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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11화) 나의 자서전 - 두 번째 첫사랑 부분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08. 12. 20. 04:27

 

(11화) 나의 자서전 - 두 번째 첫사랑 부분에서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 중심에서 대학입시를 치르기 위해 내가 꼭, 서울을 고집하는 마음과 달리,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가족들과 어제까지 다투었고 서울로 향하는 초조한 내 마음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기차는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그때는 우리 집 경제 사정은 힘들었고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의 허영심에? 서울에 대학 원서를 냈다.

어머니는 경제가 된다 해도 어디 여자애가 서울에서 혼자 공부하느냐고 하셨고 철없는 내 고집으로 굳이 가겠다면 부산에서 전문대학을 알아보라고 하셨다.

(요즘 우리 집 사정 알잖아. 오빠가 사업에 실패해, 돈 쪼들려서 부산에서도 대학에 보내주기 힘든 판에 너도 그만큼 컸음, 우리 집 가정형편도 생각 할 줄 알아야지 아직 철이 없었니,.)

달리는 기차 창밖에서 어머니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백번 생각해도 옳은 말씀이지만, 그 나이에는 내가 철이 없었어 그런지. 오랫동안 무용을 하면서 내가 꿈꾸는 대학에서 그 꿈을 꼭, 펼치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내 고집은 절대 포기가 되지 않았고 사치스러운 내 자존심은 원하는 대학교에서 시험이라도 한번 쳐보고 싶은 마음만 그때는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내 속사정과 다르게 함께 간 친구 어머니는 간식까지 챙겨주는 친구가 너무나 부럽게 느껴졌었다.

내 속마음과 달리 우리는 수학여행하는 기차처럼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고, 어느새 서울역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가 남긴 마지막 쪽지 주소로 전보를 띄었고 받았는지 궁금했었다.

(그가 내  전보을 받고 서울역에 지금 마중 나왔을까? )

누군가 서울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꼭, 그가 아니라도 도착 설렘에 마음을 들뜨게 했었다.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인파 속에서, 그는 나를 발견하고 큰 환호성 소리와 두 팔을 크게 벌려 쏜살같이 뛰어와 서울역에 모인 많은 사람을 조금도 의식 않고, 공중으로 나를 덥석 들어 안아서 정신을 못 차릴 만큼 360도 회전으로 몇 바퀴를 돌렸다. 

<그만 내려줘.>

 내 친구들. 친구 어머니, 서울역에 북적거리는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는 정신 못 차리는 나를 겨우 내려놓고는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밝은 얼굴로 활짝 웃었다.

 < 정말 꿈이 아니지? 반갑다! 네가 날 찾아준 게 아주 고맙고, 더구나 짐작조차 하지 못했는데 네가 서울에서 대학 시험을 치르는 것이 꿈만 같아서 어젯밤 한숨도 못 잤어. >

그의 행동에 화들짝 놀란 우리 일행들에게 그저 싱글벙글한 얼굴로 인사를 했었다.

그동안 그의 모습은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초등학교 때 모습도 아니고, 피투성인 고등학생 모습도 더구나 아니고, 키 크고 듬직한 한 남자로 변신해 멋있게 내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 멋진 곳으로 모셨어 음식 대접해야 마땅하지만, 저의 어머니가 나름대로 챙겨주셨는데, 이렇게 많은 일행이 함께 올 줄 미처 몰랐습니다. 주머니 사정상 짜장면으로 모시겠습니다.>

< 정말 씩씩한 친구네!>

 친구 어머니는 그가 밉지 않다는 얼굴로 답변해주었다.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시킬 때 그가 굳이 나에게는 짬뽕보다 짜장면을 권햇다.

다들 왜냐고 묻었는데 짬뽕을  좋아하는 사람은 좀 느끼한 것을 좋아해 바람기가 다소있다며 웃는 바람에 우리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 다들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일행이 서울역에서 가까운 숙소를 정하는 걸 확인하고 둘이서 개인적인 대화를 제대로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고는 내일 대학입시를 모두 꿈 잘 꾸고 잘하기 기원한다며 무거운 발길로 그는 돌아갔었다.

 

 다음 날 새벽 일찍 그는 우리 숙소에 그의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따뜻한 커피 폰트를 안고 왔었고, 택시로 대학 교문 앞까지 함께 왔었고 시험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자신감을 넣어주는 의미로 내 어깨를 두드리고 격려해 주었다.

 

홀가분한 실기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우리에게 하늘에서 축하해 주듯이, 눈이 내리고 있었고 대학교 컴퍼스 발가벗은 겨울 나무들이 눈발 추위에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대학교문 앞에서 엄청나게 춥고 초조한 얼굴 표정으로 긴 머플러와 옷깃을 잔뜩 세우고, 나를 맞이해 주었다.

< 잘했어? 춥지? >

그는 추워서 오그라진 내 손을 꼭 잡았다.

우리는 시험 끝나고 만나기로 약속한 경복궁 앞으로 향했고, 친구 어머니만 숙소에 남겨두고, 경복궁 앞에 다 모였다.

고궁에는 이미 수북이 쌓인 많은 눈과 현재 펑펑 내리는 이 함박눈과 어울러, 달력에서나 볼 수 있는 그 풍경이 우리 앞에 펼쳐졌었다.

부산에서 잘 볼 수 없는 눈을 우리는 아주 좋아서 우두둑 밟으며 푹푹 빠지는 눈 위에서 신나게 뛰어다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나를 벤치에 데리고 왔었다.

<잠시 여기 앉아, 발이 너무 시리겠다!>

그는 벤치 위에 쌓인 눈을 두 손으로 밀어내고 검정 코드를 벗어 벤치 위에 깔았고 나를 앉게 했었다.

눈 속에 빠진 내 구두를 벗겨 놓고 그의 목에 감은 긴 머플러를 두 갈래로 입으로 찢어 붕대를 만들어 따뜻하게 내 발을 칭칭감아 주었다.

그리고 그의 두 손으로 차가운 내 두 손을 감싼 채, 따뜻한 입김으로 호~ 호~ 불면 계속 비벼서 녹여주었다.

 

 

( 그날의 감동은 내 가슴 밑바닥에서 다시 아프게 밀려 나와서 너무나 시리고 찡하게 마음이 아려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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