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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36화) 나의 자서전-넷 번째 좌충우돌 신혼 생활기 부분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09. 4. 20. 01:56

 

(36화) 나의 자서전-넷 번째 좌충우돌 신혼 생활기 부분에서



그가 없는 시 갓집에서 신혼생활은 처음부터 사고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아무리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홀로 남아서 시집살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달픈지 갈수록 실감하게 되었다.

말이 없는 아들 형제분만 살아서 그런지 시 갓집 분위기는 늘 무거웠고 윗동서 형님조차도 말이 없는 분이라, 집안은 절간처럼 조용했었다.

오직 나의 잘못을 나무라시는 시어머니 음성이 전부 같았다.

시어머니는 지나칠 정도로 깔끔한 결벽증으로 화분마저 싫어하셨다.

화분이 없는 이유는 흙이 떨어질 수가 있다는 단순한 이유이었고 평소에 부지런하지 못한 나는 시어머니 따라서 종일 물걸레를 들고 유리창 밑 보이지 않는 먼지를 닦는 일에 하루가 고달프게 느껴졌었다.

시어머니에게 어차피 밉게 보였던 미운 오리 나는 잘 볼 일이 없었기 때문에 포기했지만, 천성적으로 타고난 애교로 불리하면 시아버지에게 매달렸다.

<아버님을 친정아버지로 생각하고 앞으로 아버님이라 부르지 않고 그냥 아버지라고 불러도 되나요? >

< 그래 친정아버지처럼 그냥 아버지라고 불러. 널 내 딸처럼 생각할 테니 흐흐,. >

< 아버지는 제가 조금 잘못해도 귀엽게 봐 주실 거죠? >

<그래! 흐흐. >

< 그럼 며느리가 아닌 딸이니 구태여 한복도 안 입고 편안한 차림도 괜찮죠? >

< 그래 너 편한 대로 해.>

<저의 친정아버지가 평생 편찮아 누워계셨기 때문에 친구가 자기 아버지와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이 늘 부러웠어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아버지에게 대신할 것에요. >

딸 없이 아들만 두 형제 두셨고 무뚝뚝한 시어머니와 윗동서 형님만 보셨다가 여우 같은 행동과 말로 시아버지 곁에서 척 달라붙어서니 그때를 생각해보면 시 아주버님과 윗동서 형님이 내가 얼마나 얄밉게 보였을까?

 

다음날 나는 시어머니 친정 시골 외가로 첫 인사를 드리려 불편한 한복을 입고, 시어머니를 따라나섰다.

시골 외가댁은 사과밭 과수원이었다.

부산 번화가에서 평생 자라온 나에게는 시골 과수원 모습은 너무 신기했었고 좋아 보였다.

호기심 발동은 한복 차림으로 고목에 올라가 펼쳐진 과수원 풍경과 시골의 냄새를 마시다가 시어머니께 들켰고 얌전하지 못했다며 꾸중을 하셨다.

시 외숙모님께서 귀한 신부가 왔으니 토종닭을 잡아 주겠다고 하셨다.

정말 나를 위해서 잡는 줄 알았고 부산스럽게 닭을 잡고 요리하는 것을 호기심으로 지켜보았다. 

마당에 큰 가마솥 불을 지피고 큰 무, 대파 등을 많이 넣고 큰 물동이로 가득 넣고 끊었다.

닭을 3~5마리 정도 넣는 줄 알았는데 겨우 한 마리 닭을 넣고 끊었다.

푹 삶은 닭고기를 한쪽 다리는 조상님께 올려야 한다고 안방으로 가져갔고 한쪽 다리는 어른이신 시 외삼촌 밥상에 올려졌고 그리고 시어머니. 시 외 아주버님 순위로 쭉쭉...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멀건 국물에 무 몇 조각만 두둥실 떠있었다.

< 귀한 신부가 왔어 토종닭을 끊어서니 맛있게 많이 먹어라.>

철없이 솔직하게 할 말 다해야 하는 내가 참지 못하고 말해버렸다.

< 귀한 신부가 와서 토종닭을 잡아주신다더니 한 마리 닭다리로 한 다리는 조상님, 한 다리는 외삼촌 그 외 어른들 드시고 저는 멀건 국물밖에 없는데요? >

 < ..... >

 모두 숟가락을 든 채, 잠시 썰렁한 얼음 분위기가 되었고 내 말에 모두들 몹시 당황했었다.

