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에 살으리라
테너 박인수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
잘못 들었을까?
길을 걷다 먼 산을 바라보았을 때
뻐꾸기가 울었다.
뻐꾹 소리뿐만 아니라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우는 매미소리도 들린 것 같다.
느닷없이 산이 그리웠다 .
이렇듯 여름이 깊고 뭉게구름 하늘에 뭉긋이 떠있을 때
나는 지독한 향수에 휘말린다.
청산,
우리 기억에 넓고 포근한 푸른 산 한 폭씩 담지 않은
사람 어디 있을까.
청산의 냉정한 냄새
풀잎과 나뭇잎, 나무의 살갗, 개울의 냄새
산비둘기, 산꿩, 산 노루 냄새
그 산 짐승들이 낳은 알과 새끼들의 여릿여릿한 냄새.
이봄도 산허리엔 초록빛 물들었네
세상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노래 부른다
푸른 가곡 하나 부르면 마음엔 푸른 숲 울창하고
숲 사이 개울하나 흐른다.
나는
수풀과 약초 나무들 짐승들 모두 모여 사는 그곳에
왜 돌아가지 못할까.
아침이면 이슬에 얼굴 씻고
밤이면 어둠이 재워 주는 잠을 왜 잘 수 없을까.
산 거죽을 필사적으로 거머쥔 칡넝쿨
무엇이 그리 그리워 굵은 굴참나무 휘감아 올라간 다래덩굴.
산이슬 머금고 검붉은 석양빛 담은 머루열매....
그들처럼 산에 살 수 없을까.
사람이란 필시 외로운 존재,
아니다 외로워하고자 하는 존재.
그렇게 해서 결사적으로 청결해지려는
묵묵히 선한 존재.