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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50화) 나의 자서전 - 여섯 번째 이야기 아파트로 이사 가다.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14. 3. 27. 12:00


(제50화 아파트로 이사 가다)


집이 시내 중심가 속이라 온종일 옆 건물에 갈려서 햇볕이 들지 않았다.
낮에도 전등불을 켜야 하며 건물 중간끼어 통풍도 잘되지 않아 갑갑해 하루 중에 대문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이상한 증세로 코피가 거의 매일 터져 현기증까지 생기면서 갈수록 건강도 나빠져 갔다.

내 어린 시절에 폐된 공간은 정신적 나쁜 공포증이 있다.

초등학교 다닐 적에 한 번씩 용의 검사를 하였는데 손가락을 내밀고 손톱이 길면 선생님이 회초리로 손등을 때렸다.

아이들은 울거나 잘못했습니다. 내일 깎고 오겠습니다. 대부분 그런다.

어린 시절에는 내가 무척 고집 세고 누구에게도 잘못했습니다. 말은 죽기보다 싫어했다.

선생님께서 손등을 때리면서 잘못했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다그치자 잘못했다는 말 대신 뒤 돌아서 거친 울퉁불퉁한 시멘트벽에다 손톱을 박박 문질러 짧게 만들어 했다.

여린 손톱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보시고 당황한 선생님은 내일 당장 부모님 호출 불호령이 떨어졌다.

어머니는 창피하다며 불쌍한 큰 올케언니가 담임 선생님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어머니는 몹시 화가 나 내 버릇을 고쳐보겠다며 잘못했다는 말하지 않으면 벌칙으로 우리 집 아래에 무서운 큰 지하실에 가둔다고 했는데 잘못했다는 말하지 않아 결국 아주 깜깜한 지하실에 가두고 문을 닫아버렸다.
옛날 지하실은 요즘처럼 깨끗한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고 부석부석한 흙바닥에서 냄새가 나고 벌레가 기어 나와 내 몸에 기어오르는 것 같았고 으스스하고 음침한 뒤에서는 귀신이 나타날 것 같아서 새파랗게 질려 쓰러질 지경이지만,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다가 곧, 실신할 것에 어머니기 염려되어 결국 내 고집에 지고 말았다.

고집 센 딸에게 오죽했으면 "꼭, 네 같은 딸이 있어야 이 어미 심정을 알 것이다. " 했었다.

그리고 우리 외할머니도 "인간 호랑이 남편을 만나야 저 고집이 꺾일 일 것이야," 그런 말씀하셨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던 후부터 어둡고 폐쇄된 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정신적 문제로 싫어했다.

 

그도 내 건강상태에 염려되어 시부모님께 이사해야겠다고 의논하였으나 집수리까지 하고 잠시 살고 이사한다며 시부모님은 얹잖아 하셨다.

시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일본에서 평생 사신 분이라 한국어보다는 일본어가 더 편하게 여기는 분이다.

어쩌다가 며느리가 못마땅해 꾸중하실 때에는 처음에는 한국어로 천천히 꾸중하시다가 차츰 말씀이 빨라지며 그다음부터는 한국 단어가 빨리 생각나지 않아 일본 말로 갑자기 "와따시와 ~ &#$%^&^… 그렇게 보통 10분 이상 빠른 일본 말로 꾸중하신다.

사실 일본 말을 모르니 듣는 동안은 한국말보다 감정이 덜 상한다.

꾸중이 끝나시면 옆에 계시는 시어머니께서 한국말로 나에게 통역하시는데 시아버지 10분간 말씀이 너무 빨라서 시어머니도 입력이 다 되지 않아 통역은 아주 간단하게 "그러니까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간단하게 하신다.
<예~>

그리면 두 분이 싸우신다.

왜 10분 동안 꾸중했는데 말이 그것뿐이냐고?

말이 너무 빠르니 어떻게 다 외우느냐고?

 

 

이삿짐을 챙기는 날에 돌아보니 옆에 있던 두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대문 골목 밖에도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삿짐을 내팽개치고 혼미한 상태로 아이들을 찾아 나섰고 우리 집 옆 50M 떨어진 파출소에 허겁지겁 신고하러 가니 두 아이가 파출소 창문에 코를 납작하게 눌려진 체 눈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나를 발견하고 서러워 더욱 울고 있었다.

