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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12화) 나의 자서전-두 번째 첫사랑 부분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08. 12. 21. 16:53

 

(12화) 나의 자서전-두 번째 첫사랑 부분에서



신나게 뛰어다녔던 친구들조차, 잠시 멈추고 그의 행동에 몹시 감동받은 표정으로 넋이 나간 듯이, 다들 멍하게 서 있었다.

그 순간, 뭉클한 내 가슴은 어두운 골목길에서 불량배들부터 나를 구해주어, 그를 좋아했던 첫 설렘처럼, 또다시 뜨거운 감정이 피어올랐다.

<우리가 괜히 같이 온 것 아냐? >

친구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무척 흔들리는 내 감정과 표정을 재빨리 감추게 되었다.

그의 어머니가 우리가 입시로 고생했다고, 그의 집으로 저녁초대를 했었다.

 

그의 집앞에 도착했을 때는, 배고픈 우리를 참을 수 없을 만큼 대문입구에서 맛있는 냄새가 유혹했었다.

<안녕하세요. >

차려진 음식이 더, 반가 와 우리는 큰 소리로 합창으로 인사를 했었다.

<오늘 시험 치른다고 고생했지? 어서들 들어와요.>

그의 가족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그의 어머니와 배가 만삭이 된 누나 부부가 특별히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밥상 앞에는 그의 형과 형의 친구 셋 명도 함께 있었고 우리에게 그의 형이 대신해 가족 소개와 형의 친구들까지 인사 소개를 했었다. 

< 여기는 저의 대학친구고, 저 친구는 어제 부산서 올라온 재수생이고요.>

그는 형이 연극 영화과에 다니는 배우 지망생이라고 대신 소개했고, 형제는 서로 다른 분위기였었다.

그의 어머니가 차려주신 저녁상과 후식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셨지만, 나를 지켜보는 그의 가족 눈길은 무척 부담되었다.

창문 밖에는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고, 숙소로 돌아가는 우리가 걱정되어 그의 어머니 권유로 모두 버스정류장까지 배웅해주었다.

 

밤의 도시는 모두 하얗게 변해있었다.

엄청난 눈으로 얼어붙은 도로는 모든 차량이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들의 집요한 권유로 그의 집으로 다시 되돌아왔었다.

그의 어머니가 숙소에서 걱정하고 계시는 친구 어머니께 전화로 못 가는 사연을 말씀드리고 안심시켰다.

우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하는 날처럼, 그의 형, 형의 친구들, 우리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파티로 들뜨고 있을 때, 그의 어머니가 그들 형제를 다급히 불렸다.

<누나가 산 기가 있나 보다. 산부인과에 급히 가야겠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보니, 우리도 조금씩 지쳐 피곤해지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실눈과 하품을 계속 되풀이했었고 어색한 자세로 벽에 기대는 나에게 그는 내 곁에 앉아서 자기에게 기대기를 권하고 보호했었다.

 < 네가 내 옆에서 앉아 기대고 있다는 사실이 정녕 꿈은 아니지? >

행복해 보이는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피곤이 밀려오면서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꿈속인 줄 알았다.

나의 이마와 입술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고, 그가 나에게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 뭐야? >

나는 순간 너무 놀라서 물려났고, 내 큰 소리에 무슨 일이냐는 듯이 덜 갠 눈으로 그와 나를 번갈아 보면서 궁금해 보았다.

갑작스러운 그런 상황에서 모두가 그를 보는 것에 당황했고,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가고 끝내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

아침이 밝아왔었고, 집으로 오신 그의 어머니께서 그의 누나가 첫 아들 출생을 자랑하면서 안 보이는 그를 찾았다.

그의 어머니가 권하는 아침식사를 사양하고 우리는 버스가 다닐 수 있는 곳까지 미끄러운 도로를 하염없이 걸었다.

 

숙소에 돌아와 우리는 분주하게 짐을 챙기고 있었고 짐을 마무리하는 나를 친구가 불러내었고 그가 왔다는 것이다.

그를 만나기를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나를 숙소 앞 커피집으로 친구가 밀어 넣었다.

어두운 구석진 자리에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텁수룩하고 침울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어젯밤 일이 용서 되지 않아 앉지 않고 서 있었다.

< ......  >

< .........>

< 할 말 없어? 그럼 나갈 거야,.>

불퉁하게 말하고 돌아섰었다.

<잠깐, 만,. >

돌아서는 나를 그가 잡았고, 우울해 보이는 그의 두 눈 속에서 그렁그렁한 눈물이 고여 있었고 젖어 있는 액체가 조명에 번쩍거렸었다.

남자의 슬픈 눈물을 처음보는 것에 순간 너무 당황했었고 내 심장이 잠시 멈추는 것 같았다. 

< 안 되겠다,. 먼저 나가있어,. 서울역에서,. 기다릴게,.>

그는 내 시선에서 서둘러 벽 쪽으로 피했고 말을 잇지 못하는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내 마음도 그의 이별의 눈물에 모든 것이 용서되었고 나 역시 이별이 편치 않았다.

 

서울역의 붉은 벽돌은 많은 사연을 배달하는 빨간 우체통 속 같아 보였다.

그도 서둘러 입장권을 사 가지고 왔고, 내 짐과 우리 일행들 짐도 기차 선반 위에 올려놓고 무거운 침묵으로 내렸다.

어제  그의 활기찬 모습과 오늘은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말이없었다.

 

서서히 움직이는 기차 창 밖에서 그는 쓸쓸히 손을 흔들고 서 있었다.

창 밖에는 어제 쌓였든 눈들이 움직이는 기차 마찰로 눈발이 흩날렸다.

그 눈 속에는 눈 내리는 감동의 경복궁 영상이 떠올랐고, 나를 안아서 돌렸던 서울역 광장, 그의 입맞춤과 조명에 반짝인 그의 눈물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창 밖을 보면서 회상 잦은, 나에게 친구들이 깜짝 놀라며 말이 안 나오는 듯이 나를 흔들었다.

기차에서 분명히 내렸던 그가 입장권을 움켜쥔 채, 내 앞에서 가쁜 숨을 헐 덕 몰아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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