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나의 자서전-넷 번째 좌충우돌 신혼기 부분에서
동해를 끼고 옛날 그 당시만 해도 대구에서 7~8시간 소요? 하는 비포장도 덜렁거리는 시외버스로 감기 기운과 차멀미에 시달리면서 경북의 끝에 있는 읍 소재지에 도착했었다.
부산 번화가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까지 그곳에서만 자라온 나로서는 시골 생활이 낯설고 불편했지만, 그곳은 군청, 영화관도 있었고, 무엇보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림같이 전개된 숲 속에 들리는 뻐꾸기 소리와 어울러 큰 냇가에서 흐르는 물소리는 도시에서 잘 듣지 못한 나에게는 자연의 웅장함과 신기 감마저 느껴왔었다.
그는 퇴근 후 다방에서 만나 커피도 마시고 그동안 하지 못한 외식과 영화도 보자며 기분 좋은 약속하고 출근했었다.
신혼 작은 단칸방이 아무리 임시 거주하는 한 달이라 하지만, 창문이 너무 설렁하게 느껴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비비안이 커튼 옷처럼 핑크빛 한복 치마가 왠지 입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뜯어서 커튼을 대충 만들어 달아보았다.
분위기가 훨씬 좋은 핑크빛 방으로 바뀌고, 옷가방 위에 예쁜 천으로 덮고 화장품을 올려보니 그런대로 요긴하게 화장대로 변신하였다.
또한, 부엌 찬장도 없어 그릇을 둘 곳이 마땅치않아 나무 사과 상자를 옆으로 엎어놓고 커튼을 달고 보니 예쁜 찬장이 되었다.
그리고 빈병에 들에 핀 꽃을 꼽아보니 훨씬 분위기가 있는 아담한 신혼 방으로 변신한 모습에서 나는 작은 행복감을 느껴보았다.
어느덧 그의 퇴근 시간이 다가왔고, 결혼 후 처음으로 가져보는 데이트라 기대가 되었고 들뜬 기분으로 약속된 다방 문을 밀고 들어갔었다.
그는 아직 오지 않았고 자리를 잡아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주문하지 않은 커피를 다방 아가씨가 나에게 갖다주면서 말을 했었다.
< 저쪽에 앉은 남자분이 아가씨에게 차를 대접하고 싶다면 보내 준 것이에요.>
< 예? >
주변을 돌아보니 어떤 낯선 남자가 불쑥 손을 들고 쑥스럽게 일어나면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커피와 인사를 무시하고 돌려보내지만, 그 낯선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 엉거주춤하게 말을 걸려고 했었다.
그때 그가 들어왔었고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된 그는 불쾌한 인상으로 그곳에서 나오게 되었고 그 일로 모처럼 그와 멋진 데이트를 꿈꾸고 나온 나는 어둡고 깜깜한 냇가 둑에서 언쟁으로 싸우게 되었다.그때의 상황을 완전히 파악도 하지 않은 체. 그의 언짢은 기색은 무조건 내가 품위 없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며 억울하고 애매한 소리로 윽박지르고 몰아붙였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는 지나치게 화를 내고 있었고 굳이 가치없는 결백을 설명할 조차도 느낄 수 없어 더는 냇가 둑에서 불어오는 찬 밤 공기에 참고 듣는 것조차 부질없다는 생각으로 화가 치솟아 말없이 되돌아 와 버렸다.
그는 내가 가버린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질러대는 높은 흥분된 목청소리는 한참 동안 어둠을 타고 멀리까지 들려왔었다.
그는 한참 흥분하다가 아무런 낌새를 못 느껴 뒤돌아보니 내가 없었고 갑자기 그의 시야에서 사라진 내가 어두운 냇가 둑에 빠진 것으로 착각하게 되었고 놀라 허둥거리다가 긴급 파출소에 신고하게 되었다.
밤중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나를 찾아 발칵 뒤집어 강둑 가를 벌집을 쑤셔 듯이 횃불과 손전등으로 샅샅이 수색하게 되었고 찾지 못한 경찰관이 혹시 먼저 집에 간 것이 아니냐고 묻어 지만, 방금 같이 있었던 사람이 없어진 것은 분명히 냇가 둑 아래로 빠진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었다.
파출소에서 우리 주인집으로 확인 전화하게 이르고 탈 없이 집에 있다는 사실로 사건은 일 다락 되어 지만, 남들에게 지나칠 만큼 모범생으로 살아온 그는 큰 굴욕으로 미안함과 민망 감은 일루 말을 할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말없이 가버려 한밤에 냇가 둑에 빠진 것으로 알았던 그의 놀란 가슴은 곧 분통으로 이어져 달려왔고, 나는 시골 온 뒷날부터 일어난 사건으로 그를 피해서 한밤중에 숨바꼭질 놀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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