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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33화)나의 자서전-셋 번째 운명적인 사랑부분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09. 3. 23. 01:27

 

(33화)나의 자서전-셋 번째 운명적인 사랑부분에서

 

그가 밝고 환한 미소를 띠면서 우리 앞을 우뚝 막고 일어섰었다.

< 잘 있었어? >

그의 웃는 얼굴을 보는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고, 다소 죄책감을 느끼며 가슴이 저리고 아파져 오는 것을 순간 느껴왔었다.

같이 온 친구도 그를 보고 당황하며 내 손을 잡았다.

친구가 되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난감한 표정을 짓고는 갑자기 어떻게 왔느냐고 우리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 며칠 후, 군대 입대하기 때문에 휴학계 내고 너를 만나려고 왔어. >

그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보며 친구의 질문에는 답변만 해주고 있었다. 

< 그런데 너는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내가 반갑지도 않아? >

< 어…. 아니…. 반가워…. >

입술이 바삭 타들어 가는 것을 느끼며 대답을 했었다.

친구는 그에게 약속 없이 우리가 오지 않으면 어절로고 기다렸느냐고 묻었고 그는 여기오면 나를 만날 것 같았고 오지 않으면 우리 집 앞으로 오려고 했다고 그랬다.

그의 성격상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을 잘 아는 나는 더는 내 마음이 무겁고 무모하게 계속 볼 수가 없었다.

친구에게 둘만이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자리를 비켜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친구는 나를 걱정하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는 커피를 마시다가 뜻밖 나의 제안에 휘둥그레 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시점에 오늘 약속된 친구들이 한둘씩 들어 왔고, 그를 발견한 친구들은 한결같이 멈춰 놀라고 어색하고 난처한 표정으로 그에게 인사하기 때문에,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었다.

< 오늘은 네 친구들이 이상한 표정으로 인사하네! >

< .........  >

<다들 왜 그래. 네 표정도…? >

< 군대 간다고? >

< 설마 내가 군대 간다고 네가 그런 무거운 분위기로 짓는 것이 아닐 데고....? >

그가 장난기 얼굴을 띄고 웃었다.

그를 갑자기 만난 것을, 오늘 예상하지 못했고, 어차피 한번은 해야 할 말을 그가 충격받을 것을 생각해 어렵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무슨 말로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 잠시 망설였다.

< 난 널, 좋은 친구로 기억하고 싶어! >

그는 내 얼굴에서 심각한 표정을 읽었는지, 다소 불안한 표정을 짓고 쳐다보았다.

<그래, 구질 하게 둘려서 이야기하기 싫어. 네가 믿기 어렵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2주일 전에 약혼했어‥. >

그는 너무 놀라 마시던 커피를 토해내면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에게 장난하느냐고 되물었다.

< 사랑하는 사람과 약혼이 장난으로 할 이야기가 아니잖아. >

< 그럼, 너 성격에 아무나 쉽게 사랑하고 더구나 아직 어린 나이에 약혼했다는 말을 지금 날보고 믿으라고…? >

<내 성격을 알잖아. 솔직하다는 것을,. 그리고 너에게 농담하고 싶지도 않아! >

그는 심한 충격을 받은 얼굴로 완전히 납빛되어 예기치 못한 내 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얼이 빠진 눈으로 어이가 찬 현실에서 넋이 나간 표정이 되었고 그의 물컵만이 매우 흔들리며 말을 잊어버린 실어증 환자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거렸다.

< 네… 말을… 믿을 수가 없고… 아니 거짓말같아! 너는 절대 그럴 수가 없어! 누구에게 쉽게 무너지는 그런 애가 절대 아니야! >

그는 내 말에 사색이 되어서 절대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 너 말대로 누구를 아무렇게나 사랑하지 않아.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약혼 한 거야. >

< 그럼 뭐야,. 나는 장난이야…? >

그는 띄엄띄엄 말을 이어 갔었다.