이삿짐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직접 짠 편물 해바라기 형 비키니 수영복을 발견하고 옆방에서 몰래 갈아입고는 옆집 아이에게 자랑하러 나왔는데 봄날, 시내 중심가에서 여름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어린 두아이를 발견한 어느 분이 매우 이상해 파출소에 데리고 왔단다.
(추억 사진 속의 두 꼬맹이의 여름 쌍둥이 비키니 수영복을 보면 생각난다.) 
 


아파트로 이사 왔었다.

지금은 아파트가 많은 시절이지만, 옛날 그 시절에는 요리나 난방은 연탄불 중심이라 중앙 집중식 기름보일러가 있는 아파트를 맨션아파트라고 불렀다.

연탄불이 아닌 맨션 아파트 내부에서 가스레인지로 요리하는 것은 그때는 주부에게 큰 로망의 시절이었다.

잔뜩 기대하고 이사 오니 가스대 위에 투박한 석유 풍로가 덩그렇게 얹혀있었다.

이유는 내가 가스를 잘못 사용해서 폭발하면 우리 아이와 아파트 주민들에게 큰 일이 생긴다는 나를 믿지 못하는 그의 노파심 때문이다.

새 아파트에서 석유 풍로라니?

( 요즘 시대 같으면 남들이 그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을 것이다.)

아파트 아줌마들이 우리 집 석유 풍로를 보고는 다들 ㅋㅋ ㅋ…

무척 창피스러웠다.

그럴 때마다 경제권을 넘겨준 것에 후회되었다.

그는 내가 경제권을 가지고 있으면 얌전히 집에서 아이들 키우지 않고, 또다시 설레발치며 서울처럼 부업을 할 것이 틀림없다고 절대 돈을 맡기지 않았고 매일 하루살이처럼 주었다.

풍로에 어쩌다 바람이라도 들어가면 시꺼먼 불꽃으로 냄비 거스름을 힘들게 닦아야 하고, 그리고 메케한 석유 기름 냄새가 싫었다.
까치발로 들고 몇 달을 석유 풍로 앞에서 요리하다가 더는 밥 못 주겠다고 시위하니 드디어 우리 집에도 가스레인지가 들어오게 되었다.
그 후로 그는 어디서 소방차나 엠브란스 급한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혹시나 우리 집 가스 폭발이 아닌가? 매일 노파심 노이로제에 시달려야만 했었다.

 

 

그 시절 주부들은 요즘처럼 맞벌이 시절이 아닌지라 대부분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들이 퇴근하는 것을 기다렸다.

남편들 출근 시켜놓고 아파트 아줌마들은 모여 커피 마시며 남의 집 일에 이렇고 저렇고 쓸데없는 관섭도 많았다.

특히나 우리 아파트는 한 단지뿐이라서 어느 집의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사정을 잘 안다.

우리 앞집아주머니는 아파트에서 가장 입김이 센 분이라 관리실 아저씨도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바꾸어 버려 관리실 아저씨들도 특별하게 모신다.

앞집 아주머니 눈에는 내가 석유 풍로를 비롯해 남편에게 쥐여사는 것에 나만 보면 늘 답답하다 하셨다.

아침마다 늘 백화점에 출근? 하다시피 화려하고 비싼 멋진 옷차림에 보석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흔히들 말하는 사모님과? 이시다.

아주머니의 억센 음성 다음 날이면 앞집 아저씨는 빨간 고무장갑을 끼시고 김치 바가지를 들고 나오시다가 마주치면 매우 머쓱한 표정으로 김치 바가지를 뒤로 숨기고 한다.

(김치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김장 김치가 더운 실내에서 빨리시어 버린다고 아파트 뒤뜰에다 장독을 묻어두고 김치를 갖다 나른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는 아저씨가 친목회 갔다가 친구들과 재미있게 화투를 쳤다가 통금에 걸려 집에 올 수가 없는 사정을 아주머니에게 전화했지만, 사정을 무시한 아주머니는 통행금지 해제가 되면 바로 시가에 뛰어가 남편이 어젯밤에 오지 않았는데 너무 걱정이 되어 밤새 뜬눈으로 새우고 혹시 여기에 있나 싶어 확인하러 일찍 왔다고 하셨단다.

그런 고자질은 시부모님마저 며느리 눈치 보아야 하며 아저씨는 시가에 호출당하고 혼 쭐 나게 하는 아주 대단한 분이다.

