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열두 번째 상가주택에서 생긴 이야기
새로 이전할 헬스장은 전연 우리와 다른 종목을 사용했던 곳이라 칸막이들이 매우 많았다.
헬스클럽에 필요한 것은 넓은 공간이라 모든 칸막이를 다 부수어야 했으니 생각보다 일도 많아 추가 시간 소비와 경비가 더 지출되었다.
인부들의 점심 식사 시간에 나 혼자 공사 현장을 지키고 있었는데 금테 안경과 검정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50대 중반의 교장 선생님 느낌을 주는 분이 오셨다.
자기소개하시면 명함을 내밀었는데 동네 발전개발 무슨 회장이라고 적힌 기억이 난다.
이 지역에 비싼 수입 가구 큰 규모 매장이 있었는데 그곳의 사장이라며 자기 부인도 000 한복 디자인이라며 그런다.
그분이 찾아온 이유는 우리 동네에 늦게 귀가하는 청소년 안전한 보호를 위해서 어두운 뒷골목에 가로등 설치 공사를 하는데 조금씩 기부금을 거두고 있으니 동네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이 동참금 협조를 부탁한다고 그런다.
( 미리 말하자면 이 사람은 사기꾼이었다)
사전에 표적을 정하고 세밀한 계획을 세웠는지 이 시각에는 인부들이 없는 점심시간이라 나 혼자 있다는 것을 알고 온 것 같았다.
그때는 난 이 사람이 사기꾼이라 전연 생각조차 못 했으니 동네 유지분이 아주 좋은 일을 하시구나! 당연히 보탬으로 도와야 한다는 생각만 했었다.
<좋은 일을 하십니다. 대충 얼마씩 거두나요?>
(걸려들었구나!)
사기꾼은 아마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아주 밝은 환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 딱 정해진 금액은 없습니다. 각자 규모도 다르니 마음 내키는 대로 성의껏 하시면 됩니다>
<그래요~ 그럼 지금 당장 가진 현금은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은데…제가 현금을 확인해 보고 조금 후에 인부들이 오면 여기 명함에 적힌 사무실 주소로 갖다 드리게요>
뜻밖의 내 제안에 화들짝 놀라며 몹시 당황하면서 말렸다.
<아닙니다…제가 기부금을 거두고 다니느라 사무실에 없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사업하시는 분들이 다 바쁜 분이라 괜히 귀찮게 오실 것 없이 제가 다닐 때 대부분 분은 그 자리에서 줍니다. 그럼 바로 기부금 받았다는 영수증을 써 드립니다. 성의껏 있는 만큼만 주셔도 됩니다>
<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확인해 볼 테니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아마도 사기꾼 내심은 인부들이 곧 올 시간이라 정체가 탄로가 나기 전에 재빨리 받아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조바심이 들었는지 내가 지갑을 들고나오니까 활짝 핀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 죄송한데요. 제가 현재 가지고 있는 현금이 몇만 원뿐이네요. 아무래도 더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곧, 인부들이 오면 일 시작하는 것을 보고 더 보충해서 사장님이 사무실에 안 계셔도 제가 매장 위치를 알고 있으니 거기로 갖다 드리게요>
< 아… 아닙니다.... 바쁘신데 직접 매장까지 오실 필요 없이 제가 왔을 때 가진 금액만 주시면 바로 기부금 영수증을 써 드리고 가겠습니다>
< 제 걱정하지 마시고 사장님이 여러 군데 다니신다고 무척 바쁘실 테니 얼른 다른 곳도 가 보셔요>
< 아닙니다…많고 적고는 문제가 안 되니... 바쁘신 분이 구태여 매장까지 오실 필요 없이… 제가 왔을 때 그냥 주시면 됩니다…>
계속 괜찮으니 달라고 버티는 사람을 난 억지로 문밖으로 등 떨 밀어내면서 현관문까지 닫고는 상냥하게 말했다.
<제 걱정이랑 안 하셔도 괜찮다니까요. 제가 곧, 갖다 드릴게요~ 어서 다른 곳도 가 보세요>
그 사람은 닫힌 문고리를 움켜쥐고 애처로운 말투가 문밖에서 들렸다.