< 널, 좋은 친구로 기억하고 싶어. >

< 정말 너라는 애는 단순하고 편하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며, 약혼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그만이고… 상처받는 내 마음은…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이… 네 마음대로 나를 좋은 친구로 기억하고 싶다고 쉽게 말하는…  >

친구들이 화장실 가는 척하고 교대로 긴장감이 감도는 우리의 침울한 분위기를 훔쳐보고 가고 했었다.

< 언제부터…. 사귀고 있었어…? >

< 작년, 여고 졸업한 봄‥. >

< 그래서 작년 여름 방학 때에 날보고 만나지 말자고 했던 거야? 나는 네가 대학 문제로 자존심이 상할 줄 알았는데,. 네 배신감이 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

그는 드디어 얼굴이 일 그어졌고 음성은 끊임없이 떨리며 흥분되고 있었고, 음악다방의 떠들썩한 분위기였지만,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았다.

< 처음으로 진실한 사랑을 알았고, 너를 한없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다리는 내 바보 같은 사랑은 모두 헛된 사랑이었어? 며칠 후, 군대 입대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잔인한 비수만 꽂아놓고, 날보고 지금 도대체 어떠하란 말이냐? >

< ........ >

< 너를 만나지 전에 내 모습은 비뚤어진 사춘기부터 나쁜 길 빠져서 내 힘만 믿고 불량배들과 어울려 놀았고, 너를 만났고, 해운대에서 네가 그랬지 너도 맞아봐야, 맞는 사람의 심정을 알 수 있다고.. 네가 지켜보는 앞에서 실컷 맞아보고, 그리고 버스에서 네가 날 창피하게 생각하고 옆에 앉지 못할 때, 비로소 인간이 되더라! 그날 명세했지! 앞으로 네가 좋아하는 것이라며 담배도, 못질케 끊어보았고, 진심으로 종교도 가졌고, 불량배 조직에서 죽을 만큼 맞아가며 탈퇴했었고, 또한 새로운 인간이 되고자, 너에게 약속을 지켜보겠다는 그 일념으로 피땀 나게 열심히 한 유도로 전국 체전 예선에서 금메달을 움켜쥐었고 그 덕분으로 대학도 들어갈 수 있게 한 것이 모두다 너를 만나기 때문이라 생각했어!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음악을 알고자 팝송과 영화음악을 나도 미쳐보고 싶어서 밤새도록 듣고, 또 듣고, 죽을 만큼 공부하면서 너를 향한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알 수 있었어! 내 인생에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어두운 골목에서 불량배들과 어울리고 있었겠지! 그래서 너라는 존재는 나에게는 희망을 준, 나의 천사로 생각했어! >

< .............  >

< 또한, 내가 얼마나 큰 고통을 안고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왜 널 만날 수가 없었는데… 오직 네가 다칠까 봐… 정말 네가 다칠까 봐, 내가 널 만나면 그들에게 네가 노출될까 봐, 그들의 조직에서 탈퇴하는 것이 너 때문인 줄 그들이 알기 때문에 공공연히 드러내 놓고 너를 만날 수 없었어, 네가 보고 싶으면, 너의 집 앞 골목에서 외롭게 혼자 보고 뒤돌아 올 수밖에 없는 내 심정을 넌 몰랐을 것 거야. 너의 집 앞에서 네 밝은 표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으로 만족하고 돌아왔어. 어느 날에는 미치도록 네가 보고 싶고 대화도 나누고 싶었지만, 네가 다칠까 봐…, 네가 다칠까 봐… 그렇게 해야 너를 지킬 수 있었어.

그날 금메달을 너에게 걸어주었던 날도, 목숨마저도 마다하면서 그들에게 맞고 또 맞아가면서 그들의 조직에서 탈퇴해 너와 약속을 지켰고 온통 피투성이 몸이지만, 너와 한 약속을 지켰다는걸, 꼭 보여주고 싶어 널 찾아간 거야. 그래서 그동안 마음 놓고 너를  만날 수 없었어…  제대로 시작도 못 한 내 사랑 이제부터 너에게 해 줄 것이 너무나 많은데… >

그의 진심을 비로소 이제 알았고, 내 마음도 헤집는 아픔으로 목이 메었다.