또한, 아저씨는 친구들과 술 드시고 노시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어쩌다가 빨리 전화를 하지 않으면 전화기는 아주머니 손에 의해서 당장 박살 나고, 다음 날 아침 측은한 모습으로 아저씨는 어김없이 빨간 고무장갑을 끼시고 김장 김치 바가지를 들고 나오신다.

 


아주머니는 강도도 겁내지 않는지, 늦은 밤에 현관문을 열자 앞집 아주머니가 화려한 외출복에 상처난 부은 얼굴로 다급하고 허둥지둥 몸짓으로 커다란 손전등을 가지고 나오시다가 나를 보고 함께 따라나서라고 하였다.
< 무슨 일이에요? >
< 새댁 어서 들어가 손전등 빨리 갖고 나와. 나 따라서 다이아몬드 반지 찾으려 같이 가.>
<  웬~ 밤 중에 다이아몬드 반지요?>
<오늘 시내에 나갔다가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 할 수 없이 버스를 탔는데 어느 강도 놈이 날 계속 따라온 거야. >
 ( 그 시절은 택시 잡기가 무척 어려운 시절이었다.)

< 어머나! >
< 나를 따라오는 것을 미리 눈치채고 속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기지 않으려고 별별 생각을 다 했지. 역시나 우리 아파트 어두운 공터에서 날 가로막고 위협적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공갈치더라고, 그래서 생각한 대로 이것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라며 가지고 가라면서 어두운 땅에다 확 내다 던져버렸지. >
<헉~ 괜찮았어요? >
< 괜찮기는… 강도가 성질나는지 나를 한 방 때리더라고, 그리고 어두운 땅바닥에 라이트로 반지를 찾는다고 난리더니 여러 명 오는 인기척 소리에 도망가더라고. 그래서 지금 손전등 가지고 반지 찾으러 가는 길이야.>
<헉~ > 
다행히 어디쯤 던졌는지 대충 기억해 어두운 땅바닥에서 우린 다행히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찾았다.

 

 

우리 위층에 사는 아주머니는 동네에서 제법 큰 슈퍼마켓을 경영한다.
앞집 아저씨와 달리 위층 아저씨는 슈퍼마켓은 나 몰라라 하는 분이고 위층 아주머니가 전부 맡아서 한다.

어쩌다가 불평 한마디 잔소리할 때며 성질난다고 슈퍼마켓 물건도 던지고 집에서는 밥상도 엎어버려 아주머니 늘 남편에게 겁에 질린 체 창백한 그늘이 꽉 끼어있다.

앞집 아주머니가 남의 일에 가만히 두고 볼 일이 없었고 왜 바보처럼 당하고 사느냐고 자기 일처럼 흥분했었다.

<그럼 어떡해요. 고쳐 보려니 손님 있는데 슈퍼마켓에서 물건도 부수지를 않나, 집에서는 아이들 앞에서도 밥상 엎고, 심한 욕설하지 않나, 아이들 때문이라도 내가 무조건 잘못했다며 진정시켜요.>
< 그러니 남편이 기가 살아서 더욱 난리부루스를 치지.>
앞집 아주머니와 위층 아주머니는 만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무슨 교육을 받는지 매일 조금씩 위층 아주머니 눈빛이 달라져 갔다. 

교육이? 끝났는지 어느 날 드디어 일이 터졌다.
위층 아저씨가 또, 슈퍼마켓에서 난리를 치고 물건을 부수자,

(사실 아저씨가 부수는 것은 잘 부서지지 않은 것과 라면 같은 것이란다.)

