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좋은 음악이 날마다 내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

좋은 글/감동 글과 동영상

어버이날의 부모 마음

복지 -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2016. 5. 8. 05:41

 

 

 

 

어버이날의 부모 마음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어머니가 물었다.

"그래 오늘 낮엔 어딜 갔다 온 거유? "

" 가긴 어딜 가? 그냥 바람이나 쐬고 왔지!"

아버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 그래 내일은 무얼 할 꺼유? "

" 하긴 무얼 해 고추 모나 심어야지"

" 내일이 무슨날인지나 아시우? "

" 날은 무신 날 맨날 그날이 그날이지 "

" 어버이날이라고 옆집 창식이 창길이는 벌써 왔습디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당겼다.

" 다른 집 자식들은 철 되고 때 되면 다들 찾아오는데 우리 집 자식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어머니는 긴 한숨을 몰아쉬며 푸념을 하셨다.

" 오지도 않는 자식놈들 얘긴 왜 해? "

" 왜 하긴? 하도 서운해서 그러지요. 서운하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니유? "

" 어험 ~ "

아버지는 할 말이 없으니 헛기침만 하셨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유

"자식 잘못 기른 내 죄지 내 죄야!" 

어머니는 밥상을 치우시며 푸념 아닌 푸념을 하였다.

 "어험"

"안 오는 자식 기다리면 뭘 해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아버지는 어머니의 푸념이 듣기 싫은지 휭하니 밖으로 나가셨다.

 

다음 날 어버이 날이 밝았다.

조용하던 마을에 아침부터 이집 저집 승용차가 들락거렸다.

" 아니 이 양반이 아침밥도 안 드시고 어딜 가셨나? 고추 모를 심겠다더니 비닐하우스에

고추 모도 안 뽑고는... "

어머니는 이곳저곳 아버지를 찾아봐도 간 곳이 없었다.

"혹시 광에서 무얼 하나? "

광문을 열고 들어갔다.

거기엔 바리바리 싸 놓은 낯설은 보따리가 2개 있었다.

보따리를 풀어보니 참기름 한 병에 고춧가루 1봉지 또 엄나무 껍질이 가득 담겨 있었다.

큰아들이 늘 관절염 신경통에 고생하는 걸 알고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다른 보따리를 풀자 거기에도 참기름 한 병에 고춧가루 1봉지 민들레 뿌리가 가득 담겨 있었다.

작은아들이 늘 간이 안 좋아 고생하는 걸 알고 미리 준비해 두셨다.

어머니는 그것을고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언제 이렇게 준비해 두었는지... 엄나무 껍질을 구하려면 높은 산엘 가야 하는데 언제 높은 산을 다녀 왔는지 참... "

요즘엔 민들레도 구하기 힘들어 며칠을 캐야 저만치 되는데 어젠 하루종일 안 보이더니 읍내에 나가 참기름을 짜 왔는거여? 자식 놈들이 이 마음을 알려는지....

어머니는 아버지를 찾아다녔다.

 

동네 어귀 장승배기에 아버지는 홀로 앉아 있었다.

구부러진 허리에 초췌한 모습으로 저 멀리 동네 입구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마음을 잘 알기에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 아니 여기서 뭘 하시우? 고추 모는 안 뽑구 청승 떨지 말구 어서 갑시다. 작년에도 안 오던 자식 놈들이 올해라고 오겠수 "

어머니는 손을 잡고 이끌자 그제서야 아버지는 못이기는 척 일어 났다.

"오늘 날씨 왜 이리 좋은기여? 어서 가서 아침 먹고 고추 모나 심어요."

" ..... "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따라오면서도 자꾸 동네 어귀만 처다보셨다.

"없는 자식복이 어디서 갑자기 생긴다우? 그냥 없는 듯 잊고 삽시다 "

" 어험험 ..." 

헛기침하며 따라오는 아버지가 애처로워 보였다.

집에 돌아와서 아들 오면 잡아주려고 애지중지 길러왔던 씨암탉을 보고 말했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니 우리 둘이 씨암탉이나 잡아먹읍시다. 까짓거 아끼면 무얼 하겠수?

자식 복도 없는데 .... "

" ...... "

아침 밥상을 차리면서 그랬다.

"오늘은 고추 모고 뭐고 그냥 하루 편히 쉽시다. 괜히 마음도 안 좋은데 억지로 일하다 병나면 큰일 아니우? 다른 집들은 아들딸들이 와서 좋은 음식점에 외식이다 뭐다 하는데 우린 씨암탉 잡아 술이나 한잔합시다 "

" 어험험 ... "

 

아침상을 마주하고 한술 뜨려 할 때에~

" 아브이 어므이~ "

재 너머 막내딸과 사위가 들이닥쳤다.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심하게 저는 딸이라 늘 구박만 주었던 딸이 사위랑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헐레벌떡 들어왔다.

" 아니 니가 어떻게 ... " 

제 몸 하나 잘 가누지 못하는 니가 어떻게 왔어? "

" 어므이 아브이 오늘 어브이날 이라 왔어 아브이 좋아하는 쑥 버므리 떡 해가지고 왔어"

그러면서 아직 따끈따끈한 쑥 버므리떡을 놓는 것이다.

