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나의 자서전- 두 번째 첫사랑 부분에서
대학교 합격 통지서를 받았지만 예상대로 나는 등록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떼를 써도 뻔한 해답을 음식도 거절하고 속병으로 며칠 동안 누워 있었다.
대학교 등록 마감날이 지나서야 포기하고 말았다.
나를 불쌍하게 여긴 가족들이 부산에서 전문대학에 대신 원서를 내라고 했지만, 사치스러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 원하는 대학이 아니면 대학도 포기할 것이다. 돈이 없으면, 내가 벌어서라도 꼭 원하는 대학에 가겠다)
내 다짐으로 아픈 마음을 혼자서 달랬다.
그 후 우리 집 가정 형편상 무용을 할 처지도 못 되었지만, 무용 학원에 간다 해도, 아무런 명분도 없었다.
그것조차, 포기해야만 했었다.
그는 대학교에 먼저 달려가 내 합격 명단을 확인한 후, 첫 번째 축하 전보를 보내왔었다.
그런 내 사정을 알 수 없는 그는 언제쯤 서울에 오느냐? 목 매여 기다리고 있다고, 또 편지를 보내왔다.
답 없는 나에게 답답하다는 또 다른 편지를 보내왔지만 소금에 절인 나의 자존심은 끝내, 답장을 쓸 수가 없었다.
팝송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우리가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공연장으로 팝송 록 리사이틀에 갔었다.
현란한 조명 아래에서 연주하는 그룹 밴드 보컬 소리에 맞추어서,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무대 제일 앞좌석 자리를 차지하고 미친 듯이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면서 그동안 쌓인 내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있었다.
옆 자리에 앉은 남자들이 우리를 보고 실실거리며 치근거렸다.
우리는 그들 추건 거리는 행동 관심에 모르는 척 아예 무시하고 음악 듣기에 열광했었다.
매혹적인 팝송 메들리에 친구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감격했다.
옆자리 남자들은 계속 귀찮을 정도로 더 적극적으로 치근거렸고, 그들을 무시하는 우리에게 기분이 나쁘다며 공연을 볼 수 없게, 무대 앞을 가로막고 난폭한 시비로 방해했으며 급기야 팔을 뻗으며 그들을 보라고 하는 순간에 내 눈을 의심했었다.
서울에 있어야 하는 그가 무대를 등지고, 화가 머리끝까지 벋친 얼굴로 나에게 치근대는 그들의 다리를 재빠르게 걷어차고 있었다.
그들은 도미노가 무너지듯이 쓰러지며 무르팍을 감싸고 웅크리고 앉아 신음을 앓은 소리를 내었다.
순식간에 동작이 얼마나 재빨랐는지, 잠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분노에 찬 그의 얼굴에서 무대에 비추어야 하는 현란한 조명들이 그의 얼굴에서 일그러져 움직이고 있었다.
관객들이 웅성웅성 그렸고 일어나면서 무대 앞을 내다보았고, 화가 난 그는 내 손을 잡아당겼다.
밤의 도시 번화가에 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는 듯이, 죄 없는 시멘트 벽을 쳤다.
< 휴~ 나는 서울에서 너 답장만 죽도록 눈 빠지게 기다리다가 너무 답답해서 한숨에 내려왔는데 도대체 이게 뭐냐고… >
한탄 섞인 깊은 한숨을 내뿜었다.
그가 내 앞에서 항상 순한 양처럼 굴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에 당황했고 무척 낯설었다.
< 내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았어? >
그의 눈치를 보면 궁금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그게 뭐가 중요해 >
아직 화가 덜 풀린 얼굴로 소리 질려 행인들이 쳐다보는 것 같았다.
행인에게 창피하게 생각하는 나를 의식 했는지 주변에 있는 음악 다방으로 손을 이끌어 당겼다.
그는 몇 잔이나 물을 들이켜 마셨고 그를 살피면서 내가 되려 지레 화를 내면서 큰소리쳤다.
<내가 뭘 잘못 했다고 그래?>
< 제발 이뤄지마, 너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몰라서 그래. 그동안 나 자신과 싸우면서 얼마나 큰 고통의 어려움을 안고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아닌 네가 되려 그런 모습으로 보이다니 실망감에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 >
서로 말이 없는 시간이 흘려갔었고 우리 사이는 다시 서먹해져 갔다.
그도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커피를 주문하며 쪽지에 기차에서 내가 나열했던 여러 가지 즐겨듣는 팝송을 기억하고 음악 신청을 했었다.
(그때는 음악 다방에서 우리가 원하는 음악을 쪽지로 DJ에게 신청하고 커피 마셨다)
잠시 후, 우리의 신청곡이 나왔고 실내에 은근히 울려 펴졌다.
그가 추운 기차 뒤칸에서 들려준 팝송과 영화 이야기 기억들을 커피 향에 담겨서 마셨고 다시 편안해 졌었다.
< 네 친구가 가르쳐 주더라. >
<뭐가? >
< 네가 리사이틀에 간 것을, 너를 만나려고 너희가 간다는 음악실에 갔더니 네 친구가 리사이틀에 갔다고 해서>
< 아~ 그래! 그럼 온다고 미리 연락하지…>
< 너 기억 못 하는구나 내가 언제 너를 만나자고 연락한 적 있어?>
그러고 보니 그가 처음 해운대 가자고 말한 것 외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마음을 털어놓고 그동안 사정을 말했었다.
내가 서울 갈 수 없는 우리 집 사정으로 재수할 것이라는 것을…
그는 서울 하늘 아래에서 둘이서 대학 다니면서 나와 데이트할 수 있는 즐거운 상상으로 부풀었고 편지를 답답하게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언제 서울 갈 거야? >
< 오늘 밤 막 차로… 사실 내일 중요한 시합이 있어. 네 편지가 얼마나 절박하고 간절했으며 이렇게 왔겠어. >
그는 나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밤늦게 집에 들어가는 것은 볼 수 없으며 그런 면에서는 보수적 생각이 많다고 나를 일으켜 세웠고 우리 집앞까지 바래다주었다.
< 다음에 언제 올 거야? 아! 너는 그런 약속은 안 한다고 그래 구나!>
나의 건망증에 그가 피식 웃었고. 내가 착실한 재수생으로 공부하고 있을 동안 모든 것을 방해하지 않겠다며 여름 방학 때 올 것 같다고 했었다.
그가 나에게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했다.
< 내가 먼저 갈게. 서울역에서 부산역에서 너와 헤어지면서 돌아서는 네 뒷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너무나 고통스러워! 두 번 다시는 네가 뒤돌아서는 것을 보지 않을 거야. 그러니 절대 먼저 돌아서지 말고 그대로 서 있어…>
그는 무척 아쉬운 얼굴로 내가 잘 보이지 않을 곳까지 뒷걸음치면서 팔을 흔들었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었다.
.
.
.
.
그리고…
나에게 곧, 나타날 두 번째 운명적인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그날이 우리의 사랑이 마지막 될 줄은 전혀 모르고 그와 난 서로가 아무것도 모르는 체 그렇게 헤어지고 있었다.
Stay in my 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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