< 그리고 내가 말했지.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예쁜 사과로 계속 아껴 쳐다보는 것이라고,. 하지만. 결과는 이것이 아니잖아! 무조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마저도 이제 네가 가르쳐 주는 거야! >

< ....... >

< 한 번 더 진심으로 대답해 줘.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약혼했어…? >

그의 질문에 고통을 끝낼 수 있는 답변을 하고 싶었다.

< 그 사람을 내 목숨보다 사랑하고 있어! >

< 너 목숨보다…. >

그는 바로 힘없는 슬픈 표정으로 몸이 얼어붙은 채, 떨리는 주먹을 불끈 쥐고 진정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때, 그가 신청한 팝송 곡들이 음악 다방 D J의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가 나에게 들려준다는 멘트로 흘려 나왔다.

< 이 노래가 끝나기 전에 빨리 가. 어쩌면, 내 마음이 무섭게 변할는지 나도 내 마음 몰라,. 이대로 너를 보내지 말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끊고 있어! 그리고 너를 진정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목숨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 주어야 한다는 마음도 한쪽에서 또한 흔들리고 있어,. 내 인생을 바꿔놓은 너를 내 마음속에서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 순간부터 너를 잊을 것이고 네 앞에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 거야! 내가 지금 내 인생에 제일 후회하는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래야 마지막으로 너를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 내 마음이 변하기 전에 제발 내 앞에서 빨리 가. >

마지막으로 일어서는 나를 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벽으로 서둘러 돌리는 그의 눈이슬에서 또 한 번 조명에 순간 번쩍 것을 느끼면서, 아픈 가슴이 시리고 메어와지만, 그와 내 친구들을 그곳에 두고, 서둘러 나왔었다.

그가 신청한 팝송에서 그와 함께한 모든 기억들이 밤 바람에 스쳐 지나갔었다.

 

 

어린 초등학교 시절 함께 복도에서 두 팔 들고 벌 받든 기억.

해운대에서 피투성이 모습에 실망했던 기억.

우리 집 앞에서 온통 상처 피투성이로 금메달을 내 목에 걸어준 기억.

서울역 광장에서, 많은 인파 앞에서 나를 발견하고 목청껏 소리를 지르면 쏜살같이 달려와 환희의 얼굴로 나를 안아 360도 돌렸던 기억.

추운 눈발이 휘날리는 입시 치른 대학교 정문 앞에서 새파랗게 얼은 얼굴로 반겨주던 기억.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경복궁에서 눈 속에 빠져 시린 차가운 내 발을 그의 머플러를 벗어 입으로 두 갈래로 찢어 따뜻한 붕대로 감아 주면서 차갑고 시린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아 따뜻한 호~호~ 입김을 불어서 비벼 따뜻하게 녹여 주었던 기억.

나의 이마와 입술에 따뜻한 온기로 나에게 입맞춤 한 기억.

나와 이별에 슬픈 눈물을 흘렸던 커피집의 기억.

서울역에서 작별의 아쉬움이 끝내 떠나는 위험한 기차에 뛰어 올라 숨을 몰아 쉬면서 허덕거린 기억.

추운 기차 마지막 뒤칸 밖에 앉아 멀어지는 시골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가 들려준 팝송 이야기와 영화 이야기들 기억.

얼룩진 내 눈가 검정을 그의 끝 소매로 닦아 주면서 나를 비교했든 사과 이야기 기억.

그날 입장권 한 장으로 부산역까지 배웅해주고 그 자리에서 손을 흔들고 다시 서울로 돌아선 기억. 

이제는 두 번 다시 돌아서는 너의 뒷모습 보지 않을 거야! 그의 말 기억.

그 음악 여운은 이제는 슬프게 들려 왔었다.

 

나의 첫사랑은 그렇게 그날로 영원히 끝났고, 그 뒤부터 오랜 세월이 흘려간 현재까지도 그의 약속대로 그를 한 번도 볼 수가 없었고, 오직 옛 송에서 가끔 그의 흔적을 만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