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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45화) 나의 자서전 - 다섯 번째 어설픈 재태크 부분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11. 11. 12. 18:57

   (45화) 나의 자서전 - 다섯 번째 어설픈 재태크 부분에서

 

첫 손님의 할머니 그 말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이 거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몸이 뻣뻣하게 마비되어 넘어질 것 같았다.
처음으로 경영이라는 것에 흥분과 호기심을 감출 수 없었고 더구나 계약하던 날 수많은 손님으로 북적거렸는데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과 중개인 말을 곧이곧대로 의심하지 못한 내 어리석음의 한탄과 그가 없는 틈을 타서 의논 없이 저질렀으니 원성을 들을 일이 더욱더 눈앞이 캄캄했다.


경험 없는 미용실 경영이 불안해서 기존에 있었던 두 명의 미용사에게 도와달라면 부탁을 했었지만, 처음은 그들은 내 청을 당황하며 거절했으나 당장 갈 곳이 없었던 그들을 간신히 붙들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손님 없는 텅 빈 미용실, 그간 오신 손님이라고는 열 손가락도 되지 않았고, 매끼식사 때마다 두 미용사에게 차려줘야 하는 밥상마저도 엄청난 부담이 되었다.

급기야 미용사의 첫 봉급날이 되었고 그토록 알뜰하게 허리띠를 졸라매며 열심히 모았던 돈과 금쪽같은 남편의 봉급에서 떼 미용사 봉급을 지급하면서 가까스로 미용실을 겨우 연명해야만 했었다.


어쩔 수 없어 한 명의 미용사를 내보내고 대신 잔 일을 아기를 보면서 도왔다.
기술 없는 내가 미용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어쩌다가 들어온 손님의 곁옷 받아 주는 것과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쓸어주는 잡일, 끼니마다 차려주는 미용사의 식사, 뒤 설거지 그리고 서둘러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먼 거리를 아기 손을 잡고 복잡한 버스 타는 고생과 왕복 버스비까지 무척 부담되었다.
거울을 보면서 우울한 표정과 기운 빠진 모습이 혹시나 근심 사실을 알아차리까 봐 그것 또한, 감추기 어려웠다.
그는 의심스러운 의혹에 찬 시선으로 꿰뚫어 보는 것처럼 물었다.

< 네가 그렇게 원하던 미용실은 잘되고 있어? >
잘못 선택한 것이 들킨까 봐 마음이 움찔움찔해 당황하며 대답했다.
< 어~ 그럼요. 잘되고 있어요.>

<네가 그만큼 원하던 일이니 후회되지 않도록 열심히 잘해 봐.>

격려해 주는 말조차도 부담되었다. 

 

그러나 하루 중에 손님이라고는 어쩌다가 들어오는 몇 분과 어린애, 학생 단발 컷이며 그나마 야간업소에 나가는 세 명의 아가씨가 매일 다녀가는 큰 단골손님이었다.
한 달이 지나서야 그녀들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여기 주인장은 세상 물정을 너무나 모르는 것 같아, 어떻게 더 알아보지도 않고 덜렁 하루 만에 인수해. 몇 년 전부터 가게를 내놓아도 아무도 거들 적 보지도 않아 전 주인이 얼마나 안달했는데, 그날도 우리가 있을 때 미용실 중개인이 찾아와 내일 팔게 해 줄 테니 수수료를 많이 달라면서 기념행사로 하루 공짜로 서비스한다고 동네 소문내고 그리고 아는 사람들 총출동시켜 손님으로 가장시키라고 하더구먼‥>

< 그래도 설마 알아보고 하겠지 했는데 어쩜 하루 만에 덜렁 계약해. 내 말 맞지 김 미용사?>
< 아~ 예…>
미용사가 내 눈치를 보면 말을 더듬고 대답을 피했다.

