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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 2021년 4월 눈 내리는 날에, 배경음악 - 양희은 / 참 좋다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21. 4. 25. 14:49

 

 

2021년 4월 눈 내리는 날에,

 

 

 

2021년 5월을 앞둔 이 시점에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세상이 온통 눈 나라가 된 것 같았다.

 

 

 

토론토는 한국보다 한 달이 늦게 봄이 찾아오지만, 앞날만 하여도 새싹이 돋아나고, 벚꽃, 목련, 수선화가 한창 피었기에 앞마당에 봄꽃을 많이 심었는데 밤새 내린 눈의 무게에 꽃들이 푹~ 고개를 숙이고 꺾어버렸다.

 

 

 

눈이 온다는 날씨 예보를 보면서 며칠 전에 좀 많이 심은 봄꽃이 걱정되었다.
아직은 뿌리를 내리지도 못한 새로 사 온 나약한 봄꽃에다 비닐로 봉지를 세워주었으나 이전부터 있었던 봄꽃들은 뿌리가 내려진 것이라 그 꽃들까지 모두를 일일이 할 수 없어 그냥 두었다.

다음 날. 언제 눈이 왔었나? 할 만큼 눈 녹은 화단에 나가보니 봉투를 세워주지 않은 꽃 중에는 불쌍하게 고개 푹 꺾인 봄꽃들을 일일이 세워주었으나, 같은 꽃 중에도 눈의 무게에도 끄떡없이 꿋꿋하게 잘 버텨준 꽃은 장하다며 다독거려 주고 싶었다.

 

아마도 자식 역시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뿌리가 약한 어린 자식들은 미숙하고 나약해서 내가 봉지를 써 준 것처럼 보살피고 돌봐줘야 하겠지만, 이미 뿌리가 내려진 성인 자식은 눈 속에서도 꿋꿋하게 잘 버텨준 꽃처럼 자립성이 강해야 할 텐데...

 

요즘은 아무런 결정장애도 없어도 계속 부모 신세를 지고 사는 젊은이들을 총칭하는 '캥거루족'과 단단한 방어막 부모 속으로 숨어버린다는 뜻의 ‘자라족’도 있다.

심지어는 결혼하고 중년 나이가 되어도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는 자식들이 있어 며칠 전에 블로그 댓글에서 어느 부모가 남긴 재산에 자식들의 분쟁한 일에 더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도 종종 그런 사례가 있다. 

 

A는 아주 오랫동안 함께한 부부 모임에서 회장님 명칭을 가진 분으로 매우 높은 빌딩을 가진 경영자 회장님이지만, 도무지 베풀 줄을 모르는 분이다.

몇십 년이나 함께한 우리의 부부 모임에서 회장님이지만, 단 한 번도 자비로 식사비는커녕 어느 날 한 번은 본인의 운전사 식사비도 우리 회비에서 함께 지출하기에 내가 막았다.

그렇게만 사셨는데 몇 년 전에 돌아가시어 자식들은 재산 분쟁으로 법정에서 싸우고 있다.

 

 

B는 사회 모임에서 알게 된 분인데 역시 매우 부자이며 사모님이 원하는 대로 중매로 결혼한 사위들은 검사들이다.
이분은 돌아가신 것도 아니지만, 미리 재산 분배를 하면서 두 아들에게 많은 재산을 넘겨주면서 문제가 발생해 잘난 검사 사위들은 법률대로 분배하자며 반기를 들면서 법정 문제가 되었다.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천하의 원수가 되었고 서로 만나지 않아 법원 소송에서만 잠시 얼굴을 볼 수 있단다.
B 부부는 자식들 분쟁으로 스트레스가 쌓여 지금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C는 캐나다에 와서 알게 된 분인데 묘지 때문에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캐나다에 이민 와서 험한 고생 하면서도 안 먹고, 안 쓰고 모은 재산을 몇 년 전에 건강이 매우 악화하면서 자식들에게 미리 재산 분배도 하였고, 명당을 잘 보시는 비싼 분을 모시고 일 년 넘게 다녔다가 드디어 비싼 가격을 주고 정하셨단다.
그 후에 건강이 회복되었으나, 다시 요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영어가 안 되어 병원에 누가 함께 갈 것인가? 전화해 봐도 모두가 바쁘다는 핑계와 귀찮아하는 것 같다고 그런다.

