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좋은 음악이 날마다 내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

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10화) 나의 자서전-두 번째 첫사랑 부분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08. 12. 19. 14:53

 

 

(10화) 나의 자서전-두 번째 첫사랑 부분에서

 그 후, 거리에 차가운 바람과 물기가 말라버린 낙엽이 뒹굴고 있을 무렵 되었고, 일상 속에서 불현듯 그가 예선 대회에서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었다.

교회에 다니는 친구에게 그의 안부를 물었다.

< 그 무례한 내 동창생은 요즘 교회 잘 나와? >

친구는 변함없이 잘 나온다고 했고 전과 달리 많이 변했다고 대답했었다.

그날 밤은 차가운 날씨에 감기몸살로 아팠고 서둘러 우리 집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에 그가 어두운 벽에 기대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보는 순간은 무척 반가워지만, 그날 시합장에 가지 못한 것에 죄지은 사람의 표정으로 다가갔었다.

그는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힘없이 푹 주저앉았고 또다시 온통 상처투성이였고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

<어머나! 웬,. 피,!>

비명이 나올 만큼 다쳐있었고 고통을 억지로 참는 듯이 일어서려고 애를 썼었다.

<웬일이야? 다시 싸운 거야? 안 싸우기로 약속했잖아.>

<싸운 것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좀 있으면 괜찮아 질 거야,.>

< 안 되겠어! 약국이라도 가.>

그는 내가 부추 해서 일으켜 주는 것을 사양했고 혼자서 벽을 붙잡고 몸을 곳곳이 세우며 일어서려고 애를 섰다.

< 괜찮아. 그런 것이 있어. 그들의 조직에서 마지막으로 발을 끊으려면 이쯤은 각오해야 해.>

그는 나와 약속의 훈장 상처라며 닦는 손수건을 나에게 들어 보이며 쓸씁한 표정을 지었다.

<이 손수건 기억하지? 해운대 백사장에서, 그리고 오늘, 힘든 시합 날 땀을 닦을 때도 너를 생각했고 용기를 복돋아주는 손수건 같아! >

그는 내 손수건을 간직하고 있었고 시합 단어에 덜커덕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 시합 날 군중 속에서 너를 계속 찾았고, 보이지 않아 실망하면서도 끝난 대회장에 네가 늦게라도 꼭 올 것 같아 홀로 남았고, 네게 금메달을 걸어주고 싶은 욕심으로 미련스럽게 밤늦게 까지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는 유감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보았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에게 너란 존재가 그토록 뿌리가 깊어진 것을 그날 더 실감하게 깨달았어! 넌 모를 거야, 그 후, 네가 보고 싶을 때는 이 골목에서 널 기다리면서 너를 보고 가는 사실을,. 어느 날에는 네 뒤를 따르면서 무용학원에서 춤을 추고 있는 네 모습을 창 밖에서 지켜보는 내 행복감, 그리고 여러 번이나 널 부르고 싶은 마음을 그냥 참아야 하는 내 마음을… 그런 말 못하는 이유가 있지만,. 이 메달은 연습을 온 힘을 다해서 피땀으로 힘들게 받은 거야. 받아줘! >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금메달을 꺼내어 내 목에 걸어주었다.

<나는 이번 대회 좋은 성과로 대학은 서울로 가게 되었어,. 또, 이번 기회가 우리 집 사정으로 모두 서울로 이사 가기로 했어,. 너를 만나면 또, 헤어지네! 초등학교 전학 가는 날도, 네가 며칠 동안 결석으로 학교에 오지 않아 그때도 보지 못하고 가서 사실 섭섭했어! 나에게는 네가 첫사랑이 였어 ! >

그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엿보였고 나 역시 그의 말에 힘이 빠지면서 섭섭함이 차갑게 밀려왔었다.

<나,. 오늘 아파서 서 있기 힘드네. 서울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봐,.>

핑계처럼 말을 더듬었고 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살펴지만, 내 얼굴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감추려고 재빨리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거울 속에 보인 내 얼굴은 많은 아쉬운 것들이 혼란스럽게 잔뜩 묻어 있었고, 그가 걸어준 금메달은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도시의 번화가 네온 불빛들이 12월 문턱을 크리스마스 노래들이 시작을 알렸고 거리는 케롤송에 맞추어 춤추는 것 같았다.

이제는 학원에서도 집 골목에서도 그의 말이 떠올라 주위를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날 서울로 이사를 할 것이라는 말에 귀중한 무엇을 가졌다가 근방 잃어버린 속마음은 혹시 또, 어디서 기다리고 지켜보지 않을까? 기대심으로 둘려 보았고 그가 보이지 않으며 실망하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이상형이 아니라고 절대 부정하면서도 한쪽 마음 구석에서는 그를 기다리는 것은 비겁한 나의 이중성이 아닐까?

 

 밖에서 들어오는 어린 조카가 과자를 한 손에 들고는 쪽지를 건넸다.

<조금 전에 키가 이만큼 큰, 형이 고모 주랬어.>

저녁을 먹다 말고 황급히 쪽지를 펴 보았다.

(오늘 밤차로 서울로 떠나. 부산역에 네가 나와주면 좋겠지만, 저번처럼 또 실망할 것 같고, 만나면 헤어지는 것도 괴로울 것 같아서 네 얼굴만 보고 간다. 입시 잘 치르고, 혹시 서울에서 대학 시험 치르면 여기로 꼭, 연락해 줘 **************)

쪽지를 들고 허겁지겁 밖에 나왔지만, 그를 찾을 수가 없었고 텅 빈 골목길에 차가운 바람만 헹하니 허탈하게 뚫린 내 마음을 더욱 차갑게 했다.

부산역 가는 버스에 나는 서둘러 몸을 실었다. 

하지만, 그를 만나고 나서 다음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혼란스러운 마음은 끝내 부산역에서 내리지 못했다.

버스는 용기없는 나를 태우고 계속 질주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