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노래
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 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 말을 많이 했던
빈 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 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한 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배경음악 - 조지 윈스턴 / December의 Thanksgiving )
'좋은 시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쉬킨 (1) | 2024.04.25 |
---|---|
가을비 (배경음악 / Drowning In The Rain ) 나는 떨어지는 빗속에서 젖어가고 있어 (6) | 2023.12.01 |
가을의 속삭임 - 어느 날의 커피 (이 해인) (11) | 2023.11.03 |
헤르만 헷세 - 안개 속에서 (배경음악 / La Playa (안개낀 밤의 데이트) - 마리사 산니아(Marisa Sannia) (0) | 2023.01.22 |
목마와 숙녀 - 박인환 (시낭송 /박인희) (0) | 2022.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