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좋은 음악이 날마다 내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

영화치료 칼럼/영화치료 칼럼

색, 계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09. 4. 2. 11:42

 

 

 

  

           “색, 계”

 

색, 계 (色, 戒: Lust, Caution, 2007)

드라마 | 2007.11.08 | 157분 | 미국 | 18세 관람가

감독 이안  출연  양조위, 탕웨이

휘성오

               
 

이런 경험이 있는가. 우연히 마주친 눈빛, 던져진 말 한마디에 설레이고 한참 의미를 곱씹어본 경험.

과연 그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눈빛에 담겨진 감정이 무엇인지...


영화를 본 후 한동안 계속 이러한 기분에 사로잡힌다면

그 영화는 이미 당신의 가슴에 꽃으로 다가온 것이다..

의미를 되씹어보고 이러저러할 거라고 추측하는 것은 기분 좋은 사유의 공간이다..


영화의 제목은 색(본능/이드)과 계(경계/자아),상반된 성질을 가진 단어의 경합이다..

물론 우리의 삶이 늘 본능과 그 본능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이성적 자아와의

전쟁으로 살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주 극적인 색과 계의 전쟁을 펼쳐진다..


 

< 왕차아즈... 그녀는 어떤 내담자인가?>


한마디로 외로운 소녀다. 형제 없고 부모라고는 아버지가 있으나 영국으로 떠나

막연한 기다림만 줄 뿐 돌봐줌이 없다. 게다가 재혼한다는 통보가 오고

언제 영국으로 데려갈 지 속수무책 기다림만 이어질 뿐이다.

그런 그녀는 혼자 영화관에 앉아서 결혼장면을 보며 눈물 흘리며 슬픔만 쓸어내릴 뿐이다..


< 무엇이 우리를 결정하게 하는가>

 

 

1번째 결정 - 연극부 가입

홍콩의 대학에 입학한 그녀의 삶은 한 명 뿐인 여자친구의 수다듣기가 고작인 허한 삶이다..

그런 삶 중간에 끼어든 돌연한 광위민의 연극부 가입 제안을 흔쾌히 승낙한다..

정말 연극이 좋아서? 어린 시절 소망인 배우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니, 빈 우물 같은 허한 가슴을 채울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외로움, 버려짐 같은 소외, 소속의 욕구와 허함을 채워줄 목표와 갈망이 필요했기, 

리더 광위민 에게 호감을 느낀 것도 결정행동의 이유였으리라..

그렇게 시작한 연극은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했고

어느 정도 외로움과 공허함을 채워주게 된다.

그 즈음 또 다른 제의가 온다.


2번째 결정 - “이" 암살프로젝트

바로 국가의 적 친일파 정보부대장 “이"를 암살하자는 암살프로젝트.

그녀는 즉시 ‘오케이’라고 승낙한다..

과연 그녀가 확고한 신념과 대의, 애국심이 고취된 마음으로

선택한 결정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함께 한 동료들과의 변함없는 동지애를 느끼기 위해 또, 광위민이 주도한 제안이었기에

승낙을 해야 버려짐과 외로움에서 소생될 수 있을 것 같은 무의식적 동기가 작동했으리라.

분위기에 휩쓸려 그녀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이런 동조행동은 쉽사리 볼 수 있는 사회현상이다.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정말 간절히 원하고 계획하기 보다 분위기에 휩쓸려

먼저 행동 해버리고 다음 순간 후회하는 일들이 얼마나 잦은가,.

어떨 때는 정말로 중요한 일인데도 말이다.


그렇게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무대포 암살프로젝트 속의 막부인으로서

 “색”으로 ‘이’를 유혹해서 목숨을 앗는 역할을 수행한다.

순결과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생각지 않은 우발적 살인을 목격하고 그 곳을 뛰쳐 나온다..

그리고 외상을 안은 채 전쟁과는 무관한 조용한 삶을 산다.

       

 

3번째 결정 - 다시 막부인의 역할이행


다시 3년 후 막부인으로서의 역할제의가 온다.. 

그녀는 대답 없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지원군에게 맡기고

지원군의 스파이 종료 후 아버지 계신 영국으로 보내준다는 언약을 믿고

순간 갈등하지만 결국 일 맡기를 선택한다.

그러나, 그녀가 나가는 순간 편지는 찢어지고 아버지와 재회약속은 공수표였음이 밝혀진다..

 

 

이 세가지 결정을 하게 된 주요한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아버지게로 향한 부정의 갈망이다..

대화 속, 보이지 않는 히든메시지,

보이는 맥락 속의 감추어진 보이지 않는 감정의 실타래를 찾는 것이 바로 상담자가 지녀야 할 안목이다.


< 색, 계 ...  내부의 대전>


여자는 색으로 다가간다. 남자의 계를 허물기 위해.

남자는 계로 색을 지키려한다. 보호하기 위해, 귀신같이 치밀한 남자의 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하는 것,

애국의 이름으로 감행해 내가는 그 일이 얼마나 버겁고 힘겨운 벅찬 일이었을까.

스파이로서 자신의 "색"을 무기로써 적의 "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일은 자신의 "계"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자신의 "계"가 허물어지는 순간 이미 본질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바람이 불 지 않는 순간 더이상 바람이 아니듯이  비가 적시지 않는 순간 더이상 비라 부르지 못하듯이 

본질을 잃은 스파이는 더이상 스파이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 이 ... 그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눈 뜨고 자는 사람이다. 잠시도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그는 권력과 자신의 탐욕을 위해 자유를 버린 사람이다.

