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식
한국 사람에게 '삼시세끼'는 신화에 가깝다.
한국 사람은 하루를 밥심으로 시작해서, 밥심으로 버티고, 밥심으로 논다.
조선시대에 끼니는 보통 아침과 저녁 두 끼만을 의미했다.
꼭, 힘을 써야 하는 농번기 때나 경제적 여력이 있으면 낮 점심까지 세 끼를 먹었다.
그런데 삼시세끼는 근래에 만들어진 신화다.
요즘 사람은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 힘 쓸 일도 별로 없다.
입만 떠들거나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만 까닥까닥하고 중간중간 달달한 초콜릿을 먹기도 한다.
그런데도 늦은 밤 퇴근하다가 술자리까지 과식한다.
적당히 먹는 '음식유절' 권고
역사상 유래가 없는 포식과 미식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연간 18조 원이 낭비되고 있다.
이 정도면 포식을 넘어 과식 국가라 할 만하다.
더불어 과식으로 인해 얻은 비만은 당뇨병을 비롯한 여러 질병들까지 불러왔으니 '과유불급'은 더 이상 이천 년 전의 고사성어가 아닌 말이 되었다.
과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심 때가 되면 '벌써 점심이네? 밥 먹어야지'하며 배가 고프지 않아도 때가 되면 습관적으로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풍요로운 포식의 시대에 공복의 중요성과 그에 더해 하루에 한 끼만 먹자며 책 < 1日 1食 > 까지 낸 외과 의사가 있다.
때만 되면 습관적으로 먹고 습관적으로 버리며 살다보니 공복과 절식은 이제 종교용어가 되었고, 비만은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국가가 관리해야 할 질병으로까지 이르게 되었다.
(요즘 동네 구청 보건소는 고지혈과 당뇨병 등을 예방하는 실천사항이 담긴 문자를 정기적으로 보낸다).
예로부터 '건강의 비결은 배가 조금 덜 차게 먹는 것'이라 하여, 배부르게 먹는 것을 경계해왔다.
공복 상태일 때야말로 인류가 가진 생명력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고 힘차게 살아갈 수 있다고,
뱃속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는 건강과 회춘의 신호라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은 그래서 무척 새롭다.
습관적인 포식과 질병으로 분류된 비만의 시대에 또 다른 대안이 될 듯 싶다.
저자는 "동물실험을 통해 식사량을 줄이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 '생명력 유전자'가 활발히 활동하게 된다.
공복 상태를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지구에 출현한 이래 17만 년에 이르는 인류의 역사는 굶주림과 추위를 이겨내는 생존의 싸움이었다.
극히 소량의 에너지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형질을 획득해왔던 것.
인간이 세 끼를 배불리 먹게 된 것은 불과 100년도 되지 않는 최근의 일이다.
즉, 우리는 굶주림에 대해 상당히 높은 적응력을 발휘하는 힘을 획득했지만, 급격한 포식 상태에 대해서는 무기력한 것이다.
(본문 가운데)포식은 오히려 반대로 우리의 몸에 유해하게 작용하기까지 한다.
인간의 몸이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응급처치 방식으로 나타난 적응 방식 중의 하나가 당뇨병이란다.
지나치게 먹었을 때 활동하는 생명력 유전자는 거의 없으며 그래서 포식이나 과한 식생활 탓으로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모두에서 저자 나구모 요시노리는 강조해 말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질병인 당뇨병도 실은 배부름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의 몸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식이란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불필요해진 신체기관을 퇴화시키려한다는 것.
당뇨병에 걸리면 제일 먼저 살이 빠지기 시작한다.
포식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몸'을 만들려는 인체반응으로, 살이 빠지는 것 이외에 먹이를 찾는 감각기관인 눈이 퇴화하고(당뇨병성 망막증), 직접 먹이를 쫓을 필요가 없어진 다리도 퇴화하는(당뇨병성 괴저) 등 포식으로 급격하게 변화된 환경에 인간이 '적응'하는 것이라고.
책 속 식습관 뒤에는 저자의 경험담이 있다.
스트레스와 폭식으로 체중이 불어나자 변비와 부정맥이 발생했다.
혈액 흐름이 나빠지면서 혈전이 생겼고 운동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식욕은 늘고 몸무게는 줄지 않았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밥과 함께 국 한 그릇, 반찬 한 그릇을 먹는 '1즙1채'로 식사량을 줄였더니 체중이 줄고 건강해졌다.
