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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51화) 나의 자서전 - 여섯 번째 이야기 아파트 살 적의 이야기들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14. 6. 2. 14:54

 

 

( 51화)  아파트 살 적의 이야기들

 

 

 

처음부터 우리는 너무나 다른 성격과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만난 것이다.
그는 매우 정적이고 사회서나 가정에서도 한 점도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서로 자란 환경도 너무나 다르다.
그의 어린 시절은 일본에 계시는 아버지와 오랫동안 이산가족으로 살면서 아버지 없이 그 당시 오지의 시골 마을에서 매우 가난하고 무척 어려운 환경에서 살았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책이 없어 공부하기도 힘들 역경 속에서 친구들에게 책을 빌려 다니면 공부를 해야만 했다고 한다.

소풍 때는 도시락이 없어 결석까지 해야만 할 정도였단다.

 

시어머니께서는 어린 두 자식을 돌보면 조그만 장사하시어 텅 빈 집 안에서 두 형제만 남아 밥을 챙겨 먹기나 굶기나 하면서 외롭게 자랐다고 한다.
그때는 다른 친구들이 아버지와 함께 있는 모습이나 집안에 엄마가 챙겨 주는 밥을 먹는 친구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웠다고 한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못 받아 본 정을 자식들에게 최고의 자상한 아빠가 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그의 생활신조는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면 오후 6시이면 칼퇴근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를 사 들고 오후 6시 땡 시계처럼 집으로 들어와 아이들과 아파트 뒷산을 산책한다.
아이들 젖은 머리를 보면 혹시나 감기가 걸 리 세라 걱정되어 직접 머리 드라이로 말려주고 딸들의 머리 빗질도 곱게 묶어주는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자상한 아빠이기는 틀림없었다.
반면 나를 힘들게 하는 부분이 그의 어린 시절에 겪었던 어머니의 보살핌에 얼마나 그리워했으면 아이들 곁을 잠시도 떠나지 못하게 나를 붙잡아 두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그와 정반대로 매우 동적이고 완벽이란 단어와 거리가 멀었고 무척 덜렁 되기만 하는 왈가닥에 말괄량이로 제멋대로 항상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로 자랐다.

옛날 적에 외가은 딸 넷에 아들 하나인 집안에서 아들만 챙기는 서러운 셋째 딸로 태어나신 친정어머니는 학교 공부도 못 받고 천대를 받은 한 맺힌 서러움을 우리 오빠 세 명 낳고 내가 태어났을 때 경제적으로 풍요하지도 못하면서 유독 나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어 웬만하면 해주셨다.
자란 환경도 부산 극장가 중심지 번화가에서 자랐고 또한, 내 어린 시절부터 무용 뒷바라지도 해주어 무조건 오냐오냐 잘못 키운 탓에 고집만 세고 집안의 사정은 "나 몰라." 동생들보다 못한 팥쥐처럼 자라게 되었다.
아무도 통제 할 수 없는 딸의 버릇을 결혼 후 제대로 임자 만났다며 그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그의 완벽한 세심함은 우리 친정에 일주일마다 부모님 안부 전화를 드리며 형제생일, 집안 작은 행사까지 일일이 다 챙겼다.

 

그러니 우리 부부싸움에서 내가 단 한마디도 말대꾸 조차할 수 없는 내 답답함이 짓눌려 쌓이고 쌓여 스트레스로 병원에 두 세 번이나 실려갈 정도로 심각한 처지가 되었으나 내 업보가 있어 그런지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으면 내 말에 귀를 기울러 주지 않았다.

다만 그것도 내 성질이 더러워 거품 물고 넘어간 것이라 단정했으니…

 

 

 

피아노 뚜껑 깨진 사건 이후로 앞집 아주머니를 비롯한 아파트 아줌마들과 쓸데없이 어울리는 것에 아주 탐탁지 않게 생각했었다.
외출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나갈 궁리로 피아노, 꽃꽂이 학원에 등록해 배우고 싶다고 했었다.

