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You`re My Sunshine!)
* 감독: 박진표
* 주연: 전도연(전은하), 황정민(김석중)
* 장르: 멜로,애정,로맨스,드라마
영화, 특히 사랑을 다루는 영화는 대부분 주인공 남녀에게 모든 관심이 맞추어져 주연이 아닌 주변인의 관점과
그 인물이 전체 역동에 주는 의미를 놓쳐버리기 쉽다.
주변인이지만 중요한 인물인 석중의 어머니의 시선에서 영화가 흐르는 flow에 맞추어 정리해 보았다.
평소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 모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너는 내운명` >
1. 아들을 장가보낼 숙명을 안고 사는 노모
서른 여섯!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차남
혼자 젓소만 키우며 벗 삼아 사는 아들이 가엽다.
언제 장가갈 지 가능성 없어 보이는 아들,
저러다 쭉 혼자 사는 건 아닌지 막연한 불안에 마음이 늘 편치 않다.
착한 색시 만나 알콩달콩 살고 손주까지 안아본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건만 순진한 아들은 번번히 선을 봐도
성과가 없고 매일 사랑타령이다.
싫다는 아들을 억지로 끌다시피 데리고 간 다방에서의 <선>
장가 보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은 노모는 너무나 절박하다.
“나는 산 만큼 살았으니 둘이 결혼하면 위로 올라갈 거야”
- 혹 내 때문에 혼사 막히면 어쩌겠노!
2. 아들 장가보내고 그 여자 내 식구로 받아들이기
아들에게 드디어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하필이면 멀쩡한 여자 다 낳두고 티켓다방 레지란다.
그 여자만은 안 된다고 말렸건만 대책 없는 아들!
금쪽같은 아들에게 36년간 건 소망,기대,꿈 다 접고
돼지잡고 소 잡아 지 좋다는 여자에게 장가 보낸다.
동네회관에서 잔치 하면서 `우리 며느리가 요리를 잘한다’
다방레지 출신임을 뻔히 아는 주민들에게
`배달은 거의 안하고 주방에서만 일 했다’고 아무도 안믿는
거짓말을 한다.
- 이미 내 식구가 된 애를 어쩌겠나. 내가 안을 수 밖에.
싹싹하고 이쁜 며느리의 손바닥만한 삼각팬티와
늘어날 대로 늘어난 자신의 사각팬티를 함께 널면서
`그렇게 작은 걸 어떻게 입냐’핀잔하면서도
며느리가 사준다는 말에‘내게 맞는게 있으려나’
당신이 아직 여성이고 미에 대한 호기심이 남아있음을 넌지시 표한다.
단체관광을 미리 알고서 챙겨주는 착한 며느리의 말에 마냥 고맙고
신혼을 즐기라는 짓궂은 미소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3. 여행은 다녀왔으나 또다시 혼자가 된 아들
여행을 다녀오니 반겨줄 이쁜 며느리는 없고
아들은 폐인이 되어 있다.
며느리가 AIDS였단다. 시상에 청천벽력같은 일이다.
심장은 문드러지지만 아들 무사하니 천만다행이고
‘은하’를 가슴 속에서 털어버리라고 한다.
그런데 아들은 일 년을 꼬박 전국을 다 헤집고 다닌다.
혼빠진 아들은 장남과 다투고 온 집안이 박살 날 판이다.
자는 척 누워서 숨죽여 눈물을 흘리는데
- 모두가 다 내 잘못이다
가슴이 땅을 치며 내려앉는다.
4. 감옥에서 만난 불쌍한 며느리
감옥에 있는 며느리를 장남과 함께 면회 간다.
`다시는 우리 아들 앞에 나타나지 마라.`
`붙잡아도 매정하게 뿌리쳐라` 다짐받으러 갔는데
여의고 수척해진 며느리가 안쓰러워
‘몸은 어떻냐, 니나 몸 잘 챙기라’당부를 한다.
- 불쌍한 것. 며느리도 내 새낀데.
5. 또다시 마음을 강에 띄워보내는 노모
시간이 약이겠지 부디 정신차리고 살길 바라는데
아들은 오늘도 비디오 안의 며느리 보며 울고 있다.
화딱질 나서 못난 아들이 미워서 비디오 테잎줄을 다 뜯는데
`엄마. 어차피 죽을 것 은하랑 살다 죽을래`
`어차피 엄마는 곧 죽을 거잖아.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것 아니잖아”
목놓아 울면서 겁주려고 준비한 농약을 한숨에 마셔버린다.
병원에 실려가 며칠 사경을 헤매다가 깨어난다.
‘그래. 죽는 것 보다 낫겠지’
아들의 생명보다 큰 지지리도 미련한 사랑 앞에
니 원껏 살아보라고 내 눈치 보지 말고 편히 살라고 떠나 온다.
- 이 세상에 니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으랴
6. 더이상 등장하지 않는 노모
이 후에 노모는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아들을 해바라기하는 그녀는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아들의 모든 행적을 꿰고 있을 것이다.
아들 자신이 열어가는 행복을 느끼고 살아가길 하염없이 바랄 것이다.
그게 모성이다.
자식 둔 엄마의 마음이다.
(옮긴글)
-출처: 영화치료 칼럼리스트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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