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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88화) 열세 번째 새로운 아파트에서 생긴 이야기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21. 9. 10. 11:02

 

 

(88화) 열세 번째 새로운 아파트에서 생긴 이야기

 

 

 

첫째 딸이 결혼 후, 사돈께서 오늘은 우리 부부와 함께 동해 바닷가로 드라이브하면서 횟집에서 식사하자고 그런다.
예전에도 우리 아버지와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두 분만 친구처럼 제주도 여행도 가셨고 한 번씩 우리 집에서 몇 날을 함께 계시면서 화투도 치시면서 즐겁게 지내시곤 하였다.

그리고 울 아들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는 날에는 난 일부로 빠졌고 친. 외할머니만 소풍 따라가시어 보물찾기 게임도 하시어 공책도 타오셨고 또한 시어머니께서 암으로 종합병원에 계실 적에도 친정어머니께서 병간호도 해 주신 적도 있었다.
그렇게 두 분이 돈독하게 지내시는 것을 난 친정어머니를 통해서 보고 배웠고, 그래야만 우리 딸과 사위도 더 화목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 제안에 받아들이면서 아직은 불편하고 어색한 사이지만, 우리들은 한 자동차를 타고 동해로 떠났다.
종일 함께 대화도 스스럼없이 나누면서 횟집에서 식사도 하니 오히려 더 가깝게 여겨졌다.

 

딸이 7080 콘서트 티켓을 사 와 우리 부부와 사돈 부부 함께 공연 보러 가시라고 그런다.
동해 횟집에서는 마음이 통했지만,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나와 달리 남편과 사돈 부부는 7080 음악에 별 흥미를 못 느끼고 마지못해 공연을 보는 듯이 다소 지겨워해 보였다.
그다음에는 딸이 나훈아 콘서트 티켓을 아주 비싼 좌석을 사 와 또다시 함께 가시라고 그런다.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남편과 사돈 부부는 공연을 보는 내내 신이 나서 매우 좋아하셨다.
그렇게 자주 만나니 역시 덜 서먹하고 관계도 좋아지는 것 같았다. 

 

 

셋째 딸은 소공동의 특급호텔에서 강남 고속터미널역에 위치한 특급 M 호텔 VIP 담당 부서 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은 외국인이 많아 영어가 절대 필수이지만, 아마도 내 생각에 외국인 남자 친구와 거의 매일 영어 문자를 주고받고 한 것이 영어 향상에 보탬이 된 것 같았다.
그 호텔에서 직원들 부모님 초청이 있어 서울에 잠깐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딸은 호텔 고층 위치한 특별한 고객들을 위한 VIP 책임 담당자를 맡고 있었는데 그곳의 VIP 방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잠시 눈요기만 한 적이 있었다.

한 공간에 아주 큰 스위트 방에다 또 다른 방도 있었고 회의실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져 예상한 것보다 더 놀라워 눈이 휘둥그레 한 기억으로 남는다.

 

 

우리가 예전에 쪼끔 잘 살았을 때, 사회 모임에서 알게 된 부부 모임은 내 나이 30살부터 지금까지 몇십 년을 아주 오랫동안 함께해 거의 형제 모임처럼 서로의 모든 가정사를 너무나 잘 알고 지내고 있었다. 


난 여기 아파트로 이사 온 이유는 우리 헬스클럽과 매우 가까운 곳이라 전월세로 제일 작은 평수에 살고 있었다. 

우리가 먼저 사는 이곳 아파트에 함께하는 부부 모임에서 세 집이나 여기 아파트로 이사 와 공교롭게 같은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모임 회장님은 대구에서 모두 알만한 큰 사업가로 높은 빌딩을 소유한 대단한 부자이며 다른 회원 두 집도 매우 부자라서 그분들은 여기 아파트에서 가장 넓은 80평 이상에서 살았고 우린 제일 작은 평수에 살았으니, 그곳 동수 현관 크기만 해도 우리 집 안방처럼 넓어 보였다. 

