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좋은 음악이 날마다 내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

좋은 생각/생각해 보는 글

할아버지와 손자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20. 8. 11. 05:22

 

 

 

할아버지와 손자 

 

 

 

 

며느리가 아들을 연년생으로 출산을 하여 육아가 힘드니까,

할매 할배가 큰 손자를 데려다가 초등핵교 까지 키워서 돌려 보냈다.

 

 

자식키울때는 몰랐던 짜릿한 사랑으로 옥이야 금이야 애지중지 키웠지.

명절에 만나면 너무이뻐서 끌어안고 뽀뽀를 하고 주머니털어서 용돈 챙겨주시고,

헤어질땐 늘상 아쉬워했던 할배와 할매.

 

세월이 흘러갈수록 점점 만남의 횟수가 줄어들었다.

손자녀석 얼굴이 아련히 떠오를때마다 전화라도 하면 며느리가 받아서

"아버님 영식이 학원갔다 와서 지금 자고있어요"

"아버님 저 지금 바빠요 다음에 전화 드릴께요"

하면서 전화는 끊겼다.

 

 

더 많은 세월이 흘렀다.

손자놈이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할배는 너무 기뻐서 친구들 한테도 자랑을 하면서 막걸리파티도 벌리고 신이났다.

 

 

고령의 나이에 시력 청력도 정상이 아닌데 갱상도 끝자락에서

서울까지 혼자 나들이 하기가 부담이 된 할배는 서울사는 동생에게 전화를 한다.

"야 야! 요새 니가 보고싶다"

동생이 형님의 목소리가 아련하여 차를 끌고 내려가서 삼일동안 형님내외를 모시고 함께 즐기다가 상경 할려는데 형님할배 왈,

 

 

 

"야야 나도 서울가고싶다 손자놈도 보고싶고" 하시면서 울먹거린다.

그래서 함께 상경하여 다음날 형님할배 아들집에 갔더니 손자녀석은 친구들하고 어울여 놀다가 늦은 시간에 들어오면서 쇼파에 앉은 할배를 보는둥 마는둥 지 방으로 들어간다.

 

 

 

며느리가 민망한듯,

"야 영식아! 할아버지, 작은 할아버지 오셨는데 인사드려야지"

 

 

 

손자는 다시 나오더니 "안녕하세요"

고개만 꺼떡하고는 다시들어갔다.

 

 

 

 

그래서 내가 옆에서 보니 너무 속상하기도 하고 할배형님이 불쌍해 보여서,

"야! 영식아! 할아버지가 너 보고 싶어서 멀리서 오셨는데 할아버지 옆에 와서 껴안고 뽀뽀 한번 해드려야지"

큰소리로 외쳤더니 마지못해 나와서 할아버지옆에 멋적게 앉아서 티비만 보고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저녁을 먹고 내가 나오는데 형님께서

"나도 같이 갈란다"

하시면서 따라 나오신다.

 

 

 

며느리는 안절부절 머뭇거리고 할배 아들이,

"아부지! 오랫만에 먼길 오셨는데 주무시고 숴었다가세요"하니까

형님 왈 "댓다 마~ 들어가거라 나는 니삼촌집에 가서자고 낼갈끼다"

 

 

 

돌아오는 길에 조수석에 앉아서 창밖만 바라보시는 노형님의 눈시울이 붉게 변했다

:

:

"동생아!

엄마 아부지가 보고싶다"

하시면서 참았던 눈물이 하염 없이 흘러내렸다.

이 스토리는 실화입니다.

너거 손자들은 어떻노?

 

- 털보할배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