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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한 영어 공부하면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17. 5. 12. 02:37

 

                  

다시 시작한 영어 공부하면서

 

 

 

어릴 적부터 공부를 난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학교 다닐 적에 시험 치는 당일 전날에 벼락치기 공부해 다음 날 시험 끝나면 무슨 내용이 나온 조차도 까맣게 잊어버리는 그런 식으로 늘 공부한 것 같다.

영어와 수학은 더 그랬다.
그런 식으로 공부했으니 영어 단어와 문법이 지금 머리에 무엇이 남아있겠는가?
옛날 사고방식은 여자는 결혼하면 영어, 수학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난 결혼 후에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교과서에 나오는 영어 단어들이 그때부터 슬그머니 다가오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도 그때는 잘 피해서 졸업한 줄 알았는데 2010년 가을부터 캐나다에 살게 되면서 끝내 영어는 점점 내 곁에 다가와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되었다.


한국에 살 적에는 캐나다에 발만 닿아도 영어는 저절로 되는 줄만 알았으나 캐나다에 와서 보니 30년, 40년을 살아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역시 어디서나 공부하지 않고는 내 것이 절대 되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인종차별이 있는 백인 사회에서 살면서 영어까지 못하면 더욱 괄시를 받는 곳이다.


계속 따라다니는 영어를 피할 수 없다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영어 학교에서 우선 영어 레벨을 알아야 반편성에 들어갈 수 있어서 영어 테스트 시험지를 치르게 되었는데 한글 하나 없는 빽빽한 영어 시험지 글자만 봐도 아무 생각이 없는데 영어로 친구에게 편지까지 쓰라고 나온다.
그래서 바로 영어 테스트를 포기하고 내 이름만 적고 나와버렸다.

 

그러니 첫 번째 들어간 곳이 왕기초반이었고 그 당시에는 나는 캐나다 영주권자가 아니라서 유료이라 돈을 지급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첫날부터 캐나다인 선생님의 영어로만 하는 수업에 어려운 문법마저도 오직 영어로만 설명하니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영어를 몰라서 공부하러 들어왔는데 영어로만 하는 수업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모르고 앉아있는 것에 시간 낭비 같아서 포기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 2012년이 되었다.
이대로 시간만 흘러가는 것도 아깝고, 두 번째 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한 곳은 이번에는 한국 선생님이 가르치는 개인 학원에 등록했다.
이번에는 한국어로 수업하니 좋은 점도 있었으나 내가 원하는 영어 회화가 아니라 문법 위주 수업만 하는 곳이었다.
이것도 아닌 것 같아서 포기하고 세 번째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독학 영어 공부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늘 바쁘게 살다 보니 혼자 영어 공부하기란 자꾸 내일로 미루게 되면서 그것도 잘 실행되지 않았다.


2013년이 되었고, 누가 그런다. 학비 부담 없는 공짜로 가르쳐 주는 곳이 있다고…
그래서 네 번째 찾아간 곳은 백인의 큰 교회에서 일주일에 두 번 오전에 2시간씩 가르쳐 주는 곳이라서 좋은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었다.
어릴 적에 교회 가면 사탕 얻어먹으러 간 내 기억처럼 그곳에서도 커피와 과자를 공짜로 주면서 영어공부보다는 성경 공부를 영어로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었다. 
또 아닌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2015년 가을이 되었고 나는 드디어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하니 이제는 전연 학비 부담 없이 캐나다 정부에서 가르치는 수업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다섯 번째 들어간 ESL 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씩 오전 2시간씩 수업을 받는다.
그곳 백인 선생님의 수업은 무슨 숙제를 많이 내어주는지 나에게 무척 부담되었다.
그때 집을 부서고 새집을 지을 때라서 매우 바쁜 시기이라 백인 선생님에게 숙제를 제대로 제출 못 하니 선생님 보기가 죄송스럽고 매우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작년에 이사 옮기고 난 후에 한국에서 몇 달간 있다보니 학교 규칙상 오래되어 제적 당했다.


2016년 10월에 캐나다에 다시오니 딸내미가 이런 엄마가 걱정되었는지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이제부터 제대로 영어를 시작하라면서 여섯 번째로 등록한 학교는 월요일~ 금요일까지 도시락까지 챙겨서 가야 하는 영어 학교이다.


봄학기부터 시작하는 학교에 10월 늦게 들어가니 곧이어 겨울 방학을 맞이하고 또한, 지난 어머니가 돌아가시어 한국에 다녀오니 또 차질이 생겼다.

공부도 연때가 맞아야 하는지 결국 쉽지 않았다.


2017년 이번 봄에 다시 시작하는 새 학기 반편성되면서 다시 영어 테스트 시험을 쳤다.

처음 캐나다 왔을 때 이름만 적고 나온 그때와 다르게 이번 영어 테스트 시험 결과에는 2~ 3레벨 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반에는 캐나다 여자 선생님과 러시아, 터키, 베네수엘라, 인도, 중국, 이란, 콜롬비아인 등등 학생 22명 중에 한국인은 내밖에 없었고 연령대도 대다수가 낮아 내 나이가 제일 높다.

 

옛날 결혼하고 대학에서 젊은 20살 학생들과 공부한 그 시절처럼, 이제는 다른 젊은 다민족들과 함께 공부하게 되었다.

내 하루는 6명의 가족 아침 챙기고 집안 뒤 정리 대충하고 도시락 챙겨 급하게 달려 오전 9시부터 시작하는 수업은 거의 오후 3시 가까이 끝난다. 
저녁 챙겨먹이고 집안 정리 다 마무리하고 나면 밤이 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수업을 빠지고 운동 가르쳐 가야 하는 운동 수업도 있다.

 

또다시 시작된 그 시절처럼 바빠서 영어 숙제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늘 바쁘게 지낸다.
그래도 옛날 그 시절은 한국어로 하는 수업이고 내 나이가 31살이라 젊고 체력도 좋을 때지만, 매일 학교 가는 것도 젊을 때 해야지 지금은 체력도 안되고 공부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단어를 쓸 때는 영어 철자도 돌아서면 근방 잊어버린고, 말을 할 적에는 마음만 급하지 단어도 빨리 생각나지 않는다.

 

부랑 작은 영어 글씨는 이제는 눈도 침침하고, 종일 영어로 "쏼라쏼라"하는 수업만 듣고 있으니 머리도 아프고 허리도 쑤신다.

여학교 시절 한국 시험지에서 위의 네모 칸에서 답을 찾아 쓰라는 것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제는 영어로 된 네모 칸에서 답을 찾아 쓰라고 한다.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처럼 점심 시간만 기다려진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무척 싫어했지만, 내 인생 앞날을 한치도 못 내다보고 가장 싫어한 공부를 이제는 캐나다 영어 학교에서 공부하게 될 줄이야…

 

하기야 좋은 점도 있다.

영어가 안 되어 바깥 생활이 두렵게 생각한 처음보다는 이제는 덜 두렵기는 하다.

 

나는 오늘도 새벽부터 밤까지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무척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 캐나다에서 복지 2017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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