위층 아주머니는 준비한 야구 방망이를 들고 나와서 아저씨처럼 시시한 물건이 아니라 맥주, 정종, 사이다 같은 시끄러운 병 깨지는 소음으로 흥분해 마구 부수어 버리자 아저씨가 흠 찍 물러나면서 흥분된 아주머니 방망이를 빼앗고 진정시켰단다.
집에서도 밥상도 엎어버리면 전에는 무서워 쩔쩔매고 새로 밥상을 사와 밥상을 받쳤지만, 그 후부터는 부서진 밥상 대신 신문지에다 밥상 차린단다.
위층 아저씨는 체격이 뚱뚱해 굵은 허벅지와 목둘레도 굵어서 신문지 밥상에 허리를 굽혀 먹자니 뒤 목이 당기고 뻐근하고 불편해서 답답한 아저씨가 다음 날 밥상을 사 들고 오신단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아저씨 성격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서 또 행패를 부리면 그때마다 아주머니는 죽을 각오 하고 아저씨가 슈퍼 물건 하나 던지면 아주머니는 무조건 야구 방망이 들고 나와 부숴 버리고, 밥상을 엎어 때마다 신문지 밥상을 차리어 주니 그렇게 식사를 할 수 없는 아저씨는 밥상을 엎어버리다가 슬그머니 내려놓는다고 하였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아저씨 눈빛은 차츰 죽어가고, 위층 아주머니 기세가 등등해지고 갈수록 조폭 마누라? 눈빛으로 되어 가는 것 같았다.

 

앞집 아주머니는 위층 아주머니를 이제 다 고쳤으니 이제는 내 차례라고 하셨다.
< 이기지 못할 싸움이면 아예 시작하지 말고, 시작했으면 죽을 각오 하고 무조건 이겨야 해. 사실 남편들은 화가 나면 겁주려고 큰소리로 무엇을 던지지만 알고 보면 모두 싼 물건들이야. 그때는 아깝다 생각 말고 아주 비싼 물건을 네가 먼저 던져 부숴버리고 기세를 잡는 거야. 위층 아줌마도 그래서 이긴 거야. >

 

 

우리 아파트 구조는 앞 빈 공터를 훤히 내다보여 누가 들어 오고 나가는지 다 보인다.

특히 여름철이면 베란다 창문을 열어 놓거나 아파트 벤치에 나와 앉아 있으면서 어느 남편이 몇 시에 출퇴근하는지 다 알 수 있었다.

그는 우리 아파트에서 소문난 땡 시계 남편이다.
그가 퇴근해 공터로 걸어 들어 오는 것을 보며 아파트 아줌마들은 오후 6시가 된 줄 알 정도이다.
퇴근하는 시간을 맞추려면 오후 4시부터 아이들 목욕시키고 집을 말끔히 청소하고 저녁 준비 완성하고 신발을 차례로 잘 정리하고 현관문에서 나를 비롯한 우리 아이 세 명과 함께 <잘 다녀왔어요.> 인사를 해야 한다.

어느 날 시내에 나간 길에 길거리 옷 장사에게 아이들 옷을 사 가지고 왔었다.
집에 와서 입혀보니 크고, 작고 맞지 않았다.
해가 지면 길거리 옷 장수라 없어질 것 같아서 시계를 보니 그의 퇴근 시간이 빠듯했으나 그에게 전화하면 분명히 쓸데없이 시내 나갔다고 잔소리 할 것이 뻔해 싸게 산 옷보다 택시비가 더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집에 두고 불이 나게 서둘러 왕복 택시비를 소비하며 교환해 왔다.
소문난 땡 시계 남편이라 관리실, 동네 아줌마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말한다.
< 그 집 아저씨 벌써 왔어…>
 내가 무슨 죄인도 아니고 남들이 걱정해 주는 말조차도 그날따라 은근히 화가 났다.

앞집아주머니가 나를 기다렸는지 현관문을 빠끔히 열고는 한마디 하신다.
< 아기 엄마! 이번에 만약 뭐라 하면 절대 기죽지 말고 이번 기회로 단단히 남편 버릇을 확~ 고쳐버려! 내가 말했지 남자들은 겁주느라 화를 내는 척, 싼 것을 던지며 아기 엄마 집에서 제일 비싼 것을 던지고 남편 기를 확 ~ 잡아. 이번 기회에 놓치면 평생 잡혀 살아야 해. 내 말 알았지. >
 

( 그래 결심했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아이들 옷 바꾸느라 늦었는데 그것도 남편 겁내서 비싼 왕복 택시 타

고 와야 해? 6시 조금 늦은 게 무슨 죄인 취급을 받을 일이 아니잖아! 흥, 오늘 두고 봐. 위층 아줌마도 하는데 내라고 못할 것 뭐가 있어.)  