무엇보다 내가 한 번 더 신중하지 못한 죄, 혼자 똑똑한 체한 죄, 멍청하게 속은 죄, 날씨마저 추워지면서 그의 직장 부근 종로구 가회동 집에서 성북구 신장위동까지 수입도 없으면서 매일 먼 거리를 오가며 아기만 고생시키는 것 같았다.
< 난 괜찮으니 이제 날씨도 추워지니 아기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고생하지 말고 어차피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것은 똑같으니 차라리 내가 버스를 타고 다닐 것이니 미용실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는 것이 어때?>
그가 내 답답한 심정을 통 모르고 내놓은 의견이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아기를 데리고 부업을 하겠다는 것을 무척 반대했으나 내 고집으로 끝내 시작한 일이니 그에게 어떠한 의논도 한마디 못한 체, 쓸데없이 아까운 이사 경비를 허비하면서 정든 가회동을 떠나 신장위동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힘들게 지내던 어느 날 아주 멋지게 차려입은 중년부인과 설계사처럼 보이는 남자 몇 분이 미용실 앞 공터에 며칠간 왔다갔다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며칠 후, 포크레인 장비가 출동하고 땅을 파기 시작하였다.
관심과 호기심으로 무엇을 짓는지 인부에게 묻었다.
< 아주 큰 사우나 목욕탕을 짓어요.>
소라치게 놀라서 묻었다.
< 아저씨 그럼 내부에 미용실도 들어오나요?>
< 잘 모르지만, 이렇게 큰 사우나 목욕탕을 짓는데 미용실도 함께 들어오지 않을까요?>
그날부터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어 날마다 사우나 주인이 언제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목메어 기다리는 어느날 그 중년 부인이 보였다.
우리 미용실에서 커피를 한 잔을 권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 미용실도 새로 들어오나요?>
<걱정되죠? 사실 나도 처음에 그러려고 했으나 앞에 미용실도 있으니 그냥 남자 이용실만 만들 테니 걱정 말고 우리 사우나 덕이나 봐요.>
<그 말이 정말이세요? 너무 걱정했는데 고맙습니다.>
그 말에 한시름 놓았고 그 뒤부터 사우나가 빨리 완공되길 소망하며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매일 쳐다보면 기다리게 되었다.
그 중년부인은 그런 분야의 전문적인 사업가인지 후딱 몇 달 만에 멋진 사우나를 완공되었고 거리마다 요란하게 현수막이 걸쳐 있었고 신문마다 전단지가 끼어들어 오더니 금세 소문이 나면서 개업하였다.
정말 여성 미용실은 없었고 남성 이용실만 있어 사우나 손님들과 여태 이곳에 미용실이 있는 줄도 몰랐던 동네 분과 먼 거리의 자가용 손님까지 겹치면서 천만다행으로 미용실이 갑자기 번창하고 복잡해졌다.
초라한 골목이 장엄한 사우나 건물이 세워지면서 골목이 화려해졌고 덩달아 나 역시 다른 미용사를 한 명 더 고용했고, 점차 늘어가는 손님으로 그동안 마음고생한 것과 빚진 경비까지 충분히 보상을 받은 셈이 될 것 같았고 분홍빛 앞날이 밝아오는 것 같았다.

 

그런 어느 날 미용실 건물 주인이 천정 벼락같은 말을 했었다.
< 아기 엄마에게 미안한 소리지만, 아무래도 이 가계 비워줘야겠어요. 진작 다른 용도로 변경하려고 했는데 전 미용실 주인이 팔릴 때까지만, 조금만 봐 달라고 통 사정해서 여태 미루어 왔는데 이제 하려고 하니 이른 시일 안에 가계를 정리해 주면 좋겠어요.>


소스라치게 깜짝 놀라 흥분 찬 목소리를 말했다.
<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아직 제가 인수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계약 기간도 아직 많이 남아잖아요?>
<전 주인과 아기 엄마가 자기네 끼리 서로 계약한 것이고 정식으로 나하고 다시 계약한 것이 아니잖아요. 어쨌거나 앞의 계약한 기간이 이미 만료되었으니 그렇게 알고 가계를 비워줘요. >
그 당시 내 어린 나이에 계약 양식도 모르는 체 중개인과 전 주인 말만 믿고 덤벼든 너무 세상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다시 한 번 더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제 겨우 고생의 난국에서 벗어나 마음고생 한 그간 모든 것을 감추고 부업을 잘 시작했다는 말을 수없이 그에게 자랑한 며칠 만에 어처구니없는 무거운 고민으로 또다시 앓아눕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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