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열한 번째 월세 단칸방에서 생긴 이야기
에어로빅장을 다른 곳으로 다시 옮기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반 사무실을 옮기는 것도 아니고 많은 회원을 이끌고 멀리 이전도 할 수 없으니 주변에서 비워진 넓은 공간을 찾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지만, 막상 있다고 한들 이전하면 투자를 새로 해야 하는데 투자 비용은 현재 우리 집 경제 형편은 단칸 월세방에 사는 처지에 3명의 대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
매달 서울에 있는 2명의 대학생 딸에게 생활비도 보내야 하고, 그리고 새학기마다 등록비 마련에 기타 등등 겨우 전전긍긍 간신히 버티고 사는 현재 내 처지에서 꿈도 꿀 수 없으니 계약 만기 날짜가 다가올수록 나의 심리적인 부담은 매우 커 저만 갔다.
여기 에어로빅장으로 첫 이전했을 때만 해도 아파트 입구의 유도장에서 비워진 오전 시간대를 잠시 빌려서 한 시간만 사용했었다.
그러나 유도 관장은 처음 계약과 달리 회원 수가 많아지니 중간 월세를 갑자기 엄청 인상해서 우리 회원들은 우리가 주는 중간 월세로 본인의 유도장을 공짜로 쓸 작정이라며 화가 난 회원들이 이번 기회에 옮겨버리자며 급하게 이곳으로 옮겨 왔으니 시설 따위는 그 당시 따지지 않았고 이전한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했었다.
그리고 그 당시 수업도 오직 오전 1타임뿐이라 선생도 필요치 않아서 나 혼자서 가르쳤고 건물 주인도 조용하게 운동하니 불만도 없었다.
하지만, 여기 에어로빅장 시설 수준은 아주 형편없었다.
운동하는 바닥도 마룻바닥이 아니었고, 샤워실 시설도 순간온수기 1대에서 사용하는 뜨거운 물로 몇 사람만 사용하면 금방 찬물이 나왔다.
샤워실 수도꼭지도 2개뿐이라 통에 물을 받아서 바가지로 퍼 써는 수준이니 대부분 회원은 흥건히 흘린 땀을 대충 타울로 닦고 자기네 집으로 바로 갔었다.
또한 탈의실도 없다 보니 한구석 코너에다 커튼으로 가를 막 쳐 사용했고, 회원들 물품 수납도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서 샤위실 선반 위에 나란히 두고 다닐 정도이었다.
처음은 그렇게 시작했지만, 계속 회원 수가 불어나고 운동 수업 시간도 갈수록 늘어나 오전반 선생이 가르치는 새벽 타임과 오전 1부타임, 내가 가르치는 오전 2부타임, 저녁반 선생이 가르치는 저녁 1부, 2부타임 하루에 5타임 시간에다 쉬는 오후 시간대마저도 내가 직접 지도하는 에어로빅 선생이 되고자 하는 교육생 타임까지 있었으니 건물 주인은 새벽부터 밤까지 온종일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시달려야 했고, 종일 뛴다고 건물 손상에 영향을 준다며 아무리 더 많은 월세를 올려준다고 해도 이제는 돈마저 귀찮다며 무조건 비워 달라는 것이다.
우리 회원들이 이 시설에 오죽했으며 회원들만 바글바글하다며 가난한 "흥부네 집 에어로빅장"이라고 불렸다.
그러다가 건물 주인이 비워달라는 말에 회원들 생각은 이제는 회원 수도 엄청 많고, 교육생까지 많으니 당연히 좋은 시설로 이전할 것이라 학수고대까지 하니 내 처지는 더욱 난처해져 심리적 부담으로 속은 새까맣게 타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