 

아주 오랫동안 부부 모임을 하다 보니 가장 나이 어린 나에게는 막냇동생처럼 다들 나를 잘 챙겨주셨다. 
난 그분들과 비교하면 예전만큼 돈이 없다는 것뿐이지, 나름의 여러 가지 내 직업에 긍정 심이 있어 단 한 번도 돈으로 빈부 차이로 주눅이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같은 아파트에서 살 수 있었다.

 

어느 날 회장님 사모님이 당신네 집으로 건너오라고 하셨다. 
사모님은 같은 동수 아랫집과 매우 친하게 지내고 있어 우리 둘째 딸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딸 중매를 꼭 부탁해서 내 뜻을 묻고자 건너오라고 하셨다. 
그 집 부모님은 남에게 보이는 것을 매우 중요시 생각하는 분이라며 신붓감은 서울 E 여대 졸업자에다 영어가 매우 능통해야 하고 키도 커야 하고 외모도 잘나야 한단다.

그리고 가장 더 중요한 것은 결혼하면 직장도 그만두고 집에서 현모양처로 오직 시가집과 신랑 뒷바라지만 잘 할 수 있으면 된다고 하였다. 

난 그 집 부모님은 어떤 사업을 하시기에 그런지? 더는 묻지도 않았으나, 신랑의 직업이 의사이며, 여기 아파트 60평형을 아들 앞으로 이미 사 두었으니 본인들이 부자이니 돈은 필요 없고, 다만 이런 조건을 갖춘 신붓감이면 된다고 했단다.

회장 사모님이 우리 딸이 생각나 말씀하셨는데 그 집에서 중매를 꼭, 부탁했다고 하셨다.

엄마의 입장에서 잠시 생각해 보면 시가집이 잘 살고, 신랑 직업도 좋으면 좋겠지만, 딸이 허락할 것 같지가 않았다.

 

예전에 내 친한 친구도 서울 강남 아주 부잣집 외아들과 결혼한 적이 있었는데 친구는 시가집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예쁜 친구 얼굴에는 늘 다크서클이 끼워져 있어 내가 안쓰럽게 여긴 적이 있었다. 

 

어쨌거나 둘째 딸에게 느긋이 물어보았다.
그 당시 둘째 딸은 서울의 외국인 회사에서 나름의 중요한 일을 맡아 아주 열심히 일하고 있었고 자신의 실력으로 꾸준히 인정받아 성장하고픈 욕심 많은 시기라서 역시나 단칼에 거절하면서 자아실현이 더 중요하며 그런 조건으로 결혼해 집에서 무모하게 인형처럼 살기 싫다고 서슴없이 말을 하였다.
회장 사모님은 내심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 예상하시어 좋은 답변을 기대했다가 난 우리에게 지대한 관심으로 좋은 자리를 알선해 주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배려심에 감사하지만, 여러모로 상대와 비교해서 우리가 너무 부족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리자 내 말에 화들짝 놀라 아주 낙심하며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평소 꿈이란 자고 일어나면 거의 잊어버리지만, 유난히도 잊히지 않고 선명하고 또렷하게 계속 머릿속에 떠올라서 기억에 떨칠 않는 꿈은 내 평생에서 우리 아이들 태몽 꿈, 그리고 손가락 5개 안에 꽂을 색다른 꿈이 있었다.
대다수는 아주 짧은 단막의 한 장면처럼 남았으나, 2개의 꿈은 현실 같은 꿈이라 평생 잊히지 않는다.
그런 평생 특별한 5개의 꿈에서 네 번째 꾼 꿈이 바로 그날의 너무나 무섭게 꾼 꿈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 내 꿈속에서 평소처럼 우리 헬스클럽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는 공간에 아주 서늘한 냉기, 모든 창문은 열린 체, 커튼들만 바람에 휘날리고 있어 그 분위기가 매우 오싹해 바로 현관문 쪽으로 나왔는데 현관 바닥에 내 외사촌 남동생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 
예전 TV '전설의 고향'에서 본 장면처럼 외사촌 남동생의 얼굴이 파란 창백한 납빛 색깔로 나를 쳐다봐 그것도 무서웠는데 더구나 화약 폭탄을 안고 있었다. 
곧장 들이닥치는 것 같은 위험을 느껴 빨리 이곳에서 나가지 않으면 큰 봉변을 당할 것 같아 겁먹고 재빨리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위기일발 찰나에서 "쾅" 하는 굉음 소리에 돌아보니 우리 헬스클럽이 폭발해 불이 나고 있었다.
너무 무서워 더 멀리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에 버스 정류장으로 뛰었는데 주변 길은 여름 장마 폭우에 휩쓸어 갈라지고 폐인 길바닥처럼 검정 시커먼 진흙탕 물이 마구 흘러내리고 있었다.
겨우 버스 정류장에 서둘러 도착했는데 어떤 꽃 상례차가 멀리서 풍악 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다가와 여기를 피하고 싶으면 빨리 타라고 그런다. 왠지 타면 안 될 것 같아서 거부하였다.

