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좋은 음악이 날마다 내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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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병원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13. 8. 5. 01:59

 

 

 

 

 

노인요양병원에서

 

 

 

오늘은 KBS1 강연 100'C 프로를 보았다. 

3명의 강연 중에 10년째 치매 아내를 돌보는 " 당신만이 "가 마음에 와 닿는다.

 

친정어머니가 계시는 노인요양병원에 주말마다 다니다 보니 그 강연이 남다르게 들린다. 

 

그리고 오늘 개그콘서트를 봐서 그런지 지난주에 쓰고자 했던 노인요양병원 TV 휴게실에 일어난 그 날이 생각나 적어 본다.

 

 

노인요양병원에는 갈 적마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일상다반사 사연들이 정말 많다.

 

친정어머니가 계시는 옆 동에는 할아버지들의 병동이 있다.

 

노환으로 건강이 안 좋아서 오신 분도 계시지만, 치매 환자분들도 계신다.

 

평소 주중에는 면회시간을 통제하지만, 주말 일요일은 면회가 약간 자유롭다.

 

병원은 밤이 되면 불을 끈  병실에 앉아있을 수 없어서 잠이 오지 않은 환자 몇 분과 유일하게 휴게소에 불이 커져 있고 TV 소리 덕분에 그곳에 앉아 동생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날도 오늘처럼 일요일 밤이라 KBS의 개그콘서트를 하고 있었는데 화면 속에서는 그들은 웃고 난리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는 TV 화면만 멍하니 보고 계시더니 프로가 재미가 없는지 TV 시청하는 요양사에게 밥 달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1  "배고파 나 밥 쥐"

 

요양사1  "할아버지 저녁 드셨잖아요. 지금은 밤이라 모두 주무시는 시간이에요"

 

할아버지1  "언제 밥줘어? 나 배고파 밥 줘."

 

요양사2   " 할아버지 아까 저녁 드셨잖아요"

 

할아버지1  "왜 밥 안 주는 거야 나라에 계엄령이 내렸을 때도 밥은 줬는데 지금은 무슨 시국이라서 밥을 안 주는 거야"

 

옆에 있던 다른 할아버지도 요양사에게 소리 질렸다.

 

할아버지2  "내가 동구청장과 잘 아는 사이야 내가 알아봐 줄께 어이~ 동구청장에게 전화 돌려봐"

 

 

 

어느 할아버지가 많은 환자복을 안고 들어와 묻는다.

 

할아버지3 " (모양이 똑같은 환자복) 내일 어떤 것을  입을까? "

 

요양사 " 할아버지 또, 옷 갖고 오셨어요. 빨리 갖다 놓으세요."

 

( 할아버지3 께서는 젊은 날에 무척 옷에 신경을 많이쓴 신사분인지 밤마다 똑같은 환자복을 들고 와서는 항상 내일 무엇을 입을 것인가 고민하시는 분이란다.)

 

 

옆에서 어느 할머니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울기 시직했다.

 

할머니1  "우리 아들이 조금 전에 보였는데 지금은 안 보여."

 

요양사1  " 할머니 아드님이 인사하고 집으로 가셨잖아요"

 

할머니1  "아니야 조금 전에 우리 아들이 마지막 숨을 모으고 있었는데 안 보이는 것 보니 죽은 것 같아"

 

요양사1  "알았으니 할머니, 할아버지, 아들 이름을 말하면 알아봐 줄게요."

 

( 할머니는 평소 본인의 이름도 모르시는 분이라 생각할 시간을 주면 조용할 것 같아서 그런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주저하지 않고 바로 말한다.

 

할머니1 " 내 이름은 *** 우리 영감은 *** 우리 아들은 ***)

 

요양사 " 어~ 헉~~"

 

맞는지 요양사가 턱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옆에 또 다른 할아버지는 침대에는 눕지 않고 휠체어에서만 낮이고 밤이고 앉아 잠만 계속 주무시는 분이 계시는데 제대로 눈을 뜨는 모습을 볼 수 없는 할아버지가 갑자기 눈을 뜨시고 큰소리로 말을했다.

 

할아버지4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네. 고참이 자는데 신참들이 군기가 빠져서 기합 받아 받고 싶어."

 

(요양사 말로는 사실 할아버지4는 이 병동에 일찍 오신 정말 고참이란다.)

 

 

시끄러운 소리에 간호사가 나와 한마디 하니 모두가 조용해졌다.

 

일요일 프로 '개콘'도 동시에 끝났고 내가 지금 실제 '개콘'을 본 것 같았다.

 

 

어머니 병실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가지고 와 수고하는 요양사 두 분에게 건네주었다.

 

" 몰랐는데 정말 수고 많으시네요. 힘드시겠어요"

 

요양사들은 매일 일어나는 일상다반사라 괜찮다고 그런다.

 

계절 중에 추운 겨울과 요즘처럼 날씨가 더울 때가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신다고 그런다.

 

그리고 정말 저승사자가 있는지는 몰라도 돌아가시는 분들이 누가 왔다는 말을 자주 하고 몇 번 그런 말 하시는 분은 그 후 정말 돌아가시더라고 했다.

 

어느 환자 할아버지는 3년째 그 침대에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다른 할아버지가 그 침대에 옮겨 누웠는데 죽은 할아버지가 나타나 자기 침대라며 비켜달라며 밤마다 괴롭혀 다른 침대로 가셨단다.

 

전설의 고향이나,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나 들어보는 이야기를 죽음을 앞둔 그들이 하는 것을 보면 제3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인가? 그런 의문을 갖게 된다고 한다.

 

 

늦은 밤 병원에 나와 보니 옆 동 장례병원에는 오늘도 어느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셨는지 자식들이 상주 복을 입고 밖에 나와 앉아있다.

 

조금 전의 그 할아버지, 할머니도 젊은 날의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어머니로써  자식들 뒷바라지 고생하면서 열심히 사셨는데...

 

지금은 삶의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모두가 죽음에서 벗을 날 수 없을 시점에서 서 있는 것이다.

 

 

 

밤하늘을 쳐다보면 속으로 바램의 기도를 해 본다.

죽음 복도 타고나야 한다는데 치매가 없는 죽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내 인생도 잠시 생각해 본다.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잘못 산 것은 무엇인가를...?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오늘은 과연 어떻게 보내는지를....?

 

 

 

 

 

- 2013년 여름 한국에서 복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