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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에 윤동주(尹東柱)님의 시(詩)가 생각난다.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17. 11. 5. 13:19

 

 

 

 

 이런 날에 윤동주(尹東柱)님의 시(詩)가 생각난다.

 

 배경음악 - 폴모리아(Paul Mauriat)악단 연주 20곡

 

 

 

 

윤동주(尹東柱)

 

 

 1917년 12월 30일 ~ 1945년 2월 16일)

 

일제 강점기에 활동한 북간도 태생 한국인 저항시인이자 서정시인이다.

 

아호는 해환(海煥), 본관은 파평(坡平).

 

 

 1.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異國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2. 서시(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3.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울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엽서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4. 소년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우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섭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쓰ㅅ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밝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믈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골 - 아름다운순이의 얼골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어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골
- 아름다운 순이의 얼골은 어린다.
                     
 

5. 눈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우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 둘 말이 있는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옥을 눈이 자꼬 나려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어 나서면
일 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6.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어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든 길이
그대로 비 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로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가옵니다.
      


7. 십자가(十字架)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8. 참회록(懺悔錄)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