늪처럼 빠져드는 게걸스러운 힘의 욕구를 성취하기 위해 매국노의 삶을 선택했고

고로 그는 늘 쫓기고 자국민들의 표적이 되어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을 피해야 하는

극도로 고단하고 잔인한 일상으로 영혼이 피폐해지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미 그를 유혹하기 위해 몇몇의 미모의 스파이가 접근했으나 

계로 철저하게 쌓인 그를 아무도 유혹하진 못했다..


그런 그가 3년 만에 재회한 그녀에게

당신이 한 그 말을 믿는다. 난 당신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그에게 믿는다는 행위, 믿는다는 고백은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행위인 것이다.

항상 보디가드들에게 싸여 자기 집도 후문으로만 들어가고

아내마저 그의 행적을 모르게 숨막히는 경계의 삶을 사는 그의 믿는다는 말은 자신의 생명을 건 도박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고백인 것이다. 

 

 

 


< 그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둘은 일본인들이 출입하는 술집에서 만난다. 그녀는 그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사도 “우리는 실과 바늘 같아서 절대 헤어지지 않으리라”는 애절한 가사를

그녀의 예쁜 모습만큼 예쁘게 부른다..

자신만을 위한 공연을 지켜보던 그는 눈물을 흘린다.

아마도, 그에게 그녀는 산소같은 존재였으리라.

질식할 것 같은 숨 막히는 공간에서 비로소 숨을 트이게 하는, 비상구였으리라.

재난이 일어난 공간에서도 비상구를 찾는 순간 살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의 출구!

그래서 모든 것으로부터 “계”로 철갑을 두른 그에게

자신도 숨 쉬는 인간으로서 아픔도 느끼고 약한 감정을 보일수 있는 유일한 통로

그 길이 바로 그녀였을 것이다.

새로운 삶의 소망이자 새 삶의 의미였고 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고 새보다 더 소중한 자유였을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을 위한 사랑의 노래를 들으며

완전히 "계"를 내려놓고 

그 모든 것을 선사해 준 지극한 고마움과 동시에 불완전한 두 사람의 현실에 대한 슬픔

만가지 감정이 눈물로서 승화되었으리라.

그는 사랑의 최고 증표 다이아몬드를 눈보다 아름다운 그녀에게 선물한다.    

 

                                       


< 왜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를 살렸을까.>


연기로 시작한 가짜사랑이 점점 그의 진정과 또, 그의 진심을 사기 위해 치열하게 몸으로 나눈 사랑으로 인해

그녀의 "계"가 무너진다. 

그녀의 "계"가 허물어진 진짜 이유는 6캐럿 다이아몬드도 격렬한 사랑의 몸짓도 아닌   그가 한 말때문이었다.

3년 만에 돌아온 후 마땅히 그에게 선물 줄 것을 못 찾는 그녀에게

그의 말 한마디

“당신이 돌아와 준 게 선물이오.”


이 말을 듣는 그 순간 그녀의 가슴에 미동이 치고 있지 않았을까..

사랑의 도화선이 이미 타들어가기 시작한 순간이라고 생각된다..

그의 암살을 기도한 최후의 마지막 순간, 화려한 다이아몬드를 내미는 그에게 그녀는 마음이 흔들리고

잃어버릴까봐 걱정되어서 못 끼겠다는 구실을 대는 그녀를  바라보며 화려한 다이아몬드 광채보다 더 결정적인 한 마디

“내가 지켜줄게.”

그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

자신의 목숨, 신념, 애국, 동료들의 목숨까지.

 

< 그녀의 핵심감정 >

 

그녀의 핵심감정은 “버려짐과 보호받지 못함” 이다.

자신은 아직 어리고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했지만 아버지는 새엄마를 선택하고 외동딸인 그녀를 심리적으로 버렸다.

아무도 그녀 앞에서 그녀를 보호하고 지켜주겠다고 진심으로 안아준 적이 없었기에 그녀에게 그 말 한마디는

자기 목숨, 힘든 세월, 신념, 대의 그 무엇보다 앞서는 

실로 큰 의미였던 것이다.

자신의 아킬레스건이 건들린 순간 이 전의 모든 것이 무의미한 것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 유일한 사람을 죽일 수 없었기에 그녀는 그를 살리기로 결심한다. 자신은 동료들과 함께 죽으면서.

죽기 전에 그녀는 회상한다..

연극부 친구들이 ‘이’의 암살작전에 가담하겠냐고 물었던 그 대학시절 그 장면을 성큼 내린 선택이 지금의 비극을 낳았기에,.


 

< 사랑! 어디까지가 한계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결국 ‘이’는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녀의 죽음에 승인 결재를 하고 사랑의 증표인 다이아몬드 반지도 자기 것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했듯이 최고의 사랑을 한 것 같던 그가 한 사랑의 맹세로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를 부인하고 포기해버린다..

 

< 인간의 불완전함>

 

인간의 마음이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야생마와 같다.

약하기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주 강한 사람이 아주 사소한 것에 무릎을 꿇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한순간에 변해 버리고 

욕하던 사람이 욕 받는 사람이 되고 이해할 수 없는 게 바로 사람이고 사람 심리다.

어차피 사람의 심리란 또 사람간의 관계란 함수나 방정식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 법이니.

, 계...

내가 보는 이 영화

돌봄 없이 외로운 한 소녀와 영혼이 외로운 두 남녀의 만남이야기이고

사랑했으나 불완전한 시작과 종결로 끝난 슬프고 애처러운 사랑이야기다.  (옮긴글)


         -
 출처: 영화치료칼럼리스트  김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