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
최백호
가뭄으로 말라터진 논바닥 같은
가슴이라면 너는 알겠니
비바람 몰아치는 텅 빈 벌판에
홀로 선 솔 나무 같은 마음이구나
그래 그래 그래 너무 예쁘다
새하얀 드레스에 내 딸 모습이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애비 소원은 그것뿐이다.
아장 아장 걸음마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자라 내 곁을 떠난다니
강처럼 흘러버린 그 세월들이
이 애비 가슴속에 남아 있구나
그래 그래 그래 울지 마라
고운 드레스에 얼룩이 질라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애비 부탁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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