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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23화)나의 자서전 - 셋 번째 운명적인 사랑 부분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09. 1. 23. 13:37

 

 (23화)나의 자서전 - 셋 번째 운명적인 사랑 부분에서

 

 

 

 

그를 보는 순간, 이곳에 앉아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호흡이 멈출 듯이 지레 깜짝 놀라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교회 고등부에서 안면 있는 그의 두 남자 친구도 커피 마시다가 반갑게 반색하며 일어났었다.

 

교회 다니는 내 친구가 교회 고등부 남자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그를 보고 반가운 인사말 했었다.

 

<언제 왔어? 와! 서울 물이 확실히 사람을 세련되게 하나 봐! 그동안 많이 변한 것 같아! >

 

친구 말처럼 미소 짓는 그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세련되어 가고 있었고 분위기도 낯선 사람 같아 보였다.

 

친구는 오래간만에 모두 아는 안면이니 다른 테이블에 있는 친구들도 한 자리에 합석하자고 했었고,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그는 내 옆에 바싹 당겨 앉았다.

 

그때 고등부에서 보고 지금 만난 자리라서 그동안 어느 대학에 입학했느냐,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가벼운 안부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았고, 서울에서 같이 입시를 치르는 내 친구들은 그를 보면서 서울역에서 그가 나를 번쩍 안아서 돌린 이야기와, 눈 내리는 감동의 경복궁 이야기, 그의 집에서 저녁 초대를 받고 놀았던 이야기, 서울역에서 입장권 한 장으로 부산역까지 배웅해 준 이야기를 그를 한껏 부추기며 들려주었다.

 

그 말을 듣는 부산 친구와 고등부 다녔던 남자들이 그게 사실이냐고 되물으면서 언제 우리의 사이가 그렇게 변했느냐? 미더워하지 않은 듯이 그와 나를 번갈아 보면서 경악한 표정으로 놀라고 있었다. 

 

그가 쑥스러운 웃음으로 나를 쳐다보았지만, 그에게 이미 떠나버린 내 마음은 죄지은 사람의 표정으로 불안한 가시 방석에 앉아 있는 듯이 불편했었다.

 

커피를 마시다가 친구가 음악 신청하자고 그랬고 그가 내가 좋아하는 팝송 이미 신청해 나오고 있다고 그랬다.

 

<아~ 그랬구나! 어쩌지, 네가 좋아하는 팝송들이 모아서 나온다고 했어! >

 

친구들이 둘 만의 은밀한 이야기를 다른 테이블에 가서 하라면서 우리를 밀어내었다.

 

 내켜 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약간 서먹하고 묘한 상태로 앉게 되었고 그는 나를 살펴보며 말했었다.

 

< 왜 그래? 말도 없고. >

 

< 어떻게 왔어,.>

 

<어떻게 왔느냐고 뭐야? 완전 타인 취급 받는 것 같잖아! >

 

그는 내 말에 기가 막힌다는 듯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 그동안 보고 싶었어! >

 

친근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었다.

 

( 미안해! 정말 미안해! )

 

아무 것도 모르는 그에게 미안한 마음을 속으로 말을 했었다.

 

 

 

그의 형이 그동안 군대 입대했었고 지금 부산에서 자대 배치받아 근무 중이라 그의 어머니와 누나, 매형도 함께 면회하려 부산에 왔으며, 그의 가족들이 나를 꼭 보고 싶어하니, 내일 면회에 같이 가자고 말했었다.

 

나는 내일 중요한 약속이 있어, 갈 수 없다고 짧게 대답했었다.

 

< 정말 왜 그래? 오늘은 나를 피하는 것 같아! >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내가 무슨 걱정거리가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부산에 올 때는 내가 반갑게 맞이해 줄 같은 들뜬 마음으로 왔었고 그의 가족과 더불어 형의 군대 면회도 함께 가고 또한, 우리가 처음 함께 간 해운대 바닷가에서 추억도 회상하며 부푼 꿈을 가지고 왔다고 그랬다.