잠시라도 피아노, 꽃꽂이 학원 가는 시간이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피아노, 꽃꽂이 선생님들을 직접 섭외해 다음 날부터 우리 집으로 출장 오게 하여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게 하였다.
금지된 외출, 오후 6시이면 띵~똥 하는 그의 칼퇴근 등은 창살 없는 감옥? 같다는 생각으로 어린 시절 지하실에 갇혀 있었던 폐소 공포증이 다시금 느껴게 했다.

 

 그때 내 나이가 아직 20대 후반이라 결혼하지 않은 여고 친한 친구 두 명이 대학을 졸업하고 대구에 취업하여 와 있었다.
한 명은 도청 공무원으로, 또 한 명은 대구은행에 다녔다.
친구들과 한 번쯤은 전망 좋은 커피숍에서 커피도 마시며 여고 시절처럼 수다도 떨고 싶었고, 친구들과 옷가게에서 예쁜 옷도 구경하고 싶었고 또한, 동네 아줌마들과 예쁜 그릇가게도 가 보고 싶었고, 배고프면 시장바닥의 떡볶이, 순대, 어묵 같은 것도 사 먹고 싶어 것이 그 당시 나의 꿈이라고 할 정도가 되었다.

 

 (지금 나이 들어 돌이켜 보니 그때가 참 바보스럽다.)

 


 ( 마사지 사건)
우리 아파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출장 마사지 아주머니가 오후에 오신다.
아파트에서 넷 다섯 명 아줌마들이 집집이 돌아가면서 함께 마사지를 받았다.
그가 워낙 소문난 땡 시계 남편이라 아파트 아줌마들도 나를 먼저 양보해 주었다.
어느 상당히 더운 여름날 그날따라 출장 마사지 아주머니가 늦게 오셨다.
한참 내 얼굴 마사지를 받을 때라 머리에 타올 수건을 쓰고 옷은 편하게 어깨선까지 내려놓고 얼굴을 비비고, 튕기는 도중에, 그 집 아줌마가 베란다에 빨래를 널다가 그날따라 무척이나 일찍 퇴근해 들어 오는 그를 발견하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  그 집 아저씨 벌써 들어 오고 있네. >
< 엥~ 큰일 났네! 아이들만 놀이터에 두고 왔는데…>
마사지 머릿수건을 확 벗어 던지고 얼른 후다닥 일어나 허둥지둥 계단으로 우랑 탕탕 뛰었다.
< 아이고~ 저렇게 남편을 겁내서 우째 사노. 쯧쯧쯧>
우리 아파트는 에러 베이트가 없는 5층 아파트이다.
그 집이 E 입구 5층에서 C 입구 3층 우리 집까지 두 계단씩 건너뛰면 불이 나게 뛰었다.
외부로 나가면 그에게 단번에 노출될 것 같아서 지하층으로 더 내려와 지하로 통하는 C층 3층으로 쏜살같이 진땀 뻘뻘 흘리면 총 10층을 뛰었다.

무슨 액션 영화처럼 일 초씩 내려가는 시한폭탄이 막 터지는 순간에 가까스로 간신히 숨돌릴 틈도 없는 찰나에 "띵~ 똥 ~'

벨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헉~ 헉~ 헉~ 헥~ 와왔…어요.  >
얼마나 급하게 단숨에 뛰었으면 가슴이 두 방망이질하며 숨찬 숨소리로 혓바닥 헉헉거리면 말했다.
<엉~ 무슨 일이야? >
푹푹 찌는 여름 날씨에 총 10층 계단을 단숨에 뛰었고, 마사지로 비비고 튕기고 한 얼굴은 열을 받아 더욱 새빨간 색이 되어 있었고, 헝클어진 폭탄 머리에, 홈웨어 원피스는 급하게 뛰는 바람에 크는 차츰차츰 내려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리선까지 내려와 훌렁 벗겨진 홈웨어 뒤 자크를 슬슬 올리면서 당황한 눈빛으로 숨을 할딱거리고 있으니 그가 이상한 낌새로 살폈다.

