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노래
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 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 말을 많이 했던
빈 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 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한 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배경음악 - 조지 윈스턴 / December의 Thanksgiving )
'좋은 시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화꽃 옆에서 - 서정주 (배경음악 - 가을 노래 / 안나 게르만(Anna German) ) (3) | 2024.11.17 |
---|---|
아프게 비가 내립니다 / 배경음악 - Soledad (외로움) (1) | 2024.09.24 |
바람이 불면 그대가 그립다 (배경음악/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 그대에게 가고 싶다) (0) | 2024.09.08 |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0) | 2024.08.17 |
세월이 가는 소리 (배경음악 - 세월이 가면 / 적우) (0) | 2024.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