 

그의 말에 더는 망설일 수 없었고 긴장한 상태로 깊이 숨을 들이쉬었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었다.

 

< 우리 이제 더는 만나지 말자,. >

 

<뭐…? >

 

그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었고 내 말을 잘 못 들은 것처럼 믿지 못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장난기 가득 찬 얼굴로 내 말에 무시해 버렸고, 오래간만에 부산 왔는데 놀리지 말고 같이 저녁 먹자고 했지만, 내가 거절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거절하는 나에게 그도 놀라 당황했고 비로소 멍 한 얼굴로 보았고 차츰 심각하게 받아들었고, 도저히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어이 차게,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자기와 서울에서 나와 같이 합격 한, 내 대학친구들이 내려와서 예민한 것이냐고 약간 초조하게 묻었다.

 

적절한 단어와 핑계도 생각나지 않아 그런 이유도 있다고 짧게 대답했었다.

 

< 내가 왜? 오래간만에 너를 만나서 도대체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 이런 말을 들으려고 보고 싶은 마음으로 오지 않았는데,. 네가 그래잖아, 올해에 재수해서 내년에 꼭, 대학 갈 거라고,.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자존심이 센 것은 이해되지만, 그래도 너는 늘 당당했잖아? 그런 것으로 기가 죽을 애가 아닌 덴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그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내 말을 도저히 믿으려고 하지 않았고, 올해에 서울에서 대학에 합격하고도 집안 사정상 대학교에 못 들어간, 내 자존심이 그에게 냉담한 것 같다고 단정하는 것 같았다.

 

그는 너무 기가 막힌 듯 목이 바짝 마른 표정으로 냉수를 주문하고, 몇 잔 들이켜고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에게 나의 솔직한 마음을 몇 번이나, 털어놓고 싶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에 다른 남자가 생겨서 돌아섰다면, 그가 절대로 믿지도 않을 것 같았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큰 고통을 안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말이 나를 망설이게 하였고 그리고 지난 팝송 록 리사이틀에서 나에게 치근 되었든 남자들에게 무섭게 무르팍을 걷어찼든 기억과 벽을 쳤든 화난 모습들이 순간적으로 떠올랐고 그런 성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노파심과 걱정스러운 마음에 더욱더 고백을 할 수가 없었다.

 

< .........>

 

< ......... >

 

무거운 침묵으로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불안하고 초조한 듯이 빈 컵만 꽉 움켜쥐었다 폈다 내려보면서 아무 말 없이 얼마간 서먹한 시간이 흘려갔었다.

 

< 그런 이유로 네가 편치 않다면, 최소한 얼마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너를 기다리면 되겠어? >

 

그는 고개를 떨어드리면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었다.

 

< 네가 내년에 대학 들어가서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기다릴게.>

 

< 너도나도 구질 한 것 싫어하잖아 그냥 그렇게 받아줘.>

 

< 나 역시 내 성격상, 구질 하게 부담을 주는 것이 제일 싫어하잖아. 너도 알잖아 만나 달라는 소리도 하지 않는 것을,. 그냥 네가 보고 싶으면 골목에서 혼자 보고 갈 뿐이지,. 늘 그랬듯이 지켜보고 기다릴게. 그리고 지금은 네 얼굴을 마주치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고 불편하니, 먼저 집에 가.>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일어서는 나에게 괴로워하는 표정을 나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애써 참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맞은편 테이블에서 우리를 계속 주시하는 친구들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눈치를 채고 몇 명이 우리 곁에 와 묻었다.

 

< 분위기가 왜 그래? >

 

친구들도 우리가 금세 다툼이 있는 줄 알고 그와 나를 번갈아 눈치를 보았고, 내가 가는 것을 말리는 친구들에게 오늘은 같이 있을 기분이 아니라며 혼자 밖으로 나왔었다.

 

 

 

내가 즐겨듣는 팝 중에 그가 신청한 것 같은 음악만이 나오는 문틈에서 뒤따라 흘려 나오고 있었다.

 

 

 ( 정말 미안해! 날 잊어버려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