"아니 이 아침에 어떻게 이 떡을 만들었어? "

" 저 이하고 나하구 오늘 새벽부터 만들었어 맛이 있을는지 몰라 히히 " 

" 이보게! 박서방 어떻게 된건가? "

" 네 장모님 저 사람이 어제부터 난리를 첬네요. 장인어른께서 쑥버므리떡 좋아하신다고 쑥 뜯으러 가자고 난리를 치고 또 밤새 우려내고 새벽부터 만들었어요 "

" 그랬구나 ! 그런데 왜 이렇게 땀을 흘리고 그래 천천히 오지? "

" 저 사람이 쑥 버므리떡은 따끈할 때 먹어야 맛있다고 식기 전에 아버님께 드려야 한다고 뛰다시피 해서 가지고 왔어유 "

" 에이구 몸도 성치않은 자식이..."

소아마비로 인해 딸이 몸이 성치 않아 몇 년 전 한쪽 다리가 불구인 사위를 얻어 시집을 보냈던 딸이었다.

언제나 어머니 마음 한구석에 아픔으로 자리했던 딸이었기에 그저 두 내외 잘 살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어느 사이 어머니의 눈가엔 눈물이 배어 나왔다.

" 참! 아브이 어므이 이거!! "

카네이션 두 송이를 꺼내어 내미는 것이었다.

" 저 이가 어제 장터에 가서 사왔어! 이쁘지? 내가 달아 드릴께. "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 주었다.

" 아브이 어므이 오래오래 살아야돼 알았지."

" 그래 알았다 오래 살으마 너희들도 행복하게 잘 살아라 박서방 정말 고맙네 "

" 아니에요 장모님 두 분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유 "

" 그려그려 정말 고맙네. "

" 아브이 어므이 어서 이 쑥떡 먹어봐 맛이 어떨는지 몰라."

" 그래 알았다 "

아버님과 어머님은 쑥 버므리떡을 입에 넣으며 목젖이 울컥했다.

눈가엔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애써 참았다.

" 그래 참 맛있구나! 이렇게 맛있는 쑥떡은 처음 먹어 보는구나! 당신도 그렇지요? "

" 어흠흠 .... "

아버님은 목이 메어 더이 상 말을 하지 못하셨다.

"참 술~"

 사위가 잊었다는 듯 보따리에서 술병을 꺼냈다.

"이거 아브이 어므이 드린다구 박서방이 산에서 캔 산삼주야 작년에 산에 갔다 캤는데 팔자구 해두 장인어른 드린다고 안 팔구 술 담은 거야 "

" 박서방이 산삼을 캤구먼 "

" 네 작년에 매봉산에서 한뿌리 캤시유 "

" 에구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 

산삼주를 받아든 아버님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 평생 홀아비로 늙어갈 몸인데 저렇게 이쁜 색시를 주셔서 넘 고마워유"

" 무슨 소린가? 몸도 성치 않는 자식을 받아 준 자네가 고맙지"

" 아녀유? 저한테는 너무 과분한 색시구먼유 "

" 그려그려 앞으로도 못난 자식 잘 부탁하네. "

" 장인 장모 어르신 오래오래 사세유 

아버지는 눈시울이 뜨거워 더 이상 앉아있지 못하고 슬며시 일어나 나갔다.

병신 자식이라 불쌍하게만 여겼지 아들처럼 공부도 안 시키고 결혼식도 안 올리고 그냥 시집을 보낸 딸 자식이었는데 있는 듯 없는 듯 신경 안 쓰던 그 자식이 오늘이 어버이날이라고 이렇게 찾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더욱이 내가 좋아하는 쑥 버므리떡을 밤을 새워가며 해가지고 올 줄이야! 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떡을 먹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무엇이든 아들들만 챙겨주려고 생각했지 병신 딸은 언제나 안중에 없었다.

늘 병신 자식이라고 업신여겼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불구의 몸이지만 딸의 마음이 저렇게 깊은 줄 이제서야 알았고 아들들 때문에 서운했던 마음은 이 딸로 인해 풀어졌다.

그리고 안 오는 먼 아들보다 자식이 소중한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가슴 저 깊은 곳이 아려왔고 정말 딸자식이 고맙고 많이 미안했다.

 

한참 뒤 밖에서 씨 암탉 잡는 소리가 들렸고 잘난 아들들 주려고 키웠는데 못나게 생각한 딸을 위해서 잡게 되었다.

" 우리 귀한 사위 주려고 장인어른이 씨 암탉 잡나 보네 "

" 어이구 황송해서 어쩌지요? "

" 아닐세 자네는 씨암탉 먹을 자격 충분하네 !! "

" 장모님 고마워유 "

 

옛말에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했던가?

몸도 성치 않은 딸자식이 진정한 효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 효(孝)라는 것을 몇가지로 정해서 말할 수는 없으나 품 안의 자식인 것처럼 살아생전의 효도가 진정한 의미를 주자 10회 훈 중에도 '불효부모 사후회(不孝父母 死後悔)'가 으뜸이듯 부모님 살아생전에 효도하지 아니하면 돌아가신 후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했다.

 

부모님은 세월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살아생전 잘 모셔야 그것이 효도이지 사후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낸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부모 없이 태어난 자식은 없듯이 하늘 같은 부모님 은혜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모님은 지금도 기다리십니다.

찾아뵙지 못하면 지금 전화라도 드리세요.

 

- 어버이 맞이하면서 좋은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