼭, 지키고 싶어! 달라지는 내 모습, 계속 지켜봐 줄 수 있지? >
< 어,. 응. >
그 말을 듣는 순간은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자신 없이 대답했다.
< 그럼 됐어! 집까지 바래다주게. 앞으로 널 많이 좋아할 것 같아!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밤늦게 싸다니는 것은 질색이야 저번처럼 봉변당하지 말고. >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그가, 내 마음 알 수 없는 한구석에서 부담감으로 멀어지는 것을 한순간 느껴지고 있었다.
우리 집앞, 그의 얼굴은 멍들어 어두워 보여도 미소는 밝게 웃고 손을 흔들며 골목길을 사라지고 있었지만, 그의 뒷모습에서 피투성이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잠깐 그를 좋아하고 설레던 감정들이 낯선 혼란스러움으로 거품처럼 사그라지며 서로 엇갈린 속마음을 그에게 보냈다.
(오늘 너의 그런 모습을 보지 말아야 했어,. 미안해! 넌, 특별한 내가 좋다고 했지만 난, 아닌 것 같아! )
철없는 얄개에서 벗어나 처음 느껴본 첫사랑 떨림의 감정이 그가 결코 이상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차츰 식어버리는 것에 아쉬움으로 남았고, 어제까지 마음 설렘으로 잠 못 이루고 보았던 거울은 오늘은 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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