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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내가 살아온 이야기 (자서전)

(19화) 나의 자서전 - 셋 번째 운명적인 사랑 부분에서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09. 1. 6. 12:08

 

(19화) 나의 자서전 - 셋 번째 운명적인 사랑 부분에서


그 사람에게 뺨 맞은 억울함에 행인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억울한 울부짖는 소리를 내었었다.

나에게 예기치 못했던 뺨을 맞은 그 사람도 역시 당혹감으로 화가 나서 나를 남겨둔 체. 강둑으로 가버렸다.

강둑 넘어 마을에서 비치는 불빛마저 강물에 담겨 내 눈물처럼 처량하게 서글픈 모습으로 흔들리며 우는 것 같았다.

 

맥이 쭉 빠진 마음을 혼자 달래면서 버스 종점 정류장에 왔었고, 그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그 사람을 외면하고 곧, 출발하는 버스에 탔었다.

떠나는 버스 꽁무니를 황급히 잡으려고 손으로 세게 두드리고 겨우 탔었고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시내까지 오는 동안 서로 어색하게 무거운 침묵으로 다른 창밖을 보면서 왔었다.

그 사람이 먼저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나에게 속삭이듯이 말하며 내렸었다.

<억울하면 이번 주 토요일 오후 2시에 부산 시청 앞에서 기다리테니, 나와. >

그런 말에 진정된 화가 또다시 치밀었고, 그때는 두 번 다시 신경 쓸 것 없고 어림도 없다는 뜻으로 그 사람에게 눈으로 흘겨보았다.

  

버스가 부산역 앞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에 첫사랑 그가 떠올랐다.

그날, 조카에게 받은 그의 마지막 쪽지를 받고, 부산역까지 뒤따라 왔지만, 용기가 없어. 버스에서 못 내린 기억,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입장권 한 장으로 배웅해주었든 기억들이 스쳐 지나면서 한 번 더 그를 생각하게 하였고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 네가 얼마나 나를 진정으로 아껴주었는지, 이제는 더 알 것 같아!)   

버스에서 멀어지는 부산역 쪽으로 뒤돌아보면서 미안함에 울먹거렸다.

 

토요일 아침부터 궂은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리는 빗물이 그날 바닷물에 빠져서 기습 키스 당한 일, 구포 강둑 길에서 뺨 맞은 일, 그런 기억들이 이따금 되살아나면서 계속 나를 괴롭혔었다.

하지만, 그 사람을 두 번 다시 만나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몇 번이나 나를 다짐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예상과 전혀 달리 시간이 다가올수록 시계를 자주 쳐다보고 있었다.

( 그를 만나면, 나쁜 기억밖에 없어! 절대 만나서 안 돼! 아니야, 이대로는 억울하게 당할 수는 없잖아! 하지만, 안 돼! )

나는 누워 뒹굴면서 수없는 고민 하면 시계를 여전히 쳐다보았고, 약속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초조해지면서 긴장되었다.

결국, 고민하다가 서둘러 우산을 챙겨서 비 오는 거리를 나섰다.

 

 

( 그 당시 부산 시청 )

비 오는 넓은 광장 시청 앞은 많은 버스와 행인 속에서 영도, 서면, 광복동. 남포동 방면에서 어느 쪽에서 그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만나는 장소가 어느 다방도 아니고. 비 오는 길거리에서 너무 막연하고 황당했었다.

빗방울은 굵어지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오는 시청 정문 앞에서 오지 않는 그 사람을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렸었다.

세찬 비바람에 날아가는 우산을 붙잡다가, 옷까지 비에 흠뻑 젖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사람에게 바람맞은 것 같아서 나온 것이 후회스러웠다.

지금까지 나는 누구를 먼저 기다려 본,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학교, 사무실, 수학여행, 신입사원 단합대회, 그리고 친구들과 약속에, 항상 지각한 나쁜 습관의 기억뿐이다.

몇 번이나 포기를 하고 돌아가고 싶었지만, 여태까지 비 맞아 기다리고 있었든, 나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나서 오 기를 부리면서 한 시간을 더 기다려 보았다.

그 사람은 끝내, 오지 않았고 포기하고 비바람에 옷만 젖은 체, 풀 죽은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었다.


무너진 자존심에 오늘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떨쳐 지우고 싶었고 쓸데없이 나간 무모한 내가 불현듯 몹시 화가 나면서 기가 막혀 바보 같았다.

( 나는 오늘 시청 앞에 나간 일도 없고, 앞으로 그 사람을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절대 없어! )

애써 마음을 달래고 비 맞은 옷을 갈아입는 중에 그 사람의 전화벨이 울렸었다.

그 사람은 시청 앞에 있는 이 층 다방 창가에서 내가 두 시간 동안 자기를 기다리면서 비에 흠뻑 젖어 가는 모습을 잘 보았다며 짤막하게 한마디 하고 전화를 탁, 끊어버렸었다.

< 으악~>

또다시 무너지는 셋 번째 굴욕감으로 나는 완전히 미쳐서 돌아버릴 것 같은 비명을 지르며 애꿎은 전화기를 내 팡개쳤고 너무나 분해서 정신없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방바닥을 뒹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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