하지만 매끼 1즙1채를 준비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1일1식'이다.
하루 한 끼만 먹는데 영양 상태가 괜찮을까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하루 한 끼 식생활이 정말로 건강에 괜찮은 걸까?'라는 의문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를 불식시켜준 것이 최근에 발견된 '연명(장수) 유전자'였다.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식사량을 40퍼센트 줄이면 수명이 1.5배 늘어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본문 가운데)'하루 한 끼' 식생활을 실천해보자.
아마도 당신은 불안한 마음이 생길 것이다.
'공복을 견딜 수 있을까?'
'식욕을 억제하는 것이 고통스럽지는 않을까?'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 등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하루 한 끼 식생활이란 결코 먹는 것을 소홀히 하라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영양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점이다.
먹는 양은 적더라도 모든 영양소가 균형 있게 포함된 '완전식품'을 섭취하는 것으로 달걀, 생선 외에도 저자가 권하는
다양한 완전식품들이 나온다.
하루 한 번의 식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절대로 인스턴트 라면이나 햄버거 같은 정크 푸드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하겠다.
무리 없이 하루 한 끼 식생활로 바꾸려면 과일과 우유, 달걀, 통밀 쿠키 등을 적절히 섞어 지금껏 먹어왔던 오랜 식습관으로 인한 배고픔을 조절할 것을 권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공복에 단맛이 강한 과자나 카페인이 든 커피나 차는 마시지 않아야 한다.
단맛이 나는 과자는 혈당을 떨어뜨려 점점 더 배가 고프게 하고, 공복에 마시는 커피의 카페인과 차의 탄닌은 저혈당 현상을 일으키고 소화관 점막의 변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번 하는 식사는 사람마다 일하는 시간과 환경이 다르므로 각자의 생활 패턴에 맞추면 되겠다.
저자는 낮 동안에 배가 고프지 않으면 아무것도 먹지 않고, 목이 마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단다.
자신의 몸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노력해보라고 권한다.
꼬르륵 하고 배가 울리는 비밀과 그 효능그런데 이 '장수 유전자'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공복'이다.
뱃속이 꼬르륵 울리지 않는 한 이 유전자는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보물을 갖고도 썩히고 있는 상태라는 것.
공복인데도 음식물이 들어오지 않으면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렇다. 뱃속에 축적되어 있던 내장지방을 분해하여 영양으로 변환시킨다.
내장지방이 분해되면서 혈관이 깨끗해 지는 등 연쇄작용이 이루어 지면서 인체는 장수는 물론 몸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회춘을 한다는 것이다. (본문 가운데)
하루 한 끼 식생활을 시작했을 때 몸의 첫 반응은 '모틸린'이라고 한다.
모틸린(motilin)은 일종의 소화 호르몬으로 소장에서 위를 수축시켜 아직 위 속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음식을 소장으로 보내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를 내는 정체다.
저자는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 한층 강력한 생명력이 용솟음친다고 주장한다.
그것의 실체는 '시르투인 유전자'. 앞에서 언급했던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식사량을 40퍼센트 줄이자 수명이 1.5배 늘어나게 한 유전자다.
그래서 '장수 유전자'라는 다른 명칭도 붙었다.
그렇다고 그의 최종 목표가 단순히 건강한 노인이 되자는 것은 아니다.
그 건강이 겉으로 드러나 젊고 아름다워지자는 것이다.
한 끼를 먹는 순간 '식욕 억제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저자의 주장도 흥미롭다.
이젠 질병으로까지 분류된 현대 비만의 원인은 배가 부를 때 식욕을 억제해주는 작용을 해주는 호르몬 '렙틴(leptin)'의 약화에서 비롯된다.
렙틴은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음식물 섭취를 시작한 뒤 20~30분이 지나면 분비되어 배가 부르다는 사실을 뇌에 전달한다.
과식하지 않도록 식욕을 억제하기 때문에 '포만감 호르몬', '다이어트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비만이 장기간에 이르면 점차 잃어버리게 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하루 한 끼 식생활을 습관화하면, 분비되는 렙틴의 양이 정상화된다고 한다.
그러면 조금만 먹어도 렙틴의 작용으로 인해 식욕이 억제되고 하루 한 끼 식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고.