 시어머니는 서둘러 내 말을 얼른 막았고, 갑자기 설렁하고 조용한 저녁 밥상으로 끝나고 말았다.

시어머니께서 나를 불러내 못마땅한 어조로 더는 아무 짓도, 아무 말도 하지 말라며 또 꾸중을 듣게 되었다.

 

식사 후 신부는 쉬고 있으라며 뒷설거지로 나가셨고, 시 아주버님들과 마루에 남게 되었다.

그때는 나는 시숙과 제수씨 사이가 낯가리는 서먹한 관계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서먹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말씀 없는 시 외 아주버님들에게 유머로 한바탕 웃게 하였다.

들어오시던 시어머니는 그런 모습에 무척 당황하셨고 외숙모님이 빈정되는 말투로 시어머니께 말씀하셨다.

< 조카는 지나칠 만큼 빈틈없는 성격이라 어떤 신부를 얼마나 까다롭게 골랐을까? 기대했는데, 뜻밖이네? >

< ..... >

시어머니는 아무 답변을 못하시고 말없이 나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주었다.

 

시골 외가에서 일어난 일들을 시어머니는 시아버지에게 일러바치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시아버지는 내 잘못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되려 며느리가 닭을 못 먹은 것에 애통하게 생각하셨는지 비싼 쇠고기를 사오셨다.

옛날 그 당시 소고기는 귀한 음식으로 큰 손님이 오셔야 멀건 소고깃국 맛을 볼 수 있는 시절에 비싼 불고기 구이용으로 사오셨고 나에게 요리하라고 하셨다.

시어머니께서는 며느리를 탓하고자 말씀하신 것인데 비싼 쇠고기 사 오신 것에 안방에서 말다툼하시는 것 같았다.

안방에서 그러고 있을 때 부엌에서 난 불고기 양념에 양조간장과 조선간장(국간장)의 쓰임새를 몰랐던 시절이라 어느 간장을 넣어야 하는지 전전긍긍하다가 손가락으로 "양조간장과 조선간장 중에 어느 것을 넣어야 하나요? 알 수 달 수 없네?" 

내 손가락이 조선간장(국간장)으로 낙점되어 짠 조선간장을 넣고 양념했었다.

그리고 프라이팬에 굽는 것보다 연탄불 석쇠 위에 직화로 굽는 것이 더 맛있을 것 같은 생각에 어디서 누런 두꺼운 벽돌 종이를 깔고 굽은 것을 본 것이 생각나 물에 젖 시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마른 벽돌 종이를 깔고 불고기를 불에 올려두니 갑자기 확 불길에 타올라 단어 그 자체의 불에 탄 불고기가 되어 버렸고 방에서 비싼 쇠고기 사 온 것에 다투시다가 깜짝 놀라신 시어머니는 불난 줄 알고 맨발로 뛰쳐나와서 대야 물을 붓고 불끄기 수습을 하셨다.

국간장 양념으로 짜고 질긴 비싼 불고기에 연탄 검정물까지 끼어 붓은 검게 탄 불고기를 아까워 신통치 못한, 치아로 시할머니와 시어머니는 뜯어 잡수시며 앞으로 닥칠 일을 걱정하시면 시어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시어머니께서 나들이하신다고 한복 저고리 동전을 새로 달아라고 하시면서 나에게 저고리를 던져 주셨다.

물론 내가 그런 어려운 일을 못하는걸, 뻔히 아시면서 그런 것 같았고 아무리 이리저리 맞추어보고 만지라 그려도 내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몰래 옆방에 세들어 사는 아주머니에게 난처한 심정으로 도움을 청하게 되었고 옆방 아주머니는 걱정하지 말고 잠시 두고 가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아주머니도 알고 보니 역시 몰랐고 세탁소 경험으로 할 줄 아는 자기 남편에게 맡겼고 그 시점에 시어머니는 전기료 수납으로 옆방에 가셨다가 놀랍게도 시어머니 한복 저고리를 옆집 아저씨가 바느질 꿔내는 모습에 너무 창피하고 화가 나신 시어머니는 한복을 들고 내 방문을 확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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