 

두 번째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은 검은색 장례 버스가 다시 나를 빨리 타라고 그런다.

이곳을 피해 달아나고 싶은 마음에 장례 버스에다 한 발을 성큼 올리는 순간에 곁에 서 있었던 여고생 교복을 입은 소녀들이 일제히 날 말리면 타지 말라고 그런다.

난 소녀들 그런 표정을 보면서 올렸던 한 발을 내리고자 했는데 장례 버스에 타고 있는 검정 양복을 입은 건장한 깍두기 같은? 남자들이 내가 아무리 저항해도 불구하고 막무가내 태우려고 하였다.

하마터면 그들에게 잡혀 탈 뻔할 순간에 난 안 타겠다며 그들의 힘을 박차고 마구 발부 덩치다가 큰소리를 질렀는데 그때 남편이 날 흔들어 깨웠다.


< 무슨 꿈을 그렇게나 사납게 꾸어? 소리 지르고 팔다리를 뿌리치고 웬 난리야?>
꿈에서 깨어 창밖을 보니 아직 어두운 새벽 같았고 온몸에 식은땀이 흠뻑 난 것 같았다. 
< ...헉! 꿈이라서 천만다행이지... 꿈속에 우리 헬스클럽이 불나고 나쁜 사람이 강제로 날 태우려고 해서 안 타겠다고 소리치고 싶었는데 목청껏 소리를 질렀는데도 입 밖으로 소리가 안 나와서 매우 답답하다가 마지막에 소리가 밖으로 나왔나 보네요. 정말 무서운 꿈이라 혼났어요>
<꿈에 불나면 대박 난다고 하는데 그렇게 나쁜 꿈이 아닌 것 같은데 뭘, 좋은 꿈이구먼>
< 그렇지 않아요. 느낌에 나쁜 꿈인 것 같아요>
<꿈은 해석하기 나름이야 막연히 나쁜 꿈이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불난 꿈은 좋은 꿈이라고 생각하고는 다시 잠이나 자>
남편은 나 때문에 놀라서 잠을 덜 잤다면 돌아서 잠을 다시 자는 것 같았지만, 난 생생히 떠오르는 꿈을 생각하느라 더는 잘 수가 없었다.

꿈속에서 현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폭탄안고 불을 낸 외사촌 남동생은 어릴 적부터 나를 무척 따랐는데 결혼 후, 도박으로 이혼당하고 방황하다가 끝내 자살한 동생이다. 
그리고 검정 시커먼 물과 꽃마차. 장례 버스에 강제로 나를 태우려고 한 검정 양복을 입은 건장한 남자 깍두기 같은 자는? 왠지 저승사자 같다는 생각마저도 들면서 꿈이 너무나 생생하게 계속 생각나서 끝내 다시 잠들지 못하고 아침이 되었다.

