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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91화) 열세 번째 새로운 아파트에서 생긴 이야기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22. 1. 22. 05:16

 

 

(91화) 열세 번째 새로운 아파트에서 생긴 이야기

 

 

 

어느 날 직장 분들이 병 문환 오시어 남편이 쓰러진 그날의 일에 관해서 설명해주었다.
그날도 모두 퇴근 준비하면서 서로 인사까지 나누고 막 문을 나서는 참인데 함께 나가자며 자동차 열쇠도 챙기고 책상 위의 놓인 볼펜을 집어 올리다가 펜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진 것을 엎드려 집어 올리다가 그대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단다. 
<정말로 만약 책상 위의 볼펜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지지 않았더라면 바로 퇴근해 자동차 운전했더라면 큰 사고로 이어져 아주 큰 일 날 뻔했습니다. 다행히도 저희가 그때 현장에 있었으니 병원 구급차도 호출 할 수 있었으니 불행 중에 천만다행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직장분들이 간 후에 그날 일을 생각하니, 아침만 하여도 아무런 증세 없이 평소처럼 출근하였는데 퇴근 때에 그런 예기치 못한 변화에 정말 한 치 앞을 모르고 사는 인생은 어느 나뭇가지가 갑자기 센 바람에 의해서 매우 허청거리다가 부셔 떨어지는 우리네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일을 생각하니 태풍이 무섭게 지나간 망망한 밤 파도 속에 전몰된 조각배 위에서 한없이 떠밀러 다니는 그런 심정과 같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손 놓고 우왕좌왕하다 보면 더욱더 나쁜 상황만 생길 것이지만, 그나마 이전 상황보다는 더 나은 것은 자식들이 그때처럼 학생 신분이 아닌 것에 다행이지만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형편도 아니었다.

큰딸도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에 시부모님이 몹시 기다린 임신 초기에 직장까지 다니고 있으니 난 병원 방문조차도 될 수 있는 한 자제를 시켰다.
서울에 있는 두 딸 역시 좋은 취업을 했으나 아직은 직장 초보자 상태에서 미혼들이라 여러 가지 지출비가 필요한 나이에다 월세까지 지불하고 있으니 경제적으로 녹 룩이지 않았고 막내아들도 이제 막 군대 입대한 상태이었다.
 
 
나에게 가장 큰 경제적 문제는 24시간을 남편 곁에만 매달려 있어야 하니 더는 헬스클럽 경영도 포기해야 하고 부수입이 되어준 에어로빅 교육생 수업, 대학교 강의 등등, 모두가 중지된다면 당장 아파트 월세, 병원 입원비, 재활 치료비, 생활비는 앞으로 무엇으로 어떻게 충당하면서 지탱해야 할지 가장 큰 고민이 되었다. 
 
이 모든 고민 더미 생각에 잡혀 계속 끄집어내 보면 한없이 나를 복잡하게 만들었으나, 이럴 때는 천만다행인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난 천성적으로 타고난 것이 친밀하지도 못하고 단순한 성격인지라 이럴 때는 내 단순함이 힘이 되었다.  
" 내 머릿속이 오직 복잡할 뿐, 이미 엎어진 일인데 어쩔 거야. 계속 붙들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어려 운일수록 단순한 생각만이 고비를 헤쳐나갈 수 있어!"
어릴 적에 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지막 장면에서 비비언 리 곁에 클라크 게이블이 떠날 때, 절망한 비비언 리가 말했던 이 대사를 좋아했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테니까" 

 

 

 

먼저 비싼 1인 병실보다 6인 일반 병실 문의를 다시 해 보았으나, 아직도 앞순위 대기자가 많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어 기다리기로 하였다.
다음은 비싼 월세 아파트를 정리하기 위해서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에 부동산에 아파트를 내놓고 다시 값싼 월세 단칸방을 구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다음은 대학교 학과장님을 찾아뵙고, 병원에서 한순간도 남편 보호자로 떠날 수 없는 상태인 것을 말씀드리고 사표를 제출하였다.
학과장님께서 매우 아쉽게 생각하시며 이번 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때까지만 부탁하시어 수업이 있는 날에는 시숙님에게 잠시 남편을 맡기고 학기 말까지만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대학교에서 주관하는 지역 봉사인 에어로빅 원장님과 선생님들에게 지금까지 가르쳐 온 에어로빅 안무 작품 회도 중단했었다. 
 