< 이게 무슨 꼴이야? >
<헉~ 헉~ 아무것도… 아녜요.>
< 아무것도 아니라니아이들은 다 어디 갔어? >
<헉~ 헉~ 놀이터…  헉헉>
<아이들은 모두 놀이터에 다 내보내고? 그럼 왜 헉헉거리는 거야?>
< 헉~ 헉~ 그게… 그러니까>
그는 어깨너머로 아파트 실내를 훑어 보면 말했다.
< 비켜 봐.>
그렇다고 의심한 눈빛으로 방을 살핀 그를 절대 잊을 수 없다.

 

 

(금붕어 사건)
찬 바람이 부는 겨울철이 되었다.
우리 아파트는 집중식 난방이라 개인적으로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없어 덥고 건조했다.
습도 조절도 할 겸 금붕어 어항을 하나 있으면 아이들에게도 좋을 것 같아 둥근 항아리보다는 활동량이 좋은 큼지막한 사각형 사왔다.
며칠 후 그와 수족관 앞을 지나다 알록달록한 열대어가 몹시 예뻐서 비싸지만, 열대어도 여러 마리 사와 금붕어와 함께 넣어 주었다.
옛날 그때는 열대어 상식을 전연 몰랐던 시절이라 예쁜 것에만 초점을 두었는데 어느 날부터 열대어 몸에 허물 줄이 생기면서 허옇게 벗기지는 현상이 생겼다.
왜 그럴까?

 

열대어를 사온 가계에 의문 생겨 전화로 문의했다.
수족관 아저씨의 여러 설명이 있었는데 열대어는 수족관 뚜껑에 형광등 불을 커 주어 수온을 따뜻하게 올려주어야 하는데 수온이 차가워 일종의 감기 증상이라고 말했다.
그때까지는 형광등 쓰임은 열대어들이 잘 보이게끔 밝게 달아두는지 알고 있었다.
우리 집으로 출장해 달라고 요청하니 우선 응급처리용으로 아스피린 한 알을 수족관에 넣어두라고 하였다.
퇴근 시간에 그에게 전화했었다.
< 열대어 허물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수온이 차가워 일종에 감기 증세라고 하네요. 다른 열대어도 그런다고 급하니 퇴근길에 약국에 들러 아스피린 꼭, 사오세요. 절대 잊지 말고요.>
몇 번이나 다짐시켰다.
<알았어! >

 


그가 퇴근해 들어 오는 길에 약국을 들러 단다.
<아스피린 사러 왔는데요. >
< 누가 아픈가요?>
약사 그 말에 무척 당황했단다.
<…>
< 아이와 어른들 먹는 양이 달라서 그게 따라서 처방도 달라서요.>
<그게그러니까 금붕어가,>
< 예? 그럼 금붕어가 감기에 걸려서 약을 사러 왔다고요? >
옛날 그 당시에는 약사로서 처음 들어 보는 말이라 아주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사람이 아닌 금붕어 감기약을 사러 왔다니 잠시 멍하니 잠잠하더니 두 약사가 서로를 쳐다보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히쭉히쭉 웃더란다.
<제 약사 생활에 아직..금붕어 감기약을 지어본 적이 없어서…푸파...ㅋㅋㅋ>
< 다음에오게요. >
<흐흐흐 푸파…흐흐흐 ㅋㅋㅋ>
웃는 소리가 뒤통수에 들려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면 얼토당토않은 감기약 심부름을 자기에게 시켰다며 화를 몹시 내었다.
그 상상이 너무 웃겨서  화를 내고 있는 그에게 나 역시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깔깔깔~ 배를 잡고 넘어가며 웃었다.

그에게 그간 쌓인 스트레스가 통쾌한 웃음으로 확 풀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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