본인이 죽고 나면 지금도 이러한데 어느 녀석이? 무덤에 찾아올 것이며, 무덤을 관리해 주겠느냐? 그래서 명당 묘지를 팔고 차라리 화장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반값 이하로 팔려고 내놓아도 아무도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 요즘 시대 자식들은 우리 시대와 달라서 다들 바쁘다고 전화도 잘 안 받고, 뭘 부탁해도 귀찮아하고 오만 핑계만 되는데 죽고 나면 누가 무덤에 올 것이며 사후 관리는커녕 제사도 지내줄 것도 아닐 텐데, 무슨 묘지 타령인가?" 그러더란다.

 

이런저런 예를 보면서 과연 우리가 사는 동안 무엇이 행복이며? 잘 살았다? 고 할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 물으면 "배부르고 등 따시며, 새끼들과 오순도순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내 품 안에 자식일 때는 그렇게 되어도 성인이 되어 결혼해 뿔뿔이 흩어지고 나면 자기네의 가족이 생기며 부모 재산 분배에 좀 더 가지고자 욕심으로 이런 사연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부모는 당신이 죽은 후에도 아무쪼록 형제간 우애를 바란다. 
여기에서 우리 친정어머니의 선택이 어쩜 현명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 어머니도 역시 옛날 사람이라 적은 재산이지만 우선 큰오빠 장남부터 거의 챙겨주셨고, 작은오빠에게는 아파트를 주셨고, 딸들은 공부 시켜 결혼하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하시어 그렇게 하셨다.

 

그 후에는 어머니 명의 작은 아파트에서 나오는 적은 월세로 살아생전에 어머니께서 용돈과 약값으로 사용하셨다.
요양병원에 계실 때 그 작은 아파트를 처분해 병원비로 충당해 우리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

아무리 적은 재산이라도 먼저 재산을 받고 나면 나 몰라 병원비 부담으로 부모가 빨리 돌아가시는 것을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머니 유언은 남은 돈은 절대로 분배하지 말고 우리 형제 명의로 은행 직불 카드를 만들어 형제간에 누가 잘살고 못살고 돈 부담 없이 어머니가 주신 직불 카드로 형제들끼리 자주 만나서 우애 있게 살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린 지금까지도 비싼 횟집에서 외식, 술집, 노래방, 여름마다 바닷가 숙박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

왠지 모임에 빠지면 혼자만 손해 보는 것 같은지? 그래서 절대 안 빠지는 것인지? ㅎ~
아무튼, 그렇게 하니 즐거운 형제 모임이 계속 이어가고 있어, 아직도 어머니 용돈을 받아 쓰는 어른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파묻힌 봄꽃을 보면서 자식에게 지나친 배려심은 불쌍하게 고개 꺾인 연약한 꽃과 눈의 무게에도 끄떡없이 꿋꿋하게 잘 버텨준 꽃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아침이 되었다.

 

위의 사진의 지붕 처 맛 밑의 새 먹이통을 달아주니 많은 새가 찾아와 아침에 나를 깨우는 예쁜 새소리는 적은 비용으로 나에게 주는 행복감은 매우 크다.


행복이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작은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아침 따뜻한 햇볕, 새소리,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걸을 수 있는 건강함에 행복은 나에서부터 만들어져 비롯된 것이다.

괜한 먼 미래 걱정하지 말고, 오늘의 건강함에 더한 고마움을 느껴본다.


 - 2021년 4월 25일 캐나다에서 복지-

 

 

배경음악 - 참좋다 / 양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