<제발…괜찮으니…그냥…주세요>
그 후, 점심을 마친 인부들이 돌아와 일을 시작하는 것을 본 후에 은행에서 돈을 조금 더 인출하고는 사무실에는 없을 것 같아서 바로 00 수입 가구 매장에 들렸다.
< 여기 사장님 계세요?>
어느 사장님이라는 분이 나오셨는데 조금 전 그 사람이 아니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제가 여기 사장인데 무슨 일로?>
< 어… 조금 전에 그분이…아닌데요…?>
<혹시 저를 사칭하고 다니는 그 사기꾼을 찾나요?>
<헉~ 그 사기꾼이라뇨…?>
알고 보니 이분이 진짜 사장님이며 이 지역의 발전회장이며 그 사기꾼이 본인을 사칭해 동네에서 낯선 사업체가 개업 준비하는 곳만 골라서 발전 기부금이라는 명칭으로 거두고 있어 현재 경찰서에 신고된 상태라며 매우 흥분되어 물었다.
< 얼마를 주셨어요?>
< 저는 준 것이 아니라…>
난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말하면서 아무래도 가진 현금이 부족한 것 같아 매장으로 갖다 드린다고 걱정하지 말라며 문밖으로 억지로 밀어내고, 그리고 이곳까지 오게 된 사연을 듣고는 천만다행한 일이지만, 그 상황이 너무나 우습다며 내 덕분에 그 사기꾼에 대한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깔깔깔 웃었다.
드디어 오픈 날이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헬스장 출입문 앞에는 축하 화환들도 연달아 왔고, 우리 회원들, 에어로빅 선생들, 여러 명 교육생 제자들까지 거들어 오픈식 준비에 다들 한참 바빴다.
난 평소에는 편안한 츄리닝 차림새에서 오픈식 날에는 고운 한복차림 멋으로 차려입고 손님을 맞이하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여러 귀빈이 오시어 놀라움과 고마움으로 감동마저 들었다.
내가 처음 에어로빅 선생이 되었을 때, 내 어릴 적 무용한 것이 바탕이 되어 댄스 춤만 잘 추면 되는 줄 알았으니 무조건 열심히만 뛰다가 무릎에 물이 생겨서 부작용으로 고생한 적 있었다.
어느 전문 종목이나 그렇겠으나 처음은 멋모르고 뛰어들었지만, 그 분야에 알면 알수록 그 깊이는 더 깊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 역시도 깨닫게 되면서 그 당시 우리나라에 훌륭한 에어로빅 교수님들도 많이 계셨지만,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은 부산 00 대학교 체육과 에어로빅 교수님이시다.
그 교수님 수업에 참여하고자 대학교 체육과 학장님과 체육과 재학생들의 허락하에 에어로빅 실기 시간에 일주일에 하루는 체육과 학생들 틈에 끼어서 청강생으로 몇 년간 대구에서 부산으로 당일 기차 왕복을 오가면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는 몹시 지칠 때도 있었는데 그 수업 참여에 허락해 주신 분들에게 진정한 열정을 보이고자 나의 첫 번째 제자와 열심히 다녔다.
어떤 일로 수업을 참석 못 했던 날에는 교수님께서 직접 녹음하신 테이프와 이론 책을 보내주셨고, 그 당시 귀한 외국 비디오테이프도 빌려주시면 잘 보고 연구하라고 주셨다.
매주 부산까지 수업을 받으러 오는 나의 열정을 보시고 교수님은 이왕이면 체육 대학원에 입학해서 좀 더 공부해 보라는 조언으로 그 계기로 난 대구 00대학교 체육 대학원에 입학하였고, 졸업 논문 통과 과정에서 무척 어려움도 많았으나, 무사히 졸업했었다.
그때 당시를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이 몇 역활을 해내야 하는지? 그런 내 생활에 매우 지쳐 늘 수면 부족으로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는 더는 하지 않겠다는 명세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