 
마지막 해결해야 할 큰 문제는 헬스클럽을 어떻게 매매해야 할 것인가? 나에게 가장 큰 숙제가 되었다.
당장 헬스클럽을 매매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무엇보다 여태까지 내 모든 정열로 혼신 해 쌓아 온 헬스클럽과 나를 따라준 많은 우리 회원을 비롯해 나를 의지하고 친정집처럼 찾아오는 졸업생 제자들에게도 갑작스럽게 이별 통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목이 메고 울컥했으나 이 또한 정리해야 할 내 몫이었다. 
 
 


담당 신경외과 교수님께서 다행히 남편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으니 이제 퇴원해서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셨다.
퇴원 수속을 밟으면서 보험 혜택 하나 없는 와중에 그간 비싼 1인 병실 비까지 나왔으니 퇴원비가 너무나 허청허청할 수준이라 그것을 마련하는데 아주 힘들었다.

 

 

겨우 어렵게 퇴원 수속비를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재활 치료 병원에 등록하였다.
다음 날부터 난 매일 남편을 자동차에 태우고 재활 치료 병원으로 통근 치료를 받으려 다녀야 했으면, 덜 끝난 에어로빅 교육생 교육도 매일 계속해야 했고, 학기 말까지 약속한 대학교 강의도 나가야 했으니 남편 건강 관리하느라 정신적 육체적 소모에 몹시 피곤한 나날이 누적되어 잠시 기다리는 신호등에서도 무거운 눈 곁 풀이 내려와 깜박 놀래곤 하였다.

" 아직은 지칠 때가 아니야 더 힘내자!"
그렇게 나 자신을 응원하며 어쨌든, 체력을 지탱해 버티어 교육생 교육도 끝내야 하고 그들의 자격증도 취득해서 모두 취업도 보내야 했고, 학기 말 대학교 강의도 끝내야만 했었다. 

 

 

 

어느 날 A 선생이 주말 밤에 병문 환을 왔었다.
그녀는 기혼자로 아이까지 있는 주부 선생이며 나를 대신해 헬스클럽 회원 관리, 다른 선생들 관리,  교육생들 체계 질서 관리를 통제하는 큰 언니로 불리는 A 선생이다.
 
 
그녀는 오늘 주말이라 헬스클럽 대청소까지 마무리 잘 정돈하고 그간 헬스클럽 동향 보고할 겸 먹을 것을 사 들고 병 문환 온 것이다.
< 선생님 외로울 것 같아서 오늘 밤에는 저도 함께 있으려고 준비하고 왔어요>
< 그럴 필요까지 없어. 나 없는 동안 대신해 경영하느라 고생했는데 집에 가서 편안하게 자야지, 남편과 아이들도 기다릴 텐데>
< 아녜요. 먼저 집에 들러서 애들 저녁밥도 벌써 챙겨주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왔어요>
평소 헬스클럽에서는 서로 다소 사무적인 대화만 나누었지만, 그날 밤을 새우면서 A 선생은 본인의 가정사를 털어놓았다.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들은 그녀가 맡아서 현재 키우고 있다고 하였다.
< 저는요, 남녀 사랑이 제대로 무엇인지 잘 모르고 살아온 것 같아요. 결혼 전에도 소개팅으로 몇 번의 만남도 있었지만, 별로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도 없었고, 남편도 소개팅으로 만나 조금 사귀다가 결혼했는데 역시나 똑같더라고요. 남편은 가족보다는 오락실이나 당구장에서 시간 보내면 친구들과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니 항상 집안일은 모두 내 몫이고, 그렇다고 생활비도 제대로 갖다주지도 않으면서 미안한 생각도 눈코 마치도 없다 보니 부부 싸움도 잦아 결국 이혼하게 되었어요. 이 세상에는 드라마나 소설, 사랑의 발라드 노랫말처럼 그런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 주변을 봐도 다들 그렇고 그런 부부들뿐인 것 같아 앞으로도 재혼할 생각도 없어요>
A 선생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하였다.
< 다들 그렇지는 않아. 이 세상에는 드라마같은 아름다운 사랑도 많아. 아직 제대로 인연을 못 만나서 그럴 거야. 다음에는 사랑하는 인연도 만날 수 있을 거야>
< 글쎄요...? 앞으로 제 계획은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면서 지금은 경제 사정이 어렵지만, 여건만 된다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 하면서 선생님처럼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싶어요>

