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F, 액션, 모험, 개봉 2007. 5. 1
감독: 샘 레이미
출연: 토비 맥과이어(스파이더맨), 커스틴 던스트(메리제인)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극장의 절반은 스파이더맨이 도배하고 있는데 화면도 작은데다가 선택권도 주어주지 않는다면 굳이 멀티플랙스관에 갈 필요가 있냐며 쓴 소리 하는 걸 들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SF액션물을 보고 있고 보기를 원한다는 뜻이리라.
평론가들은 사형선고와 칭송의 경합을 벌리지만 나는 전편보다 더 잘 만들어졌고 재미있음에 한 표를 던진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골고루 배합되어 있어 슬픔/ 즐거움/ 두려움/ 진지함/ 위트의 감정들이 번갈아 나와 우리의 감정꼭지를 건드린다..
뻔한 전개로 급하게 가는 듯 하다가도 중간 중간 터닝해서 분위기나 스토리의 단조로움을 깨트린다..
사실, 블랙보스터 영화는 영화치료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 조작의 빠른 속도감이 우리의 넋을 빼놓고 감각체계를 온통 장악하므로 여운, 깨달음, 카타르시스, 동일시 등 사고의 여백 공간이 부족해 재미는 있으나 마음의 남김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세계의 그 많은 인구가 동시에 보는 스파이더맨3에 감독은 고맙게도 약간의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고 있다..
스파이더맨의 우수성을 선보이기 위해 비장의 적들이 우루루 등장한다..
외부의 적인 뉴 고블린과 샌드맨, 베놈 그리고 가장 강력한 적 - 또 다른 나 ‘내면의 어두움’ 이 영화는 본능과 양심을 주제로 삼고 있다..
악당들도 선인과 악인의 경계를 넘나들고 주인공 스파이더맨도 정의의 사나이와 나르시스트의 두 빛과 그림자를 넘나들고 있다.
super-ego의 의협사나이 - 빨간슈트 스파이더맨 id덩어리 나르시스트 - 블랙슈트 스파이더맨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영화카피처럼 그는 그 자신과 싸운다.
자신의 몸에 붙은 숙주는 너무나 강력해서 쉽게 붙으나 떼어내기는 죽도록 힘들다.
힘들게 떼어 냈으나 그 숙주를 다시 착용하고 싶은 강한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블랙슈트를 입으면 세계최고의 힘을 가진 왕이 된 듯 하고
자신의 능력이 배가 되며 신나는 인생이 되니 자신이 더욱 대단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블랙슈트를 입을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를 합리화하기도 한다.
어두운 그림자는 누구에게나 있다.
저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겠지 라는 기대를 걸고 있으나 곧 본래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권력의 늪에서 변질된 모습을 씁쓸히 바라보기도 한다..
가만히 두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어디까지 질주할지 모른다.
어느새 양심은 작아지고 양심을 달래기 위해 그럴싸한 합리화를 내세우고 본질은 점점 더 변질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우리의 블랙슈트를 벗어버릴 수 있을까?
너무나 달콤하고 유혹적이어서 내 몸에서 떼어내기 힘든 숙주를 제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영화에서는 스파이더맨의 Good Object인 숙모와 연인MJ에 의해 쇠망치로 얻어맞는 듯한 강한 통찰을 얻게 되고 죽을 힘을 다해 겨우 벗어버릴 수 있게 된다.
원욕의 늪에서 그의 SOMEBODY에 의해 구제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조망 - 선입견과 편견
가끔 우리는 상대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기도 전에 도장부터 찍는다.
내 마음의 에너지를 더 투여하기가 심히 피곤하므로 그냥 저와 이는 그런 사람으로 단정 지어 버린다..
이 영화속 샌드맨은 냉혈인간 범죄자로 보이고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스파이더맨의 가장 소중한 존재를 앗아간 복수심의 대상일 뿐.
뻔뻔한 변명이라고 여기고 귀를 닫아 버렸는지 모른다..
절도의 이유와 오발탄 사고였음을 그의 아내조차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친구 해리도 스파이더맨이 아버지의 원수라고 확신했기에 그의 말을 들어주질 않았다..
인간의 편견과 선입견 또, 복수심, 가치관,
본능과 양심 이 모든 것이 엔딩자막 처럼 우리의 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그걸 누가 하냐고?
결국은 내가 하고 그 결과도 내가 안아야 한다.. (옮긴글)
- 출처: 영화치료칼럼리스트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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