 
평소 같으면 아침마다 대충 집안일 한 후에는 서둘러 헬스클럽으로 출근해야 하겠지만, 새벽에 꾼 꿈이 너무나 찜찜해 헬스클럽 선생들에게 전화해 오늘은 수업을 못 할 것 같으니 대신하라고 그랬다.
그리고 헬스클럽에 출근하지 않고 오늘은 내가 다니는 은적사에서 외사촌 남동생을 위한 기도를 하고자 하는 마음에 지하 주차장에서 운전대를 잡았는데, 왠지 오늘은 운전대를 잡는 것조차도 꺼림직한 생각이 들어서 남편에게 전화해 대신 운전해 날 은적사에 데려 달라고 그랬다.
<괜한 쓸데없는 꿈이라 생각하고 그냥 잊어버려>
남편은 운전해 줄 마음이 없는 것 같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지하 주차장에서 운전해 지상으로 올라오니 그가 서둘러 내러 오면서 대신 운전할 테니 날 내리라고 그런다.
그도 별 꿈이 아니라고 나에게 말을 했으나 내가 운전하는 것이 미더워하지 않고 불안해 보여 내려온 것 같았다. 

 

우리 자동차가 헬스클럽을 지나오면서 위로 쳐다보니 평소처럼 신나는 에어로빅댄스 음악이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 거봐. 다들 평소와 다름없이 음악 소리에 맞추어 잘만 신나게 하고 있구먼. 쓸데없는 개꿈이라니까 괜히 예민해 바쁜 나더러 절까지 태워달라고 그러네>
남편은 불평을 늘어놓으면 구시렁거리는 소리에 내가 괜한 심각하게 생각한 것인가....? 그런 생각마저도 들었지만, 예감이 좋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었다.

 

< 내가 언제 꿈 때문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 있었어요? 애들 태몽 꿈 이외, 우리가 옛날 신혼 먼 시골에서 당신 공무원 시절에 그날의 내 꿈 기억나죠? 그 시절은 휴대폰, 삐삐 같은 것조차도 없었던 시절에서 그날 갑자기 전근 발령 날 줄 모르고 우리가 멀리 바닷가에 놀러 가잖아요. 그날도 내 꿈에 어느 관용 지프 차가 당신을 태우고 가는 꿈을 꾸었다며 아마도 오늘 청와대 발령 날 꿈이라고 해도 당신이 나더러 쓸데없는 꿈이라고 그만 웃기라며 절대 믿지 않다가 내가 계속 우겨서 내 성화에 못 이겨 당신이 사무실에 전화했잖아요. 그날 정말로 갑자기 전근 발령 났는데 사무실에서 당신에게 도무지 연락이 안 되어서 매우 안달했다고 했잖아요. 만약 그날 고마운 예지몽 꿈이 없었다며 옛날 열악한 교통편 시절에 당장 먼 경북 끝자락 시골에서 서울까지는 종일 걸리는 시간인데 우리가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면 무슨 수로 다음 날 아침까지 청와대로 바로 출근할 수 있겠어요. 그날 난리를 쳤던 그때를 떠올려 봐요. 바로 오늘도 평생 몇 번 없는 특별한 느낌의 꿈이라니까요>


남편도 내 말에 그때 일이 생각났으나 굳이 내 꿈을 부정하면서 그것은 네가 소 뒷걸음치다 쥐를 잡은 격이라 어쩌다가 맞은 꿈이고, 오늘 꿈은 좋은 꿈이니 신경 쓸 것 없다고 다시 그런다.

 

 

은적사에 도착하였다. 
남편은 바쁜 일이 있으니 대충 기도하고 나오라면서 법당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그런다.
<알았어요>
대답을 하고 법당에 한 발을 디디는 순간에 휴대폰 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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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큰일 났어요. 헬스클럽에 불났어요. 빨리빨리 오세욧>


헬스클럽에서 선생의 황급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기절초풍할 것 같아, 온몸에 소름이 돋아 나뿐만 아니라 남편마저도 놀라움에 금치 못해 그 자리에서 순간 우리는 얼음처럼 굳어 버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