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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13화) 나의 자서전 - 두 번째 첫사랑 부분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08. 12. 23. 05:03

 

(13화) 나의 자서전 - 두 번째 첫사랑 부분에서



요즘 기차는 출발하면 자동문이 닫혔지만, 그때 그 당시에는 자동문이 없었고 달리는 기차 난간에서 얼굴도 밖으로 내밀 수도 있었다.

가쁜 숨을 헐떡이는 그를 보니 너무 놀랐고, 도저히 믿기지 않아 경탄을 금치 못했다.

< 이대로는 도저히,. 너를 그냥 보낼 수 없어! >

이마에서 흐르는 땀과 흐트러진 머리, 옷맵시를 갖추려 숨을 정리하면서 말을 했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깜짝 놀라는 우리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 손을 이끌고 기차 객실 밖으로 나왔었다.

기차 마지막 뒤칸 밖에서 우리는 한없이 멀어지는 풍경을 보면서 앉았다.

서먹하게 흘렸지만, 몇 번이나 시꺼먼 터널을 빠져나오고 보니 그와 내 얼굴은 검정 얼룩들이 하나둘씩 생겼고 그 모습을 서로 쳐다보고 우리는 웃게 되었다.

그때 해운대 해변에서 웃었던 기억이 살아나면서 불편한 사이가 다시 편안함으로 느껴져 왔었다.

< 네가 웃으니 이제 됐어! 그냥 이대로 헤어지면, 너무 불안했어! 사실 어젯밤에 너 잠든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꿈만, 같았어! 나쁜 마음도 아니었는데 네가 화를 내는 바람에,. 막상 밖에 나오니 갈 곳도 없더라. 교회를 생각하게 되었고 덕분에 네가 나를 싫어하지 않게 해 달라고 밤새 하나님께 기도 했어.>

그는 내 눈 주위에 생긴 검정 얼룩을 그의 끝 소매로 닦아주면서 말했었다.

< 걱정하지 마. 너는 나에게 닦아놓고 보는 정말 아끼는 기분 좋은 예쁜 사과야. 한 잎이라도 먹어버리며 흉한 사과로 절대 만들지 않을 거야 아마 너와 결혼해도 처음에는 아까워서 그럴 것 같아 ㅎㅎㅎ.>

그는 바람에 흩날리는 내 머리카락을 넘겨 주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 저번 교회 벤치에서 네가 호철이형에게 기타로 팝송 배울 때는 사실 너무 화가 나지만, 애써 참느라 혼났어! 그 뒤부터 네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팝송 LP판도 사 와서 종일 방에서 꼼짝않고 음악듣고, 그리고 영화음악에 관한 참고도 찾아서 공부 하느라 그동안 정말 죽자고 했어.>

그가 팝송과 영화음악에 관심을 둔 게 아주 반갑고 귀가 솔깃해서 물어보았다.

<그럼 너는 그중 누구 노래 좋아해? >

<비틀즈. 사이먼&가펑클, 톰 존슨, 엘비스 프레슬리,,,,.  >

우린, 팝송에 대한 이야기로 좋아하는 곡들을 서로 나열하며 끝없이 주고받았다. 

특히, 그는 오늘 밤새 기도하면서 '아베 마리아' 곡을 생각하게 되었고 나를 생각하는 노래가 될 거라며 좋아하는 곡에서 새로 추가할 것이라 하였다.


기차에서 펼쳐진 시골마을을 보면서 톰 존슨의 'Green, Green Grass Of Home'에 슬픈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가사의 내용과 다르게 깊은 사연이 담겨 있는 노래라며 이야기를 했었다.

어느 도망자가 부모님이 계시는 푸른 시골 고향집에 기차를 타고 숨어 찾아왔으나, 고향 역을 바로 앞에 두고 형사에게 쇠고랑을 차게 되었고, 그리운 부모님의 고향의 푸른 잔디 집을 보고도 내리지 못하고 기차가 그곳을 지나가야 하는 애절한 도망자의 아픔이 담긴 노래? ? ?

또한, 담배 사연 중에 (외국 담배 중에 두 남녀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이름이 어설프게 생각나는 담배이름?) 보통 담배보다 1인치가 길어진 담배 사연도 이야기했었다.

사랑하는 남녀가 전쟁 속에서 마지막 만남 장소에서 빨리 올 수 없는 사연을 모르는 남자는 그녀를 기다리면 피운 담배가 1인치만 길어도 만날 수 있는 것을 영원히 헤어진 것에, 그 남녀 이름을 따서 만든 것? ? ?

무성한 영화도 재미있게 들려주었고, 많은 영화 이야기가 지금은 다 생각나지 않지만, 그중에 영화 '부베의 연인' 이야기가 생각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 '마라'가 교도소에 수감 중인 '부베'에게 십 년이 넘도록 면회가는 장면이 인상에 오랫동안 남았다며 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기다려 줄 수 있느냐고 그가 물었던 기억이 남는다.

또한, 팝송에 관해서 엮인 재미나는 이야기 등 나는 그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큰 관심을 보이며 귀를 기울이었고 흥미진진하게 주로 듣기만 했었다.

지금도 그의 말이 정말 맞는지? 알 수 없지만, 그때는 그런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나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그는 영화 이야기 속에 바람과 함께 사리지다의 클라크 게이블 상대역 비비언 리와 왕과 나의 율 브리너 상대역 데보라 카, 강한 남자 마음, 왕의 변화에 영향을 준 고집이 세고, 단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여자들은 모두 나에게 비교했고, 나는 상대 남자들이 더 고집이 세고 단순하고 제멋대로 아니냐고 되물었다.

하여튼 이유는 초등학교 때 고무줄 사건이 나에 대한 강한 이미지로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 한가지 부탁이 있어. 남들 연인처럼 네가 내 팔짱을 다정스럽게 껴안고 지금 나에게 기대어 줄 수 있어?> 

< 꿈 깨 ~ 이다음에 한 번 생각해 볼게.>

단호하게 거절하고 쓸쓸히 웃는 그의 등을 장난삼아 툭 치면 분위기를 바꾸었다.

< 이다음에 나도 너하고 결혼하며 너 한데 꼼짝 못하는 공처가가 될 것 같아! 아~ 난 언제 군대 다녀오고 대학 졸업하고 그리고 자리잡아 너랑 결혼할 수 있을까? 빨리 세월이 갔으면 좋을려 만... 넌 내가 확실히 믿어! 부베의 연인처럼 날 기다릴 수 있을거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프러포즈를 미리 하는 것이라며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로 웃고, 장난치면서 추운 것조차 잊어버리고 부산역까지 도착했었다.

 

웅성거리며 몰려나오는 인파 속에서 그가 갑자기 그 자리에서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이제 부산까지 너를 배웅했으니 서울로 돌아갈 거야. 이대로 부산역 밖으로 나가면 나는 너와 헤어지기 싫어서 영 서울로 갈 수 없을 것 같아,. 그럼... 잘,. 가. >

그의 어두운 목소리는 슬프게 들렸고, 스치는 인파 한가운데서 쓸쓸한 표정으로 나에게 작별의 손을 흔들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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