 

 

밤새도록 A 선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난 이왕이면 내 제자인 A 선생에게 나의 헬스클럽을 넘겨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속으로 하게 되었다. 
남에게 매매한다면 많은 회원, 최신 기계와 여러 가지 시설을 갖춘 곳이라 권리 비도 챙길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한편을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쌓아온 내 정성이 깃든 헬스클럽을 나를 믿고 따라준 많은 회원이 A 선생이 그대로 유지되면 회원들도 늘 하는 대로 에어로빅 안무도 혼란이 없을 것이며 회원들도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A 선생 역시도 만약 다른 곳에 첫 신설 한다면 기반을 잡는 것도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이며, 무엇보다 내 제자들이 친정집처럼 찾아오는 이곳에 남이 아닌 선배인 A 선생이 경영하고 있으면 언제나 보금자리가 될 수 있으니 가장 좋은 방법 같았다.

하지만, 현재 내 형편으로는 단 한 푼도 아쉬운 현실에서 권리 비가 필요한 상태인데 A 선생은 현재 이혼한 상태에서 어린아이들과 자립을 해야 할 어려운 처지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 사실 조금은 망설임도 있었다.
하지만, 양손에 떡을 가질 순은 없는 노릇이며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후자를 택해야 가장 옳은 방법 같았고 모두에게 최선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A 선생에게 현재 내 상황이 언제까지 있어야 할지 모르니 헬스클럽 경영은 더는 못 할 것 같으니 여러모로 생각해 네가 맡은 것이 최선인 것 같다고 내 생각을 말했다.

그녀는 꿈만 같은 일이라 무척 설레지만, 당장 경제적으로 보증금 준비와 그 외 준비가 필요하니 시간이 많이 필요하단다. 

 

 


부동산에서 연락이 와 현재 사는 아파트는 다른 세입자가 계약했단다. 
월세 단칸방을 구하러 나섰지만, 조건이 쉽지 않았다.
남편의 불편한 거동 상태는 단층이 최선이지만, 비싼 월세가 부담스럽고, 싼 곳은 2층 혹은 옥탑방이니 높은 계단을 올라낼 리는 것이 불편하고 위험할 것 같아서 이 모든 조건을 맞추자니 매우 어려웠다. 

이런 과정에서 남편은 자신의 자유롭지 못한 신체적인 결함 자존심은 부정적인 사고에 갇히면서 스트레스 우울 장애로 불안증, 초조감이 쌓이면서 우울증 증세가 시작되어 나를 더욱더 힘들게 만든 어려운 시련의 시기가 되었다. 
 
 
그런 것에는 남편 나름의 똑똑한 두뇌에 자존감이 매우 높았던 자신이 뇌출혈 이후로 매우 쉬운 단어마저도 빨리 생각나지 않은 기억력 저하는 자신의 답답함에 자치 분노로 변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나에게 표출하였다.
그런 이유 행동은 의지할 대상도 나밖에 없으니 물론 이해는 되었으나, 나 역시 감정을 가진 사람인지라 그럴 때는 난 좌절감에 휩싸일 때도 많았다. 
 
 "사람이 한 번 죽을 고비도 넘기고 살아난 것만으로도 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본인도 사고력의 저하로 감정 표현 조절이 제대로 뇌에서 통제를 못 하니 그럴 거야 이해해야 해!"

 

이 또한 내가 견뎌야 할 내 몫이라고 수십번 나 자신을 타일이곤 애써 억눌려도 이론은 현실과 달리 나 역시도 아직은 제대로 상황을 못 받아 드릴 때가 더 많았으며 그럴수록 자꾸 이전 남편 모습이 더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