어깨를 힘껏 부풀어 올리고 당당하게 현관문을 열었다.
예상대로 그의 무서운 레이저 눈빛이 나를 쏘아 본다.
< 어린아이들만 집에 두고 도대체 어디 갔다 왔어? >
 < 아이들 옷 바꾸러 다녀왔어요.>
< 뭐가 그런 것이 급하다고 아이들만 집에 두고 그러는 거야. 가스레인지라도 혹시 만지면 어쩌려고.>


( 그놈의 가스! 가스! 맨날 폭발 타령이야.)

내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더 큰소리 쳤다.
<잠시 늦을 수도 있지 뭘 그래욧. >
< 갑자기 못 먹을 것을 먹었나? 뭘 잘했다고 큰소리로 대꾸해.>
그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성난 강도 높은 목소리로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잠시 기세가 눌러 지만, 정신 발짝 차리고 앞집 아주머니 교육대로 대들었다.
< 내가…맨날…기죽고 살 줄 알았어욧.>
<뭐야.>
그가 옆에 있는 소파 방석을 고함과 동시에 나에게 던졌다.
(그래 맞아! 앞집 아주머니 말대로 값싼 소파방석을 던지는구나! 그럼 나는 비싼 것이 무엇이지?)
순간 이것저것 둘러봐도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던지기가 모두가 아까운 것뿐이다.
겨우 현관 발 카펫을 발로 세게 걷어차면서, 큰 소리로 대들었다.

<나도 이제부터 그렇게 안 산다고 흥!>
그런 내 행동에 정말 화가 나는지 테이블에 놓인 내가 정성껏 꽃꽂이 한 것을(그 시절에는 꽃꽂이 침봉은 무거운 납덩어리이었다.)

우리 집에서 내가 매일 입김을 불어가며 빤질빤질하게 닦아 두는 비싼 피아노에다 꽃꽂이 화병을 던졌다.
( 옛날 그 당시에 비싼 재산 1호 영창 피아노이었다.)

던진 화병에 피아노 뚜껑이 푹 패이면서 꽃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 엉~ 이게 아니잖아. 앞집 아주머니가 남자들은 싼 것을 부순다고 분명히 그랬는데)

화병 파편이 거실에 산산이 깨지고 카펫 바닥에는 흩어진 꽃송이들이 뒹굴고, 바닥에 엎지른 물,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한 아이들이 겁에 질려 울고

그 광경에 나도 정말 화가 났고 "그래 안 살고 말자" 그런 마음이 생겼다.
< 당신이 이것 다 치우고 난 안 살 테니 애들 데리고 잘 살아 봐욧.>
큰소리치면 현관문을 꽝~ 박차고 나왔다.
앞집 아주머니가 자기 현관 문틈으로 우리 집 쪽으로 귀를 세우고 있다가 내가 아주 잘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린다.


반 계단쯤 내려왔을까? 갑자기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쾅! 들리더니 쿵쿵쿵~ 내려오는 발소리에 흘끗 돌아보는 순간에 그는 내 뒤 모가지 옷 짝을 덥석 한줌 움켜잡고 들린 체 우리 집 거실 바닥에다 내동댕이쳤다.
<당장 이것들 못 치워.>

산산조각이 난 화병 파편을 조심스럽게 주섬주섬 주워내고 카펫 바닥 물을 걸레질을 하면서 불쌍한 내 신세를 한탄했다.
( 지가 다 던져 부셔놓고 내보고 치우라고 해. 훌쩍내 성질 다 어디 가고 내 꼬락서니가 이게 뮈야! 훌쩍훌쩍…)

그 순간 외할머니 말씀이 생각났다.

"인간 호랑이를 만나야 고집이 꺾이지."

 

다음 날 그가 출근하자마자 앞집 아주머니가 쪼르륵 건너오셨다.
< 아주머니가 분명히 남편들은 아주 싼 물건을 던진다셨는데 내가 제일 아끼는 비싼 피아노를 저렇게 망쳐 놓았어요.> 
피아노 뚜껑이 깨진 것을 만져 보는 아주머니 왈`

< 쯧쯧, 아까운 것그렇게나그것도 아무나 버릇 고치는 게 아닌가베 >
앞집 아주머니와 꽃꽂이 화병 물에 흠뻑 젖은 무거운 카펫을 베란다 쪽으로 질질 끌고 난간에 걸쳐 주고 뻘쭘해하면 나가버린다.

아까운 피아노 뚜껑 흠집을 다시 어루만지면 괜히 이기지 못할 싸움을 걸어 내 기세만 더욱 꺾어지는 계기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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