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음악 - 나만의 슬픔
저녁 식사 후에 운동 삼아 우리 집 현관문만 열면 파크이라 주변을 걷고 있었는데 가까운 어디선가 라이브 음악 밴드 소리가 들렸다.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아 음악 소리 나는 쪽으로 가보니 너무 뜻밖의 광경이었다.
버스킹 거리 공연이라면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광장이나 큰길도 아닌 우리 동네 거리 뒷마당에서 10명의 그룹 밴드가 공연하고 있었다.
곡 연주 솜씨가 아마추어 솜씨가 아니라 완전 프로 수준급이라 더 놀랐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이들 그룹 밴드는 알고 보니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예전에 왕성하게 활동한 그룹 밴드 멤버들이란다.
여기 동네에 사시는 멤버 집에 오늘 모임을 하면서 예전 멤버들이 모인 겸에 그 집 뒷마당에서 그들의 지난 추억을 살리고자 공연을 하는 것이라 한다.
지나가는 몇 명 관중만이 지켜보는 공연이라 매우 아까울 정도이다.
그들은 비록 나이가 드셨지만, 예전 그 시대 열정에 돌아간 듯이 매우 행복해 보였다.
휴대폰을 끄집어내 사진 한 장을 찍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친구 전화가 들어온다.
"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오늘은 전화까지 다 해주고 웬일이야? "
난 아무 생각 없이 가벼운 농담으로 웃으면 전화를 받았는데....
조금 전에 나의 베스트 친구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슬픈 비보를 힘이 빠진 작은 음성으로 말한다.
그 순간 전깃불에 감전당한 것처럼 갑자기 다리 힘이 풀리면서 주저앉아 한참 동안 말을 잃었다.
친구는 나의 어린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친구이다.
나와 중고등 학교를 함께한 나의 베스트 친구 중에 아주 젊은 나이에 이미 3명의 친구가 암으로 하늘나라로 먼저 갔었는데...
오늘 다시 친구가 뇌종양 암으로 하늘나라로 또 떠난 것이다.
4명 모두 중학교 시절부터 서로가 가장 잘 아는 형제 같은 친구들, 그래서 서로가 고난과 불행이 찾아왔을 때도 그럴수록 우린 더하나가 되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 친구들, 남편들이 친구들에게 힘들게 했을 때는 우린 욕도 실컷 해주면서 친구 어깨를 다독거리고 위안의 힘을 실어 지낸 허물없는 친구들이었다.
2년 전에 한국 갔을 때만 해도 우리들은 만나서 맛있는 밥도 먹고 어린 시절 철없는 그 웃음으로 수다를 떨고 사진도 함께 찍고 잘 놀다 왔는데...
난 5월 23일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었고 우린 다시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고 찜질방에도 가자고 그랬는데,
코로나로 하늘이 묶여 비행기가 자동 취소되지 않았으면 마지막 모습이라도 봤을 텐데....
친구는 남편 때문에 평생 마음고생이 참으로 많았었다.
친구 남편이 평생 도박과 여자 문제로 고생만 시켰는데 친구는 젊은 날에는 자식 두고 이혼은 차마 용기가 없어.
그리고 홀로 세상을 이겨낼 힘이 없었다면 자신을 비판하며 부정적인 신념만으로 늘 깊은 한숨만 내쉬면 젊은 날부터 두통약을 달고 살았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친구 남편은 병으로 죽음을 앞두고도 어리석어 그동안 사귄 여자 뀜에 빠져 재산을 몽땅 친구 몰래 그 여자에게 넘겨주고 죽었을 때도, 친구는 잃어버린 재산보다는 여태 자신이 용기가 없어 이혼도 못 하고 살았는데 남편의 죽음으로 비로소 홀가분한 해방감마저 든다며 그 후로 가장 행복하다는 그런 말을 했던 불쌍한 친구.
힘없이 집으로 오는 길에 밤하늘을 본다.
밤하늘의 별이 된 친구들이 너무나도 그리움이 되어 밀려오고, 멀리서 그룹 밴드 공연에서 철없던 여고 시절 즐겨들었던 우리들의 올드 팝송이 아련하게 들려온다.
2020년 8월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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