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의 선택
오늘 어머니가 계시는 요양원 병원을 찾았다.
처음 어머니를 뵐 때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았다.
한 번씩 기억력이 없어 얼굴은 물론, 이름은 더욱더 기억 못 한다고 그랬는데, 어머니는 내 이름만큼은 힘있게 그리고 아주 똑똑하게 부르고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신다.
내 손과 내 볼에 뽀뽀하시고 연거푸 "좋다, 좋다" 하신다.
어머니의 어눌한 발음을 당신의 맏딸이 통 알아듣지 못하니 많이 답답하신 것 같다.
내 첫째 여동생은 항상 어머니 곁에서 간호해서 그런지 신기할 만큼 어머니 말씀을 잘 알아듣는다.
어릴 적부터 철없는 투정이나 한 못난 팥쥐 언니보다 내 동생은 집안 사정도 잘 알고 무리한 것을 절대 요구하지 않은 콩쥐 내 동생은 지금도 최고의 효녀로 어머니의 어눌한 말씀도 잘 알아듣는다.
"캐나다에서는 영어, 한국에 오니 이번에는 어머니 말을 못 알아먹겠다."
내 말에 동생이 웃는다.
어머니 첫 번째 선택
옛날 우리나라 대부분 부모님은 힘들어 고생한 재산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거의 장남에게 주시고 나머지 차남들에게~
딸들은 그냥 시집만 보내면 잘 처리 하신 그 시대에 우리 어머니도 역시 그래셨다.
어머니는 그래도 아들에게 다 주지 않고 자식에게 용돈을 타 쓰기 보다는 돌아가실 때까지 쓸 수 있는 약간의 예금 통장과 본인 명의 작은 아파트를 남겨 놓으셨다.
그 노후 용돈으로 자식에게 손 벌이지 않고 치과에 가실 때도, 친구분들과 맛있는 것도 사 드셨다.
한 때 한참 유행한 '건강보조 약장수'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며 건강 보조약과 침구도 많이 사셨다.
한 번은 오빠가 가짜 약장사라고 가지 못하게 하셨단다.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식들이 나를 매일 그만큼 기쁘게 할 수 있느냐?
그들은 약과 건강보조 기계를 팔기 위해서 무한 노력으로 우리를 즐겁게 웃겨주고, 우리 편이 되어서 시원한 자식 흉도 보고, 업고, 노래하고, 춤추고 가짜 약이 아니라 마음이 즐겁고 건강해지니 그것이 보약이니 팔아 주는 것이 당연하다" 하셨단다.
그때 그런 활력소가 생긴 탓인지 남들보다 엔돌핀이 많이 생산되어 더욱더 장수하신 것이 아닌지?
두 번째 어머니 선택
암튼, 지금은 노환으로 요양 병원에 계신다.
요즘 유료 요양 병원은 시설도 좋고, 요양사도 친절하고, 의사도 째 끔만 환자가 이상해도 즉각 영양제, 그 외 약 처방을 한다.
즉, 장기 요양하실 것으로 직감하는데 어머니는 마지막? 선택하셨다.
" 너희가 병원비 부담되지 않게 내 명의 아파트를 매매해서 재산을 절대 분배하지 말고 내 병원비와 장례비에 쓰고, 나머지는 너의 형제 명의로 은행 직불 카드를 만들어라. 내가 죽더라도 너희 형제가 만나면 외식도 많이 할 덴테 누가 잘살고 못살고 돈 부담없이 내가 준 은행 직불 카드로 결제해 먹도록 해라. 그래야 부담 없이 형제간에 한 번 더 만날 수가 있어."
요즘 아주 작은 재산도 형제간에 서로 차지하겠다고 아웅다웅 싸우고, 재산을 받고나면 나몰라 병원비 부담으로 부모가 빨리 돌아가시는 것을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현명한 생각으로 건강보조 약장수을 통해서 즐거운 노후가 되어주었다면, 지금은 요양병원에서 자식 눈치 보지 않고 좀 더 장수 하실 수 있고, 또한, 어릴 적에 어머니가 주신 용돈으로 우리가 맛있는 것을 사 먹은 기억처럼~
" 우리 형제는 오늘도 화목하게 다 모여서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맛있게 잘 먹었어요.
고맙습니다. "
- 2013년 6월 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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