이 밖에도 인체의 혈액 펌프인 종아리와 등근육의 중요성, 사우나에서 땀을 흘린다고 살이 빠지진 않는다,
곧바로 잠들 수 있는 마법의 주문 등 몸에 대한 새롭고 특별한 상식들이 후반부에 나온다.
하루 한 끼를 기본으로 배가 고프면 과일이나 간식을 먹을 것,
과일이나 채소는 가급적 껍질 채 먹으라는 것 정도를 빼고는 복잡할 게 없어 좋다.
밥때가 되면 아무 생각없이 밥을 먹던 때보다 먹는 즐거움을 다시 찾게 되었고 식사시간이 무척 행복하다.
< 1日 1食 > (나구모 요시노리 씀 | 양영철 옮김 | 위즈덤 스타일 | 본문 글에서
1일 1식에서 몸무게 줄고 머리카락 나고~
초등학교 교사인 전성실(42)씨는 1일1식을 시작한 지 7주째가 되어간다.
밥은 현미로 반공기 정도 생선구이·나물무침·샐러드 등을 먹고 싶은 만큼, 적당히 양껏, 배부를 만큼 먹는다.
전씨는 '사전 연습'이 돼 있는 경우다.
그는 10년 전부터 채식을 했다.
키 177cm에 88kg이던 몸무게를 채식으로 68kg까지 줄였다.
밀가루 음식을 즐겨한 탓인지 체중이 다시 75kg까지 늘었다.
얼마 전부터 밀가루 음식을 끊었는데, 그러던 중에 일본인 의사 나구모 요시노리가 쓴 < 1일1식 > 이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됐다.
열량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아침에 제철 과일인 감이나 사과를 먹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커피 같은 음료는 아예 마시지 않는다.
술은 1년 전에 끊었다.
몸에서 힘이 빠지는 대신 몸의 리듬이 바뀌었다.
"아침에 한 차례 공복감이 찾아오는데 오후 4시쯤 공복감이 찾아오죠."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회식도 가끔 있다.
그래서 하루 한 끼를 저녁 식사로 잡았다. 운동은 할 시간이 없다.
전씨에게 변화가 나타났다.
1일1식 시작 5주 만에 몸무게가 7kg 줄었다.
피부도 좋아졌다.
얼굴에 나던 뾰루지도 사라지고 더 신기한 것은 머리털까지 나기 시작했다는 것.
전씨는 이마 오른쪽 가르마가 시작되는 부분의 탈모가 심했다.
그 때문에 항상 머리를 내리고 다녔다.
전씨는 앞으로도 계속 1일1식으로 살아갈 생각이다.
"요즘도 1~2주에 한 번 정도, 가끔 먹고 싶으면 하루 두 끼를 먹기도 해요.
억지로 1일1식을 하는 게 아니에요.
책에도 나온 것처럼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배고플 때 먹으라는 거지 무조건 하루 한 끼를 하라는 것은 아니죠."
단순히 칼로리 줄인 효과일 수도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에게까지 1일1식을 권할 수는 없다.
성장기 학생이나 뇌가 바쁘게 돌아가는 수험생에게도 마찬가지다.
1일1식, 할 수 있는 사람만, 몸에 맞는 사람만 하면 되겠다.
음식유절이다.
소식이 건강에 좋고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는 이제 상식이 됐다.
반면 1일1식은 소식보다는 '공복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은 오랜 세월 하루 세 끼로 최적화가 됐다"며 "1일1식의 핵심은 결국 칼로리를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
하루에 한 끼만 먹어서 건강이 더 좋아졌는지는 아직까지 증명된 바가 없다"고 했다.
식사 횟수(공복 유지)가 중요한지, 아니면 칼로리 자체가 줄어든 결과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완벽하게 통제 가능한 동물실험과 달리 사람은 하는 일이나 생활 습관에 따른 변수가 많다.
3식·2식·1식을 하는 대조군을 만들어 반복 실험을 해봐야 식사 횟수에 따른 건강 효과를 입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같은 양의 칼로리를 횟수를 달리해 공급했을 때 1일1식의 효과를 실제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북부병원 가정의학과 전재우 과장은 "의사에 따라 하루 세 끼를 꼭 먹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몸이 두 끼에 적응됐다면 두 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면서도 갑작스러운 1일1식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세 끼나 두 끼에 맞춰져 있던 위나 장운동, 호르몬 분비 등 몸의 평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옮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